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미래? 혁신적인 경험으로 수요를 끌어모으다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은 상영관 한 곳을 이용해 독특한 이벤트를 열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화면과 함께 익숙한 영화관 좌석 5개가 눈에 띄는데, 좌석에 앉아 상영되는 짧은 영상은 관객을 초등학교 동창생 관계로 상정하게 한다. 관객들은 낯선 시골 동네에서 전문 배우들과 함께 탈출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처럼 영화계는 팬데믹 이후 관객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라이브 시네마관’을 비롯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탐색하고 있다. 상영관을 개조하여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는 '라이브 시네마관'은 주말 회차의 티켓 가가 24만 원임에도 전체 매진 상태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이 행사는 관객들의 영화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시작했으며,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GV가 진행하는 다른 실험은 '스낵무비'로, 현대자동차와 배우 손석구가 만든 13분 분량의 단편영화 ‘밤낚시’를 전국 15개 상영관에서 6일간 단독 상영한다. 이 영화는 10분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며, 티켓가는 단 1000원으로 저렴하다. 그럼에도 첫날 사전 좌석 판매율은 80%를 넘어섰으며, 많은 관람객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CGV 관계자는 “이번 ‘스낵무비’ 시도가 성공적이라면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를 극장에서 선보일 계획”이라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멀티플렉스 회사들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지속되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영화관의 본질적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화포털

지금은 대박, 초연은 쪽박…'호두까기인형'의 충격적인 흑역사

 매년 12월이면 전 세계 공연장을 어김없이 점령하는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이제 크리스마스 시즌을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차이콥스키의 환상적인 음악과 함께 소녀 클라라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꿈속 과자 나라를 여행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수십 년간 관객들을 매료시켜왔다. 하지만 지금의 찬란한 명성과는 달리,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호두까기인형'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당시 비평가들은 "예술적으로 전혀 기대할 것이 없는 작품", "발레라는 장르를 한 단계 후퇴시켰다"는 등 혹평을 쏟아내며 이 작품에 사형 선고를 내렸다.초연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것은 바로 무대를 가득 채운 '아이들'이었다. 주인공 클라라와 프리츠 남매는 물론, 파티에 온 친구들, 장난감 병정과 쥐, 눈송이 등 수십 명에 달하는 역할에 황실발레학교 학생들이 대거 투입됐다. 이전에도 발레 공연에 어린이가 잠시 등장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작품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것은 '호두까기인형'이 처음이었다. 비평가들은 "아이들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통에 어른 무용수들의 춤까지 방해했다", "무대가 너무 어수선해서 참을 수 없었다"는 신랄한 리뷰를 남겼다. 결국 '호두까기인형'은 초연의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장의 레퍼토리에서 자취를 감췄고, 이후 1919년과 1934년 러시아에서 재안무될 때는 아이들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성인 무용수로 교체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이루어졌다.러시아에서 외면받았던 '호두까기인형'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실패의 원인이었던 '아이들'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미국에서였다. 1954년, 러시아 출신의 천재 안무가 조지 발란신은 뉴욕시티발레단과 함께 자신만의 '호두까기인형'을 선보였다. 그는 러시아에서의 수정 방향과 정반대로, 아메리칸 발레학교 학생 125명을 더블 캐스트로 무대에 세우는 파격적인 역발상을 감행했다.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마음껏 뛰노는 이 가족 친화적인 공연은 가족 가치를 중시하던 당시 미국 중산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뉴욕의 연례 크리스마스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발란신 버전의 성공은 '호두까기인형'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결정적인 계기는 1958년 미국 대형 방송사 CBS가 크리스마스에 공연 실황을 전국에 방영하면서부터다. 안방극장을 통해 퍼져나간 '호두까기인형'의 인기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벗고 연말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후 미국의 수많은 발레단은 '호두까기인형'을 발레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첫 무대 경험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중요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아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등 주요 발레단 공연에 수십 명의 아역 무용수들이 출연하며 '호두까기인형'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