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담 임용 '영구 기록물' 실종…경찰, 인천대 총장 정조준

 인천대학교 전임교원 임용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찰이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 수사에 착수했다. 4일 인천 연수경찰서는 이인재 인천대 총장 등을 피고발인으로 적시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고발인은 유승민 전 의원의 딸 유담 씨의 채용 과정이 불공정했고, 인천대가 '전임 교원 신규 임용 지침'상 영구 보존 대상인 채용 관련 문서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는 대학 본부 교무처 인사팀, 채용 심사위원, 채용 기록 관리 담당자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대상은 채용의 공정성 논란과 별개로 기록 보존 의무 위반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경찰은 관련 서류의 존재와 관리 체계, 보존 기간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평가표·회의록·전산 로그 등 채용 전 과정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논란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31살의 유담 교수는 논문 질적 심사에서 18.6점으로 하위권이었지만, 학력·경력·논문 양적 심사에서 만점을 받아 1차 심사를 전체 2위로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학·해외 경험이 없고 기업 경력도 뚜렷하지 않은데 경력 점수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유 씨는 2025학년도 2학기 인천대 글로벌정경대학 무역학부 전임교원으로 최종 합격했다. 인천대는 즉각 반박에 나서 "내부 지침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평가 항목과 배점이 사전에 설정돼 전체 지원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됐다"며 "절차적 정당성은 유지됐다"고 밝혔다. 다만 '영구 보존' 대상 문서의 범위와 실제 보존 상태에 관한 해석 차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기록 관리 위반 판단을 넘어 채용 평가 체계의 합리성과 정성평가의 투명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록 보존 의무 위반이 확인될 경우 절차상 하자와 기관 책임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으며, 반대로 적법 관리가 입증되면 특혜 의혹의 핵심은 배점 기준의 타당성과 심사 과정 공개 수준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교육부 감사, 추가 행정조치, 당사자 및 대학 측의 법적 대응 등이 뒤따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 교원 채용 과정 전반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 평가표 표준화, 외부위원 비율 상향 등 제도 개선 논의가 재점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천대와 수사당국은 향후 조사 진행 상황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문화포털

‘호프’ 북미 흥행, 왜 기대에 못 미쳤나

한국 영화 ‘호프’가 북미에서 한국 영화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60개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기대만큼 강한 흥행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다만 북미 관객에게 비주류로 여겨지는 해외 영화의 한계와 자막 영화에 대한 진입장벽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흥행 실패로만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프’는 지난달 9일 북미 극장에 걸렸다. 미국 흥행 집계 사이트 더 넘버스에 따르면 개봉 첫 주말 매출은 약 322만 달러였다. 주중 실적까지 합친 첫 주 매출은 약 492만 달러였으며, 첫 주말 흥행 순위는 9위였다. 지난 주말까지 누적 매출은 802만 달러로 집계됐다.한국 영화 가운데 북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린 작품은 ‘킹 오브 킹스’와 ‘기생충’이다. ‘호프’는 이들에 이어 역대 북미 흥행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그러나 ‘호프’의 성적을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중급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비가 약 5,000만 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첫 주말 매출이 1,000만 달러에 못 미치면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할리우드 영화의 기준으로 보면 ‘호프’의 북미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반면 한국 영화가 북미 극장가에서 마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북미 관객 상당수는 미국 밖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상대적으로 비주류로 받아들이는 데다 자막이 있는 영화에 대한 선호도도 높지 않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했지만 이들이 티켓 판매를 크게 끌어올릴 정도의 스타 파워를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그럼에도 영화계에서 ‘호프’의 북미 성적을 아쉽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중요하게 겨냥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호프’는 해외 인지도가 높은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고 해외 선판매 역시 활발하게 이뤄졌다.투자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호프’는 약 200개국에 선판매됐다. 한국 영화가 해외에 판매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규모로 평가된다. 특히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호프’의 해외 선판매 총액이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제작비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제작비 부담도 ‘호프’가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했던 이유로 꼽힌다. 투자배급사는 정확한 제작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작 초기 영화계에서는 약 450억 원으로 추정했고 이후 650억 원까지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투자배급사는 업계의 제작비 추정액은 풍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영화계에서는 순제작비가 5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마케팅 등 개봉 비용까지 더하면 총제작비는 53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순제작비를 450억 원으로 잡더라도 총제작비는 480억 원 수준이다.국내 극장 수익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상당한 관객이 필요하다. 총제작비가 530억 원이라면 국내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약 1,100만 명의 관객이 필요하고, 480억 원을 기준으로 해도 약 1,000만 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외 시장 공략이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셈이다.‘호프’의 출발점도 영화가 아니었다. 나홍진 감독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이 작품을 6부작 드라마로 기획하고 각본을 썼다. 국내 투자배급사가 초기 비용을 지원했고, 이후 한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약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뜻을 보였다.하지만 각본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외계 행성과 외계인 중심의 이야기를 지구와 인간 중심으로 바꾸기를 원했다. 수정 요구와 거부가 이어지면서 결국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프로젝트에서 빠졌고, 국내 투자배급사만으로 1,000억 원 규모의 드라마를 제작하기는 어려웠다.결국 ‘호프’는 드라마에서 영화로 방향을 바꿨다. 대규모 제작비와 해외 시장을 겨냥한 기획, 높은 해외 선판매 성과까지 갖췄지만 북미 극장에서는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호프’의 북미 성적은 한국 영화가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