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눈' 양성하는 안내견 학교

 시각장애인 안내견 '신비'가 보행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 멈추고, 훈련사의 지시가 있자 그제야 건너는 모습을 보였다. 신비는 1년 8개월 된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훈련 중인 안내견이다. 

 

신비는 역 일대를 도는 동안 어떤 소음이나 방해가 있더라도 안내를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동물을 보고 몰려들거나, 다른 반려견을 만나도 임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신비에게 훈련사는 간식을 주며 칭찬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을 안내할 때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하철 승하차 훈련에서도 신비는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멈추고, 훈련사의 확인 후 걷기 시작했다. 안내견이 멈추는 것은 단차가 있는 곳에서 정지해 시각장애인이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지하철 내부에서 울리는 소음에도 신비는 차분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1시간이 넘도록 계속 걸으며 훈련을 진행했지만, 안내견 입장에서는 '간식도 주는데, 산책까지 할 수 있는 놀이 시간'이라 행복한 시간이라고 한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올해 31년째를 맞이했다.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개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1993년에 설립했으며, 세계에서 기업이 운영하는 유일한 안내견 양성 기관이다. 안내견 후보들은 8개월가량의 교육을 받고, 합격하면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된다. 합격률은 약 35%로, 매년 5000여 마리중 12~15마리만 안내견이 된다.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는 시험이므로 통과하기가 어렵다. 만약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일반 가정으로 보내진다.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교장은 "안내견이 될 성격을 가진 강아지를 선별해 사회화하고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안내견학교 초기에는 한국이 '개를 먹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어 해외 안내견학교와의 협력하기 어려웠지만, 수많은 노력을 거쳐 아시아 최고의 양성 기관으로 거듭났다. 이에 일본과 대만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문화포털

부모견 중 한 마리만 있어도 50% 증가... 반려견 슬개골 탈구의 무서운 유전력

 국내 반려견 사육 환경의 특성상 소형견을 키우는 비중이 해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좁고 밀집된 주거 환경이 주된 이유다. 이런 환경에서 동물병원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슬개골 탈구'다. 슬개골 탈구는 반려견의 뒷다리 무릎뼈가 원래 위치를 벗어나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움직이면서 통증과 절뚝거림을 유발하는 질환이다.이 질환이 워낙 유명해지면서 많은 반려견 보호자들이 나름의 예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집 안 곳곳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반려견이 두 발로 서는 행동을 막는 모습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하지만 여기에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미끄러운 바닥이나 두 발 서기로 인해 슬개골 탈구가 발생하는 경우는 실제로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슬개골 탈구의 발병 원인을 분석해보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무려 90%가 유전적 또는 선천적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는 마치 사람의 탈모와 비슷한 기전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견 중 한 마리라도 슬개골 탈구가 있는 경우, 자견의 유병률은 50%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일부 견종에서 슬개골 탈구와 연관성이 깊은 특정 유전자까지 발견되고 있다.즉, 한 반려견이 부모견으로부터 슬개골 탈구에 취약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면, 아무리 집 안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두 발 서기를 못하게 해도 발병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는 많은 보호자들이 믿고 있던 상식을 뒤엎는 충격적인 사실이다.그렇다고 해서 집 안에 설치한 미끄럼 방지 매트를 모두 치우라는 것은 아니다. 약 10%의 슬개골 탈구는 외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격렬한 공놀이를 하거나 소파, 침대 같은 높은 곳에서 반복적으로 뛰어내리는 과격한 움직임은 기존에 없던 슬개골 탈구를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초기 단계였던 탈구가 더 심각한 단계로 악화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슬개골 탈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외과적 수술이다. 시중에는 슬개골 탈구에 효과가 좋다고 광고하는 각종 영양제, 보조기, 마사지 방법 등이 넘쳐나지만, 이들은 탈구로 인해 발생하는 관절염이나 통증 같은 2차 증상을 일시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일 뿐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슬개골 탈구는 진행 단계에 따라 1단계부터 4단계까지 구분된다. 1단계는 손으로 밀면 쉽게 탈구되지만 평상시에는 제 위치를 유지하는 상태다. 2단계는 가끔 저절로 탈구되고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하는 단계로, 이때부터 탈구 시 순간적인 통증이 동반된다. 3단계는 평소 탈구된 상태이지만 힘을 가하면 제 위치로 환납되는 상태이고, 4단계는 항상 탈구되어 있어 손으로 밀어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가장 심각한 단계다.수술을 결정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다리를 들거나 저는 증상이 지속되는 1~2단계, 그리고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3단계 이상이면 수술이 권장된다. 특히 성장기인 어린 반려견의 경우에는 더욱 적극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성장기에는 슬개골 탈구가 뼈와 관절의 변성을 빠르고 심하게 유발하기 때문이다.이미 슬개골 탈구가 진행된 반려견에게는 달리기를 조심해야 한다. 특히 2단계 이상 탈구가 진행됐을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슬개골 탈구는 말 그대로 슬개골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면서 관절에 손상을 주는 질환인데,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면 손상이 더욱 심해진다. 실제로 수술 중 관절면을 육안으로 관찰해보면, 많이 뛰어다니는 반려견일수록 손상 정도가 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하지만 달리기를 삼가야 한다고 해서 모든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운동량이 과도하게 감소하면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슬개골 탈구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때 가장 추천되는 운동은 평지를 천천히 걷는 것이다. 수영도 슬개골 건강에 매우 이롭지만, 반려견과 일상적으로 수영장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슬개골 탈구는 흔한 질환인 만큼 잘못된 정보와 오해도 많다. "미끄럼 방지 매트로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 "운동을 아예 시키면 안 된다" 등이 대표적인 잘못된 상식이다. 이런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반려견의 건강이 오히려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슬개골 탈구를 비롯해 견종별로 자주 발생하는 유전성 질환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은 물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너무 늦지 않게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반려견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유전적 요인이 강한 질환이라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