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한 장소만 찍어온 사진작가, 그의 렌즈가 포착한 '불변의 진실'은?

 한 장의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기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여기,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오롯이 한 공간에 바친 한 사진가의 묵직한 기록이 펼쳐진다. 차재철 사진가의 개인전 ‘홍천향교의 문화유산전–20여년의 기록’이 홍천미술관에서 열리며 잊혔던 시간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사진가와 홍천향교의 인연은 2005년 봄, 마치 운명처럼 시작됐다. 향교에서 열린 전통 혼례에 우연히 발을 들인 것을 계기로, 그의 렌즈는 이후 20년간 조용히 향교의 사계와 그 안의 사람들을 향했다. 청년유도회 활동부터 성균관 유교신문 기자, 강원일보 객원사진기자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자연스럽게 유교의 세계로 깊이 스며들었다.

 

사진의 배경이 되는 홍천향교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역사다. 조선 성종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서 깊은 공간은 6·25 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 속에서 완전히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잿더미 속에서 불사조처럼 일어나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고,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 공간에서 펼쳐지는 유교 전통문화의 핵심,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낸다. 한 인간의 성인식부터 혼례, 장례, 그리고 조상을 기리는 제례에 이르기까지, 각 의례가 품고 있는 고유의 색채와 상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20여 년간 반복된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진 속 자연의 빛깔은 해마다 미묘하게 변해갔지만, 묵묵히 전통을 이어가는 유림들의 모습과 그 정신만은 변치 않았다. 차 사진가는 단순히 풍경을 담는 것을 넘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과 ‘경로효친’이라는 유교적 가치를 생활 속에서 직접 체득했고, 그 깊은 철학을 한 컷 한 컷의 사진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의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차재철 작가는 말한다. “한 컷의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잊혀진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또 누군가에게는 위안과 응원이 되며 지나간 날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진이 단순한 기록에 머물지 않고,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그의 바람처럼, 20년의 오래된 기록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통과 정신이 어떤 의미로 살아 숨 쉬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매개가 되고 있다.

 

문화포털

정부, K-콘텐츠에 1.6조 '역대급' 투자 선언…'AI'로 제2의 BTS 신화 노린다

 정부가 내년도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격상시키고 'K-컬처 300조원 시대'라는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역대급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문화·예술·콘텐츠·관광·체육 분야에 편성된 총예산은 7조 7692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보다 무려 10.3%(7,290억 원)나 증가한 수치로,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정부의 강력한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단연 '콘텐츠'다. 콘텐츠 부문 예산은 올해 대비 26.5%라는 파격적인 증가율을 보이며 1조 6103억 원이 편성됐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K-콘텐츠 펀드 출자 규모를 기존 2950억 원에서 4650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여 제작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특히 미래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바꿀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다. AI 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은 올해 80억 원에서 약 3배인 238억 원으로 증액되었으며, 'AI 특화 콘텐츠 아카데미'를 신설하는 데 192억 원을 투입해 관련 분야의 핵심 인재를 직접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창작의 최전선에 있는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역시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된다. 특히 재능은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 예술가들을 위해 '청년창작자 지원' 항목으로 180억 원을 신규 편성했으며, 국립예술단 시즌단원제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세계적인 성과를 목표로 특정 장르에 대한 집중 투자도 이루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목표로 문학 분야 지원 예산을 올해 99억 원에서 206억 원으로 2배 이상 늘렸고, 브로드웨이를 겨냥한 K-뮤지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뮤지컬 지원 예산을 올해 31억 원에서 241억 원으로 무려 8배 가까이 상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향유 기회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공연·전시의 지방 순회 횟수를 연간 400회에서 1200회로 3배 확대하는 데 1123억 원을 투입한다.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도 눈에 띈다.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사랑 휴가지원제'가 65억 원의 예산으로 신설된다. 이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20개 지자체를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여행 경비의 50%, 최대 20만 원까지 환급해주는 파격적인 제도다. 이 외에도 'K-푸드로드 문화관광 활성화', 'K-지역관광 선도권역 프로젝트' 등 새로운 사업을 통해 지역 고유의 매력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체육 분야에서는 국민 건강 증진과 엘리트 체육의 선순환 구조 마련에 중점을 뒀다. 노후화된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예산을 증액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 지원을 신설했다. 또한, 고교 졸업 후 유망주들이 육성 공백을 겪지 않도록 '예비 국가대표 양성제도'를 도입하고, 은퇴 선수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한 일자리 지원 예산도 대폭 늘려 스포츠 생태계 전반의 건강성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