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등장한 'Z세대 사절' 공고, 대체 무슨 일?

 스위스의 한 기업이 'Z세대 사절'이라는 문구를 내건 채용 공고를 내면서 유럽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세대 갈등에 불이 붙었다. 취리히 인근의 한 돌봄서비스 업체가 팀장급 직원을 구하면서 특정 세대를 배제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공고에는 '월요일, 금요일 병가 마인드 사절'이라는 노골적인 문구까지 포함되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부정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문구는 삭제됐지만, 이 사건은 Z세대를 게으르고 책임감 없다고 보는 사회적 편견이 실재함을 보여주며 큰 파장을 낳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편견이 실제 통계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스위스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연령대별 평균 병가 일수는 오히려 55~64세가 가장 많았고, 청년층은 그보다 적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를 향한 비판이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존재했던 해묵은 고정관념일 뿐이며, 세대 간의 차이보다 세대 내 개인의 차이가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세대 논쟁은 스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청년층의 노동관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부모 세대는 불평 없이 독일을 재건했다"며 '워라밸'을 중시하는 세태를 비판했고, 집권 여당은 개인적 여가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통계적 사실과는 배치된다. 독일 정부 자문기구와 노동청 산하 연구소는 오히려 Z세대의 노동 참여율이 과거보다 상승했으며, 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이 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저성장의 책임을 정치권이 청년층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많은 청년에게 필수가 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Z세대 논쟁'은 실제 데이터와 무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쉽게 사회적 담론으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럽 각국에서 벌어지는 이 갈등은 변화하는 노동 가치관과 기성세대의 불안감이 충돌하는 현상으로, 단순히 한 세대를 문제 삼는 방식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려운 복합적인 과제임을 시사한다.

 

문화포털

군산 근대유산이 밤마다 빛난다

전북 군산 원도심이 밤마다 빛의 무대로 변하고 있다. 옛 군산세관 본관부터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까지 일제강점기 수탈과 근대 산업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에 영상과 시민의 이야기가 더해졌다. 건축물에 영상을 비추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철길과 거리를 걸으며 군산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는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군산’이다. 14일 군산시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오는 20일까지 군산 원도심 일대에서 진행된다. ‘빛을 품은 군산번화구경’을 주제로 9개 근대유산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 관람객에게 선보인다.관람은 옛 군산세관에서 시작된다. ‘빛의 씨앗’ 이야기를 따라 내항 철로와 근대화거리 등을 이동하며 약 90분 동안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이다. 한 장소에 머물러 영상만 바라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직접 걸어 다니는 과정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구성했다.행사는 군산의 역사를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로 보여주는 데도 머물지 않았다. 내항 철로를 비롯해 산업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무조건 지우거나 아름답게 포장하는 대신, 지금 그곳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작품에 함께 담았다.특히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과 일상의 얼굴을 활용해 전문가의 시선만으로 군산의 역사를 해석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거의 흔적이 남은 공간 위에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겹쳐 놓으면서 근대유산을 오늘의 삶과 연결했다.아이와 손을 잡고 철길을 걷는 가족의 모습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웃과 함께 동네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시민들의 모습 역시 전시 안에 담겼다. 오래된 건축물과 철로를 단순히 빛으로 꾸미는 것을 넘어 개인의 기억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현재의 일상 속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이번 행사는 특정 건축물 하나를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여러 근대유산을 거리로 연결하고 그 사이에 시민들의 삶을 담아내면서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전시장처럼 활용했다. 국가유산을 활용하는 범위를 건축물에서 거리로, 다시 시민들의 일상으로 확장한 셈이다.결국 올해 행사가 보여주려는 것은 화려한 영상 자체에만 있지 않다. 오래된 공간에 빛을 더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낼 것인가보다 ‘왜 이 장소여야 하는가’, ‘이 빛을 통해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더 가까운 행사다.군산의 밤을 밝히는 빛은 근대유산에 남아 있는 시간을 비춘다. 관람객은 옛 세관에서 출발해 철길과 근대화거리를 직접 걸으며 흩어져 있던 장소와 기억을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간다. 과거의 흔적 위에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더해지면서 군산 원도심은 역사와 현재가 함께 존재하는 새로운 빛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