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한에 '영구 차단' 박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9차 노동당 당대회를 통해 한국을 '동족'의 범주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미국과는 조건부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어두는 파격적인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공식화했다. 남북 관계는 사실상 '단절'을 선언한 반면, 북미 관계는 '대화'의 여지를 남기며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당대회 연설에서 한국을 향해 전례 없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핵심은 '민족 개념의 폐기'다. 그는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며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선대부터 이어져 온 '통일 지향적 특수관계'를 완전히 부정하고, 남북을 별개의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는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최고 지도기관인 당대회를 통해 공식 확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현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의 유화적 태도를 "서투른 기만극이자 졸작"이라고 폄하하며, "겉으로는 평화를 제창하면서 뒤로는 북한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이중적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더 이상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화의 상대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위협의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김 위원장은 "한국이 우리 안전 환경을 다치게 하는 부잡스러운 행동을 할 경우, 임의의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며 "그 연장선에서 한국의 완전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는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남한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노골적인 협박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을 향한 메시지는 사뭇 달랐다. 김 위원장은 "최강경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이 우리 국가의 현 지위(핵보유국)를 존중하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제재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북미 관계 정상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한 "평화적 공존이든 영원한 대결이든 우리는 모든 것에 준비되어 있다"며 공을 미국 측에 넘겼다. 이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등을 염두에 두고, 차기 미 행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의 부활로도 읽힌다.

 


김 위원장은 향후 행보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적수들은 우리가 무엇을 구상하고 계산하는지 알 수 없으며, 또 몰라야 한다"며 "그것이 적들에게는 털어버릴 수 없는 불안과 공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예측 불가능성을 무기로 한미 양국의 대응 혼선을 유도하려는 심리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당대회 당일인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신형 전략무기 등을 과시하며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김 위원장의 강경한 대남·대미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화포털

AI 뒤에 숨은 실적주의, 대학 교육 본질 말살하나

 이공계 대학원 교수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을 연구비 확보를 위해 분투하는 중소기업 사장에 비유하는 자조 섞인 농담이 유행한 지 오래다. 연구와 학생 지도라는 본업보다 정부 과제를 따내기 위해 외부로 뛰어다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학원생 급여 상한선까지 인상되면서, 수십 명의 제자를 거느린 교수보다 차라리 자기 공부에만 전념하는 학생의 처지가 더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부담은 결국 교수들이 학생 지도가 필요 없는 정부출연연구소나 기업체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인공지능(AI)은 대학의 교육 기피 현상에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교수들에게 AI는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고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인간 대학원생보다 훨씬 다루기 쉬운 대체재로 인식된다. 연구 과정의 상당 부분이 반복적인 단순 작업임을 고려할 때, AI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연구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다. 결과적으로 학생 없는 연구실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술 지형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하지만 AI 시대를 맞이한 대학의 이러한 변화 이면에는 위험한 의도가 숨어 있다. 대학의 본질적인 교육 기능을 외면한 채 단순한 실적 생산 기지로 남으려는 욕망을 AI라는 기술적 필연성으로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논문을 조립하는 컨베이어 벨트로 변질되는 것은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교육의 번거로움을 털어내고 성과만 챙기려는 인간의 욕구를 AI라는 방패로 정당화한 결과에 가깝다. 시대적 흐름이라는 핑계는 교육 방치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 있다.본래 대학과 대학원은 지식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전수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된 일부 연구자들은 교육에 들어가는 노력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간주한다. 이들에게 AI는 "시대가 변해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제공하며 지금까지의 교육 소외 행태를 합리화하는 수단이 된다. 심지어 이러한 변화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를 시대에 뒤처진 낙오자로 몰아세우며 대학의 공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대학원에서의 교육은 그동안 연구 과제 수행 과정에서 얻어지는 일종의 '부산물'처럼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체계적인 커리큘럼보다는 노동 현장에서 부수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환경이었기에, AI의 등장은 그나마 유지되던 도제식 교육마저 끊어놓고 있다. 학생들은 연구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기보다 컨베이어 벨트의 부품처럼 협소한 영역의 작업만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학생이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기회는 사라지고, 대학은 오로지 우수 학술지 게재라는 수치에만 집착하게 된다.결국 AI로 인한 대학의 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의 선택 문제로 귀결된다. 대학에서 교육을 삭제하고 싶은 이들이 AI라는 도구를 앞세워 자신들의 계획을 관철하고 있는 셈이다. 고등교육기관이 사회적 목적을 다하기 위해서는 실적 지상주의에 저항하고 배움의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 연구 성과가 곧 교육의 질이라는 안일한 가정을 버리고, 학생이 연구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재구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