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를 겪고, 글로 남기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마주할 때는 마치 괴롭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떻게, 왜, 그 뒤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와 같은 피해를 털어놓는 것은 쉽지 않지만,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질문을 해야만 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전세사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파일럿을 꿈꾸던 저자의 삶은 전세사기 피해 이후 완전히 변화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파일럿 훈련비를 모두 잃었고,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후 여러 기관을 돌아다니며 질문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전세금 5800만 원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고민 끝에 저자는 원양상선을 타기로 결심했다. 그의 다짐은 “내 삶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끝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는 썼다. “더 이상 나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세법 개정에 작은 목소리를 보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책은 2023년 10월에 출간되었고, 8월 28일에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저자와 같은 피해자들이 문제를 알리고 해결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전세지옥, 최지수 지음, 세종 펴냄

 

문화포털

노벨 이어 NBCC…한강의 새 기록

소설가 한강이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이 상 소설 부문을 받은 것은 처음으로,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에 이어 또 한 번 세계 문학사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NBCC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년 출판 연도 시상식에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 'We Do Not Part'를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NBCC상은 미국 전역의 문학평론가들이 시, 소설, 논픽션, 전기, 번역서 등 각 부문에서 한 해의 가장 뛰어난 책을 선정하는 상으로, 미국 출판계와 비평계에서 최고 권위의 문학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한강은 지난 1월 최종 후보 5편에 오른 뒤 경쟁 끝에 수상자로 확정됐다. 한국 문학이 NBCC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김혜순 시인이 시 부문을 수상했지만, 소설 부문에서 한국 작가가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최초다. 특히 번역 작품이 NBCC 소설상을 받은 것은 2001년 W.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 2008년 로베르토 볼라뇨의 2666 이후 세 번째로, 매우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된다.'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인물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제주로 향하는 여정을 따라가며 역사적 비극과 개인의 기억, 상실과 애도의 감정을 교차시킨다.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는 서사 속에서 국가 폭력이 남긴 상흔과 희생의 기억을 한강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풀어낸 작품이다. 영어판 번역은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공동으로 맡았다.미국 문단의 반응도 뜨거웠다. NBCC 소설 부문 심사위원장인 헤더 스콧 파팅턴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눈부신 우울과 암울한 기운, 중얼거리는 듯한 문장이 어우러진 작품”이라며 “꿈처럼 오래 남는 강렬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도 수상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며, 작품이 다룬 제주 4·3의 역사성과 문학적 깊이를 함께 조명했다.이번 수상은 한강 개인의 성과를 넘어 한국 문학이 번역과 비평의 장벽을 넘어 세계 독자와 본격적으로 만나는 흐름이 한층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