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는 이제 구닥다리? Z세대가 밤새 '걸스나잇'나선 이유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유행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같은 물건이라도 색감, 디자인, 소유자의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런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본 틀은 유지하되 표현 방식은 달라지면서 또 다른 유행이 탄생하는 것이다. 특히 Z세대는 빠른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내는 데 능숙하다. 이들이 기존 유행을 어떻게 재해석해 새로운 트렌드로 만들어내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때 Z세대의 인스타그램은 #호캉스 해시태그로 넘쳐났다. 호텔에서의 휴식을 인증하는 사진과 '호캉스 성지' 추천 글이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오마카세와 함께 허세 소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Z세대에게 호캉스는 단순한 사치가 아닌 경험 자체를 구매하는 즐거움이었다.

 

최근에는 호캉스보다 더 가성비 좋고 재미있는 '걸스나잇'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시작된 이 문화는 친한 여자 친구들끼리 모여 밤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노는 파티를 의미한다. 2023년부터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해 올해는 본격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걸스나잇의 매력은 참석한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독특한 분위기에 있다. 보통 친구 집이나 파티룸을 빌려 '돼지파티'라 불릴 만큼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는다. 여기에 각자 관심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최애 아이돌이나 배우를 소개하는 '오타쿠 발표회'를 열거나, 파티 콘셉트에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고 온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를 뽑기도 한다. 함께 영화를 보며 취향을 공유하는 시간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활동의 핵심은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시간을 보내는 데 있다.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면 '걸스나잇', '걸스나이트' 해시태그가 자주 보일 정도로 이 트렌드는 Z세대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원래 암벽 등반용 안전장비였던 카라비너가 Z세대의 손에서 전혀 다른 용도로 재탄생했다. 기존의 카라비너는 대부분 은색 금속으로 된 단순한 디자인이었지만, Z세대가 사용하는 카라비너는 컬러풀한 아크릴 소재로 제작되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아크릴 카라비너에는 팬덤마다 상징하는 색과 동물 같은 요소가 담겨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저 사람이 누구의 팬인지"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키링 여러 개를 연결할 수 있도록 체인 역할도 하며, 단순한 장식을 넘어 '백꾸(백팩 꾸미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X(옛 트위터)와 자체 제작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디자인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Z세대가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가방마다 독특한 카라비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 유행한 지 오래되어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부 브랜드들은 이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LG전자는 밴드 엔플라잉의 이승협과 협업해 '듣는 가전 ASMR'을 선보였다. 이승협이 직접 작사·작곡한 자장가를 부르고, 포터블 스피커와 스탠바이미 설명서를 ASMR 스타일로 읽어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제품 정보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며, 마케팅과 팬덤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었다.

 

향수 브랜드 조말론도 배우 김수현과 함께 ASMR을 감각적으로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였다.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캠페인에서 김수현은 영국 해안을 콘셉트로 한 ASMR을 시도했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잎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향수를 직접 뿌리는 소리를 담아내어, 소리만으로도 향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ASMR이 단순히 특정 소리를 들려주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브랜드 메시지를 담은 ASMR이 등장하며 새로운 감각을 자극하고 있다. 목소리, 감각적인 물건 소리, 제품 설명을 결합해 몰입도를 높이는 이러한 시도는 Z세대를 단순히 잠들게 하는 것을 넘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문화포털

보따리장수에서 SNS 창업까지... 70년 '여사장' 혁명의 비밀

 오늘날 동네 상가를 둘러보면 분식집, 미용실, 네일숍, 애견숍, 수선집, 문구점 등 대부분의 작은 점포는 여성 사장님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연이 아닌 한국 경제사의 특수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김미선의 책 『여사장의 탄생』에 따르면, 여성 자영업자는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생계가 막막했던 시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저자는 이들을 '한국전쟁이 낳은 여사장'이라 정의했다. 당시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이 제한적이었고, 방 딸린 점포에서 자녀 양육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었기에 자영업은 여성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1960-70년대에는 점포뿐 아니라 보따리를 이고 지고 가가호호 방문해 상품을 판매하는 여성 상인들도 많았다. '신앙촌 아줌마'라 불리던 옷 장사 아주머니들은 태산 같은 옷 보따리를 이고 다니며 가정에 방문해 판매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자녀를 키우는 여성 가장이었다. 시장에서도 야채, 고기, 생선, 건어물, 젓갈 등 대부분의 상점은 여성들이 운영했다.한국경제사학자 이종현은 자영업이 "한국 경제의 성장사 전반에서 실패의 비용을 흡수한 거대한 저수지의 역할"과 "잉여 노동력을 흡수해 실업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으며, "국가 주도의 시기에 제도권 밖에 방치된 시장에서 이들은 국가 경제의 모세혈관 기능"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 급속한 산업화로 여성들이 임금노동자로 대거 포섭되기 전까지, 여성의 자영업 비율은 임금노동보다 더 높았다.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사장'들에게 '여성답지 않다'며 배제와 차별로 대했다. 50-60년대 신문이나 영화에서 '여사장'은 돈만 밝히는 탐욕스럽고 드센 문제적 여성으로 재현되었고, 심지어 성적으로 타락한 여성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이는 경제적 능력을 가진 여성을 남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발현이었다.70년이 지난 지금, '여사장'의 현재는 어떨까? 여전히 대부분은 영세한 1인 사업자로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변화는 "사장이 '되고픈' 요즘 청년 여성"들의 등장이다. 책방, 소품 숍, 미용 관련 숍, 카페 등에서 젊은 여성 사장님들을 쉽게 볼 수 있다.이들 젊은 여성들이 '여사장'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구조적으로 해석한다.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삶과 일상, 미래, 가족 등이 자본, 권력, 국가와 같은 외부의 힘에 의해 좌우되거나 통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강하며", 페미니즘, 환경, 생태, 돌봄 등 대안적 삶의 방식과 가치를 실현하고자 자영업을 선택한다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선택의 배경에는 양극화와 젠더 불평등이 만든 노동 시장 내 차별이 있다. 남성 중심의 기울어진 노동판에서 착취당하며 돈을 버느니, "자신의 취미와 취향, 나아가 삶의 방식을 일에 반영"하는 '여사장'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젊은 여성들의 이러한 대안 추구가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위기의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비가시화되었던 여성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기여가 재평가받고, 청년 여성들에 의해 새로운 경제 주체로 발전할 가능성은 분명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