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꼬리 자르기"...'현지누나' 향하는 칼끝, 대통령실 정조준

 대통령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현지누나' 논란에 대해 본인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 실장은 최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에서 민간 협회장 인사 청탁과 관련해 언급된 인물로 지목되자, "나는 유탄을 맞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는 김 전 비서관과 문 의원의 부적절한 대화로 인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신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김 실장은 자신이 대통령실의 실질적인 인사 권한을 쥐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하며, 이번 사태와 자신을 연관 짓는 것에 대해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번 논란의 여파로 김남국 전 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정치권의 파장은 오히려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야권에서는 김 전 비서관의 사퇴를 두고 핵심 인물인 김현지 실장을 보호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며 공세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번 사태가 김 전 비서관의 사퇴로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며, 이는 국민적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이번 인사 청탁 의혹의 본질이 김 전 비서관 개인의 일탈이 아닌, 대통령실 내부의 구조적인 인사 시스템 문제와 특정 인물의 과도한 영향력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야권의 공세는 김현지 실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김재섭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인사 농단의 장본인은 김현지인데 왜 사의 표명을 김남국이 하나"라고 반문하며, 김 전 비서관의 처지를 '왕세자 대신 매를 맞는 태동'에 비유했다. 이는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대통령실의 대응을 신랄하게 비꼰 것이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 역시 "이 사안의 중심은 김남국이 아니라 김현지"라고 못 박으며, 익숙한 꼬리 자르기와 시간 끌기 수법으로 사태를 축소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야당들은 일제히 김 실장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사퇴를 포함한 대통령실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야권이 이처럼 김현지 실장을 이번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하는 배경에는 그의 오랜 정치적 이력과 대통령실 내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김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28년간 인연을 이어온 최측근 중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을 맡았다가 장·차관 인사에까지 관여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현지누나'라는 짧은 언급만으로도 그가 여전히 인사 문제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으며, 야권은 이를 고리로 삼아 대통령실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문화포털

‘호프’ 북미 흥행, 왜 기대에 못 미쳤나

한국 영화 ‘호프’가 북미에서 한국 영화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60개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기대만큼 강한 흥행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다만 북미 관객에게 비주류로 여겨지는 해외 영화의 한계와 자막 영화에 대한 진입장벽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흥행 실패로만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프’는 지난달 9일 북미 극장에 걸렸다. 미국 흥행 집계 사이트 더 넘버스에 따르면 개봉 첫 주말 매출은 약 322만 달러였다. 주중 실적까지 합친 첫 주 매출은 약 492만 달러였으며, 첫 주말 흥행 순위는 9위였다. 지난 주말까지 누적 매출은 802만 달러로 집계됐다.한국 영화 가운데 북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린 작품은 ‘킹 오브 킹스’와 ‘기생충’이다. ‘호프’는 이들에 이어 역대 북미 흥행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그러나 ‘호프’의 성적을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중급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비가 약 5,000만 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첫 주말 매출이 1,000만 달러에 못 미치면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할리우드 영화의 기준으로 보면 ‘호프’의 북미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반면 한국 영화가 북미 극장가에서 마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북미 관객 상당수는 미국 밖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상대적으로 비주류로 받아들이는 데다 자막이 있는 영화에 대한 선호도도 높지 않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했지만 이들이 티켓 판매를 크게 끌어올릴 정도의 스타 파워를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그럼에도 영화계에서 ‘호프’의 북미 성적을 아쉽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중요하게 겨냥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호프’는 해외 인지도가 높은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고 해외 선판매 역시 활발하게 이뤄졌다.투자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호프’는 약 200개국에 선판매됐다. 한국 영화가 해외에 판매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규모로 평가된다. 특히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호프’의 해외 선판매 총액이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제작비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제작비 부담도 ‘호프’가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했던 이유로 꼽힌다. 투자배급사는 정확한 제작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작 초기 영화계에서는 약 450억 원으로 추정했고 이후 650억 원까지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투자배급사는 업계의 제작비 추정액은 풍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영화계에서는 순제작비가 5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마케팅 등 개봉 비용까지 더하면 총제작비는 53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순제작비를 450억 원으로 잡더라도 총제작비는 480억 원 수준이다.국내 극장 수익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상당한 관객이 필요하다. 총제작비가 530억 원이라면 국내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약 1,100만 명의 관객이 필요하고, 480억 원을 기준으로 해도 약 1,000만 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외 시장 공략이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셈이다.‘호프’의 출발점도 영화가 아니었다. 나홍진 감독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이 작품을 6부작 드라마로 기획하고 각본을 썼다. 국내 투자배급사가 초기 비용을 지원했고, 이후 한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약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뜻을 보였다.하지만 각본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외계 행성과 외계인 중심의 이야기를 지구와 인간 중심으로 바꾸기를 원했다. 수정 요구와 거부가 이어지면서 결국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프로젝트에서 빠졌고, 국내 투자배급사만으로 1,000억 원 규모의 드라마를 제작하기는 어려웠다.결국 ‘호프’는 드라마에서 영화로 방향을 바꿨다. 대규모 제작비와 해외 시장을 겨냥한 기획, 높은 해외 선판매 성과까지 갖췄지만 북미 극장에서는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호프’의 북미 성적은 한국 영화가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