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버려진 금강산, 유네스코 '인증' 받고 국제관광지 변신?

 금강산이 북한의 세 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27일 유네스코 발표에 따르면,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북한이 신청한 금강산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 정식 명칭은 '금강산'(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으로 제출되었으며, 자문기구의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통상적으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북한은 당초 2021년에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당시 코로나19 방역 상황으로 인해 평가 및 심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야 본격적인 평가 대상에 포함되어 심사가 진행되었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다. 북한은 금강산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성을 모두 갖춘 복합유산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유산 신청의 경우, 이코모스와 IUCN이 함께 평가와 심사를 진행한 후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중 하나의 권고안을 선택하여 세계유산센터와 신청국에 전달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번 심사에서 두 자문기구는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권고하면서도 일부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덧붙였다. 해금강 지역의 해만물상과 총석정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으로 등재할 것을 제언했다.

 

문화경관이란 자연환경과 인간의 활동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형성된 문화적 유산을 의미한다. 이는 문화와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유산의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금강산은 예로부터 한반도에서 뛰어난 자연경관으로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인과 화가들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고, 불교 사찰과 같은 문화유산도 다수 보존되어 있어 문화경관으로서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최근 드론을 활용하여 가을 단풍으로 붉게 물든 금강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방영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상은 금강산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확정되면, 북한은 2004년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과 2013년 등재된 '개성역사유적지구'에 이어 세 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북한의 문화적, 자연적 가치를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의미 있는 성과가 될 전망이다.

 

세계유산 등재는 해당 유산의 보존과 관리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높이고,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현재 남북관계와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금강산 관광 재개나 남북 공동 관리 등의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강산은 남북 관계의 상징적인 장소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남한 관광객들이 방문할 수 있었던 남북 교류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2008년 7월 남한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관광이 중단되었고, 이후 북한은 2019년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또는 향후 남북이 공동으로 금강산의 보존과 관리에 협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금강산의 보편적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다면,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문화적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포털

‘호프’ 북미 흥행, 왜 기대에 못 미쳤나

한국 영화 ‘호프’가 북미에서 한국 영화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60개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기대만큼 강한 흥행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다만 북미 관객에게 비주류로 여겨지는 해외 영화의 한계와 자막 영화에 대한 진입장벽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흥행 실패로만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프’는 지난달 9일 북미 극장에 걸렸다. 미국 흥행 집계 사이트 더 넘버스에 따르면 개봉 첫 주말 매출은 약 322만 달러였다. 주중 실적까지 합친 첫 주 매출은 약 492만 달러였으며, 첫 주말 흥행 순위는 9위였다. 지난 주말까지 누적 매출은 802만 달러로 집계됐다.한국 영화 가운데 북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린 작품은 ‘킹 오브 킹스’와 ‘기생충’이다. ‘호프’는 이들에 이어 역대 북미 흥행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그러나 ‘호프’의 성적을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중급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비가 약 5,000만 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첫 주말 매출이 1,000만 달러에 못 미치면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할리우드 영화의 기준으로 보면 ‘호프’의 북미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반면 한국 영화가 북미 극장가에서 마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북미 관객 상당수는 미국 밖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상대적으로 비주류로 받아들이는 데다 자막이 있는 영화에 대한 선호도도 높지 않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했지만 이들이 티켓 판매를 크게 끌어올릴 정도의 스타 파워를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그럼에도 영화계에서 ‘호프’의 북미 성적을 아쉽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중요하게 겨냥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호프’는 해외 인지도가 높은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고 해외 선판매 역시 활발하게 이뤄졌다.투자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호프’는 약 200개국에 선판매됐다. 한국 영화가 해외에 판매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규모로 평가된다. 특히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호프’의 해외 선판매 총액이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제작비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제작비 부담도 ‘호프’가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했던 이유로 꼽힌다. 투자배급사는 정확한 제작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작 초기 영화계에서는 약 450억 원으로 추정했고 이후 650억 원까지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투자배급사는 업계의 제작비 추정액은 풍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영화계에서는 순제작비가 5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마케팅 등 개봉 비용까지 더하면 총제작비는 53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순제작비를 450억 원으로 잡더라도 총제작비는 480억 원 수준이다.국내 극장 수익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상당한 관객이 필요하다. 총제작비가 530억 원이라면 국내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약 1,100만 명의 관객이 필요하고, 480억 원을 기준으로 해도 약 1,000만 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외 시장 공략이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셈이다.‘호프’의 출발점도 영화가 아니었다. 나홍진 감독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이 작품을 6부작 드라마로 기획하고 각본을 썼다. 국내 투자배급사가 초기 비용을 지원했고, 이후 한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약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뜻을 보였다.하지만 각본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외계 행성과 외계인 중심의 이야기를 지구와 인간 중심으로 바꾸기를 원했다. 수정 요구와 거부가 이어지면서 결국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프로젝트에서 빠졌고, 국내 투자배급사만으로 1,000억 원 규모의 드라마를 제작하기는 어려웠다.결국 ‘호프’는 드라마에서 영화로 방향을 바꿨다. 대규모 제작비와 해외 시장을 겨냥한 기획, 높은 해외 선판매 성과까지 갖췄지만 북미 극장에서는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호프’의 북미 성적은 한국 영화가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