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최대 국립대 탄생, 통합 강원대 공식 출범

 강원대학교와 국립강릉원주대학교가 하나로 뭉친 통합 '강원대학교'가 공식적인 출범을 알리며 매머드급 국립대학의 탄생을 선포했다. 지난 30일 춘천캠퍼스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통합 비전 선포식'은 양 대학의 결합을 대내외에 공표하고 향후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정재연 강원대 총장을 비롯해 김진태 강원지사와 교육부 관계자, 전국 국공립대 총장 등 주요 인사와 대학 구성원 1,000여 명이 참석해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이번 통합은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대학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국가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강원대학교는 학생 수 3만 명, 교수진 1,400명 규모를 갖춘 전국 최대 수준의 국공립 대학으로 우뚝 섰다. 강원대와 교육부는 이번 선포식을 기점으로 '통폐합 이행 협약'을 체결하고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상호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지역과 대학이 가진 각자의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분하고, 통합 대학에 걸맞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센 파고 속에서 거점 국립대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정재연 총장은 기념사를 통해 통합 대학이 나아갈 5대 핵심 이행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가장 먼저 '강원 1도 1국립대학' 모델의 성공적인 안착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으며, AI 전환 시대를 선도할 인재 양성과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도약을 강조했다. 또한 지자체 및 산업계와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고, 최종적으로는 세계 대학 순위 100위권에 진입하는 글로벌 명문 대학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통합 이후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통합 강원대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별 산업 특색에 맞춘 '멀티 캠퍼스' 체제 구축에 있다. 춘천캠퍼스는 정밀의료와 바이오헬스, 데이터 산업을 중심으로 한 교육·연구 거점으로 운영되며, 강릉캠퍼스는 신소재와 해양바이오, 관광스포츠 분야의 협력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삼척캠퍼스는 액화수소와 에너지 산업에 특화된 산학협력 기지로, 원주캠퍼스는 반도체와 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전초기지로 활용된다. 각 캠퍼스의 독립적인 강점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대학 시스템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비전 선포 세레머니에는 춘천, 강릉, 삼척, 원주 등 각 캠퍼스 총장들이 모두 참여해 화합과 도약의 의지를 다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정 총장은 각 캠퍼스가 가진 고유의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 통합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강원대학교'라는 단일 브랜드 아래에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동력 삼아,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뛸 것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행사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강원대학교는 이번 통합을 통해 지역 혁신의 허브로서 대학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자체와 대학이 상생하는 '지·산·학' 생태계를 견고히 구축해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대한민국 국립대 통합의 이정표가 될 강원대학교의 행보는 향후 다른 지역 대학들의 구조 개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정 총장은 세계가 주목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문화포털

아시아 최초 사후 회고전, 마틴 파가 찍은 남과 북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마틴 파의 대규모 회고전이 16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작가의 작고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행사로, 1970년대 초기 흑백사진부터 말년의 원색적인 컬러 작업까지 500여 점의 사진과 90권의 사진책을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마틴 파는 생전 한국의 변화된 모습을 다시 카메라에 담고 싶어 했으나 건강 악화로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남긴 질문과 작품들은 이제 서울의 관객들과 마주하며 현대 사회의 소비와 욕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안한다.전시는 마틴 파의 초기 작업을 통해 그가 처음부터 화려한 색채의 조롱꾼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1970년대 그는 영국의 농촌 공동체와 비 내리는 거리의 풍경을 흑백 필름에 담으며 사라져가는 것들을 붙들려 노력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 미국의 컬러 사진가들에게 영감을 얻으며 그의 작품 세계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컬러 필름과 플래시를 들고 해변으로 나간 그는 휴가의 낭만 뒤에 숨겨진 지친 노동계급의 여가를 적나라하게 포착했다. 이러한 시도는 당시 사진계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가난을 구경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과 시대의 진실을 꿰뚫었다는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마틴 파의 카메라는 전쟁이나 혁명 같은 거대 담론 대신 슈퍼마켓, 파티, 음식 등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향한다. 그는 사람들이 사진가를 의식하지 않는 틈을 타 가장 대단하지 않은 순간을 포착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음식을 씹는 입 모양이나 명소를 등진 채 셀카를 찍는 관광객의 모습은 그의 렌즈를 통해 현대 인류학의 도감이 된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는 수백 장의 사진이 떼로 몰려올 때 발생하는 시각적 압도감이다. 반복되는 이미지들은 우리가 무엇을 사고 어디에 갔는지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는 소비 사회의 습관을 날카롭게 풍자한다.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촬영된 남북한 연작이다. 1997년 평양에서 국가가 연출한 배경 앞에 선 사람들을 찍었던 그는, 이듬해 서울로 건너와 시장이 만들어낸 과자 봉지와 장난감 숲에 둘러싸인 사람들을 기록했다. 체제는 달랐지만 두 공간 속의 인간들은 모두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 앞에 서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장바구니 속에 앉아 물건들에 포위된 아이의 모습은 2004년 한국 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묘한 기시감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이번 전시의 제목인 'We Are Martin Parr'는 사진 속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시사한다. 마틴 파는 관찰자로서 대상을 비웃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도 관광객이자 소비자로서 그 시스템 안에 존재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사진책을 단순한 보관함이 아닌 시대를 편집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여겼으며, 방대한 양의 사진책 수집을 통해 이미지의 힘을 탐구했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사진이 단순한 조롱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비판이 섞인 복합적인 시선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된다.마틴 파가 다시 서울을 찾았다면 아마도 스마트폰 화면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풍경을 담았을 것이다. 전시장 밖에서는 그가 예견했던 소비와 전시의 문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10월 18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회고전은 관람객들에게 다음 웃음거리를 찾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시대의 풍경이 과연 어떤 모습인지를 되묻게 한다. 거장이 남긴 질문은 전시장 벽면을 넘어 오늘날 서울의 거리 곳곳에서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