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30주년 기념, 한국이 이집트에 보낸 '역대급 선물'의 정체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와 역동적인 현대 문화 강국 대한민국, 두 나라가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를 맞아 이집트의 심장부 카이로에서 특별한 문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양국의 오랜 우정을 기념하고 미래의 협력을 약속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며, 나일강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전 세계에 선보인다.

 

이번 기념행사의 핵심은 '함(Haam): 함께함을 담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외교 기록물 전시다. 9월 11일부터 28일까지 카이로 이슬람 예술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이 전시는 단순한 유물 나열을 넘어, 양국 관계의 깊이와 의미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한국 전통에서 '함'은 혼인을 앞두고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보내는 예물 상자로, 새로운 관계의 시작과 존중, 그리고 굳건한 약속을 의미한다. 전시의 제목은 지난 30년간 양국이 차곡차곡 쌓아온 신뢰와 우정의 기록들을 하나의 '함'에 담아 되돌아보고, 앞으로 함께 열어갈 미래를 그려보자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전시장은 총 세 개의 '함'으로 구성되어 관람객들을 30년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한다. 첫 번째 '기록의 함: 양국의 발자취'에서는 양국 관계의 시작을 알린 공식 외교 문서와 기록물, 그리고 양국 정상이 서로에게 건넨 존중의 상징인 선물 등 총 17점의 귀한 사료가 최초로 공개된다. 이는 30년 외교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감동을 선사한다.

 

두 번째 '연결의 함: 파피루스와 한지'에서는 양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기록 매체인 이집트의 파피루스와 한국의 한지가 조우한다.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두 위대한 종이의 만남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두 나라가 어떻게 소통하고 연결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마지막 '예(禮)를 담는 함: 한국의 다양한 함'에서는 한국 무형문화재 채상장, 옻칠장, 나전장 장인들의 혼이 담긴 작품들과 현대 공예작가들의 독창적인 함들이 전시된다. 이를 통해 '함'이라는 매개체에 담긴 한국 고유의 예와 정신, 그리고 뛰어난 공예 기술의 아름다움을 이집트 국민들에게 선보인다.

 

기록의 전시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면, 음악의 향연은 현재와 미래를 잇는다. 9월 12일, '천상의 목소리'로 불리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이집트 대표 공연장인 카이로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조수미가 이집트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녀는 아흐메드 엘 사디가 지휘하는 카이로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과의 협연을 통해 주옥같은 오페라 아리아와 애틋한 한국 가곡, 그리고 이집트 관객들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곡을 노래하며 30주년의 밤을 황홀하게 수놓을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10월에는 현대미술 축제인 '카이로 인터내셔널 아트 디스트릭트'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여 K-아트의 진수를 선보이며 문화 교류의 지평을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다. 윤양수 문체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의 말처럼, 이번 기념행사는 양국의 지난 30년 우정을 되새기는 것을 넘어, 앞으로 더욱 깊고 넓어질 문화 협력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문화포털

온정마저 얼어붙었다…'텅 빈 연탄 창고', 작년보다 40% 급감한 기부에 쪽방촌 '절망'

 겨울의 문턱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따뜻한 온정의 불씨마저 꺼져가고 있다. 서민들의 겨울을 지켜주던 까만 연탄이 이제는 귀한 몸이 되면서, 에너지 빈곤층의 시름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0월은 연탄 기부가 늘어나는 시기지만, 올해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접수된 기부량은 전년 대비 36%나 급감한 13만여 장에 그쳤다. 연간 누적 기부량 역시 24%나 줄어들어, 연탄은행이 목표로 세운 '500만 장 나눔'은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해마다 오르는 연탄값에 더해 얼어붙은 경기 침체 여파가 소외된 이웃의 겨울을 더욱 춥고 혹독하게 만들고 있다.연탄 기부의 급감은 곧바로 취약계층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현재 전국의 연탄 사용 가구는 약 6만 가구로 추산되며, 이들 대부분은 도시가스나 중앙난방의 혜택이 닿지 않는 쪽방촌이나 가파른 달동네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다. 연탄 사용 가구 수가 매년 조금씩 줄고는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끊기는 속도는 이보다 훨씬 가파르다. 온정의 속도가 현실의 어려움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당장 오늘 밤의 추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난방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가장 약한 고리를 어떻게 방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단면이다.이러한 '연탄 대란'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의 그늘이 꼽힌다. 해마다 온정을 보태던 기업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후원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지원을 미루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탄은행 관계자는 "꾸준히 후원을 이어오는 대기업은 사실상 한 곳 정도에 불과하다"며 "기부 물량이 부족해 지방에는 배달하지 못하고 서울에만 겨우 전달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개인 기부자들의 주머니 사정 역시 팍팍해지면서, 한때 줄을 이었던 연탄 나눔 봉사활동의 온기마저 예년 같지 않은 상황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탄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붕괴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뇌관이 되고 있다. 배달비를 포함한 연탄 한 장의 소비자 가격은 이미 1,000원을 훌쩍 넘어 지난해보다 최대 30% 이상 치솟았다. 여기에 수익성 악화로 전국의 연탄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현실은 구조적인 위기를 심화시킨다. 2000년대 중반 40곳이 넘던 공장은 이제 17곳만 남았다. 특히 지난해 서울의 마지막 연탄 공장이었던 이문동 공장이 56년 만에 폐업하면서, 이제 수도권 전체의 연탄 보급을 경기도 동두천 공장 한 곳이 떠맡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었다. 공장이 멀어질수록 운송비와 인건비는 오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연탄값에 전가되어 가장 가난한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