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저항도 못하는데... 상관을 성폭행한 해군, 결국 쇠고랑

 회식 후 만취 상태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 상관을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한 전직 해군 부사관에게 법원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홍은표 부장판사)는 군인 등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해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지난해 7월, 회식 후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여성 상관 B씨를 인근 숙박업소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B씨와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취한 B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접근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사건 직후 군 내부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즉시 신고하지 못했다. 그러나 A씨가 여러 차례에 걸친 B씨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실수였다"며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되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자 결국 경찰에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B씨가 술에 취하지 않았고, 성관계를 맺은 사실 자체가 없다"며 "성관계를 증명할 증거도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 분석 결과, 사건 당일 B씨가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릴 정도로 만취 상태였음을 확인했다. 또한 피해자 B씨의 병원 진료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들을 토대로 A씨의 범행 사실을 명백히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피해자를 모텔로 유인해 간음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해 상당 기간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이고, 군인 간 범죄로 군 기강을 저해하고 사기를 떨어뜨려 국방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해군은 지난해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그를 제적 처분했다.

 

문화포털

넷플릭스 덕분에 '갓'생 역전! 검은 모자의 글로벌 신분 상승기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작중 등장하는 '검은 모자', 즉 우리의 전통 갓(흑립)이 해외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갓끈 볼펜' 굿즈가 품절되는 사태까지 벌어질 정도다. 과연 우리는 이토록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갓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민속학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 시대 선조들이 갓을 얼마나 아끼고 소중히 여겼는지 들여다본다.갓은 단순히 머리에 쓰는 모자가 아니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문집 '아정유고'에서 "습기 찰세라 노끈으로 팽팽히 당겨 두고, 더럽혀질세라 갓집에 싸서 두네"라고 썼듯이, 갓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갓집'은 휴대용 갓 보관함으로, 당시 값비싼 흑립을 실내에 보관하거나 운반할 때 사용되었다. 말총과 가느다란 대나무로 만들어져 쉽게 부러지거나 먼지가 앉을 수 있었기에, 갓집은 갓을 보호하는 필수품이었다.갓집은 주로 나무나 종이로 제작되었으며, 당시 귀한 재료였던 색지나 문양지로 안팎을 꾸미기도 했다. 특히 나무로 된 갓집 중에는 내부를 붉은색 비단으로 마감하고 자물쇠를 갖춘 고급스러운 형태도 있었다. 원뿔 모양의 입롱(笠籠), 뚜껑을 여닫는 입갑(笠匣)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다. 허정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원은 "착용자의 지위와 위신이 달린 기물이었던 만큼, 갓집은 '의관정제(衣冠整齊)'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갓집은 단순히 보관 용도를 넘어, 갓을 통해 드러나는 착용자의 품격과 위신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조선 시대 선비들은 비가 올 것 같은 날이면 고깔 모양의 '갈모'를 따로 챙겨 다녔다. '입모(笠帽)' 또는 '우모(雨帽)'라고도 불린 갈모는 갓 위에 덮어 쓰는 용도로, 기름을 먹인 종이에 가느다란 대나무살을 붙여 만들었다. 최은수 서울여대 패션산업학과 연구교수는 "흑립은 대나무를 명주실보다 가늘게 쪼개 만들었기에 물에 젖으면 쉽게 찌그러졌다"며, 갈모가 눈비를 막는 우산이자 쨍한 볕을 막는 양산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갈모의 가장 큰 특징은 휴대성이었다. 쥘부채처럼 접어서 소매나 도포 자락, 혹은 배낭에 넣어 다닐 수 있었다. 19세기 말 조선을 방문했던 미국인 퍼시벌 로웰은 저서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갈모를 두고 "조선은 친구의 우산을 탐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땅이다. … 작은 모양으로 깔끔하게 접을 수 있어 날씨가 맑을 때면 소매 속으로 사라진다"고 감탄했다. 이는 갈모가 지닌 실용성과 조선 선비들의 여유로운 생활 방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조선 시대에는 갓을 화려하게 꾸미려는 상류층 남성들 사이에서 '갓끈' 장식 경쟁이 뜨거웠다. 양반들은 바다거북 등껍질인 '대모(玳瑁)', 산호, 옥, 마노(瑪瑙) 등 귀한 재료로 만든 구슬을 알알이 연결해 갓끈으로 사용했다. 장숙환 이화여대 의류학과 특임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갓끈은 기능보다 장식성에 치중하게 되면서 길이가 허리 밑까지 늘어지기도 했다.이러한 갓끈의 화려함은 때로는 사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정에서는 호화로운 일부 장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는 갓이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착용자의 신분과 부를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었음을 보여준다. 최 교수는 "갓은 기품이 느껴지는 반투명한 검정 몸체에 다채로운 갓끈이 더해져 오늘날에도 섬세함이 돋보이는 패션 소품"이라고 평가한다.갓은 조선 시대 선비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단순한 모자를 넘어선 문화적 상징이었다. 갓집으로 소중히 보관하고, 갈모로 날씨에 대비하며, 화려한 갓끈으로 자신을 표현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멋이 담겨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갓이, K-컬처의 또 다른 매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