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없는 대회, 왕즈이의 설욕전이 시작됐다

 세계 랭킹 2위 왕즈이(중국)가 비교적 등급이 낮은 독일 오픈(슈퍼 300)에 출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상위권 랭커임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아래의 대회에 나선 것은 더 큰 목표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독일 오픈은 왕즈이에게 단순한 대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로 일주일 뒤 영국에서 열리는 최고 권위의 대회인 전영 오픈을 앞두고, 유럽 현지 시차와 코트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기 위한 최종 점검 무대이기 때문이다. 상금이나 랭킹 포인트보다는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특히 왕즈이는 '천적' 안세영(세계 1위)을 상대로 지난 1년 2개월 동안 10전 전패라는 치욕적인 상대 전적을 기록 중이다. 마침 안세영이 불참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지긋지긋한 연패의 흐름을 끊고, 자신감을 회복해 전영 오픈에 나서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 첫걸음은 가볍게 내디뎠다. 왕즈이는 24일 열린 대회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세계 53위 타스민 미르(인도)를 만나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세트 스코어 2-0(21-9, 21-14)으로 완승을 거뒀다. 경기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손쉽게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에는 왕즈이뿐만 아니라 한웨(5위, 중국), 포른파위 초추웡(8위, 태국) 등 전영 오픈을 겨냥한 다른 톱 랭커들도 컨디션 조절을 위해 대거 참가했다. 반면, 안세영을 비롯해 천위페이(3위, 중국), 야마구치 아카네(4위, 일본) 등 최상위 랭커들은 휴식을 택하며 전력을 비축하고 있다.

 

첫 경기를 완승으로 장식한 왕즈이는 이로써 대회 16강에 안착하며, 분위기 반전과 올해 첫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문화포털

800도 불길 뚫는 무인소방로봇, 현대로템이 소방청에 기증했다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첨단 기술이 이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재난 현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로템은 최근 자사의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인 'HR-셰르파'를 기반으로 제작한 무인소방로봇을 소방청에 전달하며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 섰다. 이번에 기증된 로봇들은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고온의 화재 현장에 투입되어 인명 피해를 줄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단순한 기증을 넘어 향후 100대 규모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방산 기술의 공공 서비스 전환이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한다.이러한 움직임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도 궤를 같이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산 무기의 정밀 타격 기술을 산불 진화에 접목할 경우 진압 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기술 개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의 감시 장비를 재난 감시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는 방위산업을 안보의 틀에만 가두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군사용으로 다져진 정밀 유도와 영상 분석 기술이 민간 재난 대응 체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산업계는 방산 기술의 민간 확장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무기 체계는 보통 양산이 종료되면 생산 라인 유지가 어렵지만, 재난 대응이나 공공 안전 분야로 수요가 확장되면 안정적인 내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곧 부품 공급망의 안정화와 생산 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한국 방산 제품의 국제적인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결국 비군사적 위기 대응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방산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핵심 열쇠가 되는 셈이다.이미 성공 사례도 존재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리온 헬기는 군용으로 시작해 소방과 산림 등 공공 분야로 영역을 넓힌 뒤 해외 수출까지 성공한 대표적인 모델이다. 육군에서 성능을 검증받은 수리온은 산불 진화용으로 개조되어 국내에서 실전 데이터를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이라크와 대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자국 내 공공기관에서의 운용 실적이 해외 바이어들에게 강력한 신뢰를 주는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로, 재난 대응 분야가 새로운 수출 시장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이번 무인소방로봇의 등장은 현재 진행 중인 다목적 무인차량(MUGV) 양산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지만, 성능 평가 기준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일정이 지연되어 왔다. 업계에서는 실제 공공기관에서 장비를 운용하며 축적된 데이터가 기술 성숙도를 증명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기증이 표류하던 사업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는 이유다.현대로템은 지난 24일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무인소방로봇의 시범 기동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가속화되면서 방산 기술은 이제 전쟁터가 아닌 우리 일상의 안전을 책임지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번 기증을 시작으로 무인 플랫폼의 활용 범위를 더욱 넓혀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