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 서울 상륙, 첫 전시는 '입체파의 모든 것'

 서울 여의도의 상징 63빌딩에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보고, 퐁피두센터가 문을 연다. 한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퐁피두센터 한화'가 오는 6월, 과거 아쿠아리움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미술관을 개관하고 그 화려한 서막을 올릴 첫 전시로 '입체파'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새롭게 탄생하는 미술관은 63빌딩 별관 전체를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루브르 박물관 리노베이션을 맡았던 세계적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의 설계로, 약 1,500㎡(454평) 규모의 메인 전시장 두 개를 갖춘 지상 4층 건물로 재탄생했다. 수중 생물로 가득했던 공간이 이제는 20세기 미술사를 뒤흔든 걸작들로 채워질 준비를 마쳤다.

 


개관을 기념하는 첫 번째 전시는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으로 불리는 '입체파(Cubism)'의 여정을 따라간다.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라는 두 거장의 초기 작품을 필두로, 후안 그리, 페르낭 레제 등 입체파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한국을 찾는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명 작가의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입체파의 탄생부터 로베르 들로네와 소니아 들로네의 다채로운 색채, 그리고 1920년대 르코르뷔지에가 이끈 순수주의와 아르데코의 장식적인 경향에 이르기까지, 입체주의가 시대와 만나 어떻게 발전하고 변주되었는지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퐁피두센터 한화'의 개관은 2023년 한화그룹과 퐁피두센터가 체결한 파트너십의 첫 결실이다. 한화문화재단은 4년간의 운영권을 보장받아, 매년 두 차례의 퐁피두센터 소장품 기획전과 두 차례의 자체 기획전을 선보이며 국내 문화예술 지평을 넓혀갈 계획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장품들이 대거 한국을 찾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파리 퐁피두센터 본관의 장기 휴관이 있다. 5년간의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감에 따라, 그곳에 있던 주옥같은 작품들이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분관에서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열린 것이다.

 

문화포털

‘호프’ 북미 흥행, 왜 기대에 못 미쳤나

한국 영화 ‘호프’가 북미에서 한국 영화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60개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기대만큼 강한 흥행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다만 북미 관객에게 비주류로 여겨지는 해외 영화의 한계와 자막 영화에 대한 진입장벽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흥행 실패로만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프’는 지난달 9일 북미 극장에 걸렸다. 미국 흥행 집계 사이트 더 넘버스에 따르면 개봉 첫 주말 매출은 약 322만 달러였다. 주중 실적까지 합친 첫 주 매출은 약 492만 달러였으며, 첫 주말 흥행 순위는 9위였다. 지난 주말까지 누적 매출은 802만 달러로 집계됐다.한국 영화 가운데 북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린 작품은 ‘킹 오브 킹스’와 ‘기생충’이다. ‘호프’는 이들에 이어 역대 북미 흥행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그러나 ‘호프’의 성적을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중급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비가 약 5,000만 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첫 주말 매출이 1,000만 달러에 못 미치면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할리우드 영화의 기준으로 보면 ‘호프’의 북미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반면 한국 영화가 북미 극장가에서 마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북미 관객 상당수는 미국 밖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상대적으로 비주류로 받아들이는 데다 자막이 있는 영화에 대한 선호도도 높지 않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했지만 이들이 티켓 판매를 크게 끌어올릴 정도의 스타 파워를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그럼에도 영화계에서 ‘호프’의 북미 성적을 아쉽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중요하게 겨냥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호프’는 해외 인지도가 높은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고 해외 선판매 역시 활발하게 이뤄졌다.투자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호프’는 약 200개국에 선판매됐다. 한국 영화가 해외에 판매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규모로 평가된다. 특히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호프’의 해외 선판매 총액이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제작비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제작비 부담도 ‘호프’가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했던 이유로 꼽힌다. 투자배급사는 정확한 제작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작 초기 영화계에서는 약 450억 원으로 추정했고 이후 650억 원까지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투자배급사는 업계의 제작비 추정액은 풍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영화계에서는 순제작비가 5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마케팅 등 개봉 비용까지 더하면 총제작비는 53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순제작비를 450억 원으로 잡더라도 총제작비는 480억 원 수준이다.국내 극장 수익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상당한 관객이 필요하다. 총제작비가 530억 원이라면 국내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약 1,100만 명의 관객이 필요하고, 480억 원을 기준으로 해도 약 1,000만 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외 시장 공략이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셈이다.‘호프’의 출발점도 영화가 아니었다. 나홍진 감독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이 작품을 6부작 드라마로 기획하고 각본을 썼다. 국내 투자배급사가 초기 비용을 지원했고, 이후 한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약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뜻을 보였다.하지만 각본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외계 행성과 외계인 중심의 이야기를 지구와 인간 중심으로 바꾸기를 원했다. 수정 요구와 거부가 이어지면서 결국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프로젝트에서 빠졌고, 국내 투자배급사만으로 1,000억 원 규모의 드라마를 제작하기는 어려웠다.결국 ‘호프’는 드라마에서 영화로 방향을 바꿨다. 대규모 제작비와 해외 시장을 겨냥한 기획, 높은 해외 선판매 성과까지 갖췄지만 북미 극장에서는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호프’의 북미 성적은 한국 영화가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