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인셀'의 정체, 전문가들이 밝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를 둘러싼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가 단순한 청년 남성의 극우화 현상이 아닌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와 직결되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한국형 인셀(비자발적 독신주의자)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개최된 '한국형 인셀: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토론회에서 정지혜 세계일보 기자는 한국의 인셀 현상이 서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정치적 극우성향보다 여성혐오가 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들의 공격 방식이 주로 여성을 페미니스트로 낙인찍어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형태를 띤다고 설명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여성혐오 정서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조직화된 집단범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성폭력활동가 연대자D는 안티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극우 유튜버들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온라인상의 혐오가 실제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의 책임이 여성혐오를 방관하거나 심지어 조장해온 정치권에도 있다고 지적한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성들이 수년 전부터 인셀 문화의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정치권이 이를 무시해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권 창출을 위해 안티페미니즘 정서를 활용한 정치인들의 행태가 현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언론의 책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지혜 기자는 한국의 특수성으로 남초 커뮤니티의 극단적 담론이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정당성을 획득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이는 해외 인셀 문화와 구별되는 한국만의 특징으로, 사회적 해악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결책으로는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법적 개념 정립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경하 변호사는 현행법으로는 포섭하기 어려운 여성혐오 범죄의 실태 파악과 대책 수립을 위해 범죄 유형의 체계적 분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극단적 여성혐오 범죄의 테러 규정, 라틴아메리카의 페미니시디오 개념 도입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예은 여성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구체적인 해결방안으로 여성가족부 정상화, 여성폭력 예산 증액, 온라인 여성혐오 콘텐츠 규제 강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낯선 여성을 대상으로 한 테러범죄를 여성폭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포털

의대생 vs 정부, 끝장 대화 돌입.."복귀 안 하면 유급 확정"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과대학 학생들과 직접 만나 교육 현안과 복귀 문제를 논의한다. 지난해 2월 의정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1년여 만에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의대생들과 마주 앉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만남은 22일 대한의료정책학교가 주최하는 간담회 형식으로 열리며, 정부는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촉진하고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교육부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이날 오후 약 20여 명의 의대생과 만나 직접 의견을 듣고, 수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교육부 구연희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하는 데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더블링 문제와 관련해 교육부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블링’은 2024·2025학번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받게 되는 교육 혼란을 의미하며, 최근에는 2026학번까지 포함된 ‘트리플링’ 우려도 커지고 있다.이번 간담회를 주최하는 대한의료정책학교는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의료정책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설립한 단체로, 최안나 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초대 교장을 맡았다. 의대 교육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강경 노선을 유지 중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번 간담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의대생들의 수업 복귀 여부는 이달 말까지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 따르면, 21일 가천대, 가톨릭관동대, 을지대, 원광대, 인제대 등 5개 의대의 본과 4학년 유급 여부가 결정된다. 이어 22일 한림대와 한양대, 26일 가톨릭대, 28일 경북대·계명대·영남대, 29일 충북대, 30일 동국대 등도 유급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유급이 확정되면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올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 응시할 수 없으며, 졸업 유예 또는 제적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이미 연세대, 고려대,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은 지난 18일까지 유급자 통보를 마쳤다. 연세대는 본과 4학년 중 수업을 거부한 48명에게 유급 예정 통지서를 발송했고, 고려대는 본과 3·4학년 125명에게 유급 결정을 내렸다. 대학별 학칙에 따라 기준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수업의 4분의 1 이상 불참하면 유급 조치가 내려진다. 유급이 누적되면 제적 위험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이달 말까지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학사 일정이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교육부는 앞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철회하며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기존 수준인 3058명으로 확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단체와 의대생들의 복귀 움직임이 미진하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16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의 평균 수업 참여율은 25.9%에 불과하다. 본과생은 29%, 예과생은 22.2%로, 일부 대학은 한 자릿수의 참여율에 머물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학생 복귀 추이를 지켜본 후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구 대변인은 “정원 동결 발표 이후 아직 시간이 충분히 흐르지 않았다”며 “대학들이 학생 복귀를 독려하고 있어, 이달 말 복귀율이 오를 것이라는 현장 의견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 입시 일정에 대해서도 법령 개정 문제 등으로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지역인재전형과 관련해서는 법정 기준인 40%를 유지하되, 최대 60%까지 확대 선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교육부는 학사 유연화는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재 유급 위기에 놓인 본과 4학년 학생들에 대해 일부 유예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구 대변인은 “각 대학이 수업일수 부족에 따라 학칙에 따라 유급을 결정하는 것으로, 교육부는 이를 존중한다”며 “유급 면제는 학기 말 최종 판단 전까지도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하지만 의정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다. 의대협은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 철회 등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한 수업 복귀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최근 집회에서 “정부는 교육 현장의 혼란에 대해 어떤 수습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의사들이 후배들의 복귀를 위해 명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교육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실질적 소통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고자 이 부총리의 간담회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 학생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더블링·트리플링 방지와 같은 현실적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려는 것이다. 대한의료정책학교는 정책을 설계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의료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운영되고 있으며, 사직 전공의들과 현직 의대생들이 주축이 되어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교육부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학생들과의 대화를 확대하며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해법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강경한 의사단체와 의대생 단체의 입장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 만큼, 실질적인 변화가 이어질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