쓰개치마 아래 뒤바뀐 운명…'춘향단전', 그날 밤의 입맞춤이 모든 걸 바꿨다

 고전소설 '춘향전'이 품고 있던 또 다른 사랑의 가능성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춘향과 몽룡, 변학도의 삼각관계라는 익숙한 구도를 넘어, 춘향의 몸종 향단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파격적인 시도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선보이는 '춘향단전'은 제목에서부터 그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붉을 단(丹) 자를 더해 춘향의 그늘에 가려졌던 향단을 전면에 내세우고, 원작보다 한층 더 격정적이고 붉은 사랑을 그리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모든 비극은 이몽룡이 춘향의 쓰개치마를 쓴 향단을 춘향으로 착각해 입을 맞추는 순간 시작된다. 이 한 번의 입맞춤은 향단의 마음에 걷잡을 수 없는 불씨를 지핀다.

 

원작에서 신분의 벽 앞에 서서 감히 몽룡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던 향단은 '춘향단전'에서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분출하는 인물로 재탄생한다. 몽룡을 향한 연모는 곧 주인 아씨인 춘향에 대한 질투로 변하고, 이 감정의 소용돌이는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깊어져 광기 어린 집착으로 치닫는다. 연출을 맡은 김충한 예술감독은 이러한 향단의 변화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극단적인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고전의 틀 안에 현대인의 복잡하고 뒤틀린 욕망을 투영하여 관객들이 새로운 차원에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 새로운 갈등의 중심에도 불구하고, 춘향과 몽룡의 지고지순한 사랑이라는 원작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사랑은 향단의 질투와 집착이 거세질수록 오히려 더 견고해지며, 이는 향단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결국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향단은 사랑을 쟁취하기는커녕, 원작에서보다 훨씬 더 처연하고 고독한 인물로 남겨진다. 신분을 뛰어넘어 사랑을 쟁취한 춘향의 이야기 뒤편에서, 신분의 벽을 넘고자 했으나 끝내 좌절하고 파멸하는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가 처절하게 그려지는 셈이다.

 

이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는 대사 한 마디 없는 무용극으로 펼쳐진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원들은 한삼춤, 도열춤, 검무, 기생춤 등 다채로운 춤사위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만든 주제가는 극의 비극성을 한층 고조시킨다. 정악단 단원들이 직접 부르는 노래는 인물들의 애절한 마음, 특히 이별의 아픔을 절절하게 전달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광한루를 상징하는 다리 위에서 엇갈리는 인물들의 만남과 헤어짐은 춤과 음악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비극을 완성한다.

 

문화포털

"뒤에서 발목 잡더라"...이재명, 한미 관세협상 내부 압박 폭로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대통령실에서 직접 브리핑을 진행하며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겪었던 내부 압박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대통령은 협상 과정 내내 내부에서 "빨리 합의해라", "빨리 합의하지 못하면 무능한 것이다", "상대방 요구를 빨리 들어줘라"는 취지의 압박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내부의 압력이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참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하며, 대외 협상에서 국내 정치적 입장 차이가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미국이라는 강대국과의 협상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로부터의 성급한 합의 압박은 협상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장애물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이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있어서는 국내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국익과 국민을 위해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익에 관한 사안, 특히 대외 관계에 관한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에서 국익에 반하는 합의를 강제하거나, 협상이 실패하기를 기다렸다가 공격하려는 심사처럼 느껴지는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대외 협상이라는 민감한 사안에서도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협상 당사자가 이중고를 겪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이러한 내부적인 압력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분명히 전달하며, 초당적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이어 이 대통령은 "전면에서 정말 힘센 강자와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을 하는데, 그것을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과의 협상에서는 상대방의 압박뿐만 아니라 국내 여론과 정치권의 압력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이중적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뒤에서 자꾸 발목을 잡거나 "왜 요구를 빨리 안 들어주느냐"고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대외 협상에서 협상가가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전략적 여유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적 압력이 이를 방해했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이번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관세협상이라는 중요한 대외 협상 과정에서 국내 정치적 분열과 압력이 얼마나 큰 장애물로 작용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내부 압박의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며, 이는 향후 대외 협상에서 초당적 협력과 국익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발언은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대외 협상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이해시키고, 성급한 판단이나 정치적 공세를 자제해달라는 호소의 성격도 담고 있다. 앞으로 유사한 대외 협상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