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한국인만 있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연구서가 출간되었다. 책은 1991년 김학순의 증언 이후 33년 만에 나온 것으로, 위안부 담론의 일방성을 비판하고 ‘자발과 강제’, ‘공창과 위안부’ 등의 논쟁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2014년부터 10년 동안 연구한 결과물로, 탈식민 페미니즘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다.

 

책의 기획자 김은실 교수는 위안부 문제의 시작을 1991년이 아닌 1946년 도쿄 전범재판으로 보았다. 이는 위안부를 전쟁범죄에서 제외한 연합군의 책임도 강조하며, 일본의 전쟁 수행 과정에서 여성들이 군수물자로 동원된 사실을 다룬다. 기존의 민족 중심적 논의에서 벗어나, 성폭력 문제의 복잡성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위안부 운동이 일본의 위안부를 배제해 온 점도 지적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한국인과 일본인 위안부를 이분화하여, 한국인만을 피해자로 묘사해 왔다. 이에 ‘순수한 피해자’ 이미지가 강화되었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제한되었다.

 

연구자들은 여성의 군수품으로서의 동원 문제를 강조하며, 전시 성폭력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이 위안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외에도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반박하며, 피해자의 자격을 따지는 논리의 본질적 문제를 지적한다.

 

책은 ‘위안부’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과 영화 ‘귀향’의 성/폭력 재현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며, 민족주의와 젠더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폭력 문제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이 연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안부’ 더 많은 논쟁을 할 책임, 김은실 엮음, 권은선 등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472쪽, 2만2천원.

 

문화포털

LG 개막전 시구, 스타 선수 아닌 트레이너가 나섰다

 2026시즌 프로야구의 개막을 알리는 LG 트윈스의 첫 번째 공은, 그라운드의 스타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지탱해온 숨은 영웅의 손에서 던져진다. LG 구단은 오는 28일 잠실에서 열리는 KT 위즈와의 개막전 시구자로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를 선정했다고 발표하며, 2년 연속 우승을 향한 여정의 시작을 특별한 의미로 채웠다.김용일 코치는 LG 트윈스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다. LG의 전신인 MBC 청룡 시절인 1989년부터 선수단의 건강을 책임지기 시작해, 중간에 다른 팀과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한 기간을 제외하고도 도합 28년이라는 세월을 LG와 함께했다. 1990년, 1994년, 그리고 2023년까지, LG가 차지한 모든 우승의 영광스러운 순간마다 그는 묵묵히 선수들 곁을 지켰다.그의 야구 인생은 LG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현대 유니콘스, 삼성 라이온즈 등 당대 최강팀을 거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2009년 다시 LG로 돌아왔다. LA 다저스에서 류현진을 전담 관리한 뒤에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도 있었지만, 그의 선택은 언제나 LG였다. 그에게 LG는 단순한 직장을 넘어 삶의 일부이자 자부심이었다.김 코치의 헌신은 "내가 죽으면 재를 잠실구장에 뿌려달라"는 유언과 같은 말을 아들에게 남겼다는 일화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LG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난다"고 말하는 그는, 선수들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누비게 하는 것을 자신의 가장 큰 책임으로 여긴다. 그의 손을 거쳐 간 수많은 선수가 곧 LG의 계보를 이룬다.이번 시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며 팀의 근간을 다져온 '언성 히어로'에 대한 구단의 최고 예우다. 2020년대 중반을 'LG 왕조'의 시대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의 첫걸음을, 팀의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과 함께 내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정삼흠부터 봉중근, 우규민을 거쳐 현재의 임찬규와 미래의 김영우에 이르기까지, LG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그의 존재는 팀의 정체성과도 같다. 김용일 코치는 개막전 시구라는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