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귀화' 빅토르 안, "러시아 쇼트트랙 상징"으로 칭송받아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 빅토르 안(39·안현수)이 러시아에서 "쇼트트랙의 상징"으로 칭송받았다. 러시아로 귀화한 뒤, 러시아 쇼트트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점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17일(현지시간), 니콜라이 굴랴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이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러시아 쇼트트랙 40주년 기념행사에서 빅토르 안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와 같이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굴랴예프 회장은 빅토르 안이 러시아 내 쇼트트랙의 인기와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이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러시아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자긍심을 안겨준 순간을 회상했다. 빅토르 안은 소치 올림픽에서의 활약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는 등 러시아의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굴랴예프 회장은 이번 행사에 빅토르 안을 초청했으나, 개인적인 가족 문제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우리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특히 젊은이들에게 쇼트트랙을 알리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빅토르 안의 지속적인 관심과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빅토르 안은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이후,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팀의 일원으로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중국 대표팀의 기술 코치를 역임하며 지도자로서의 역량도 보여주었다.

 

지난해, 빅토르 안은 성남시청 코치직에 지원하며 국내 복귀를 모색했으나,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그의 국내 복귀 불발은 당시 국내 스포츠계에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러시아 귀화 이후, 러시아 쇼트트랙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빅토르 안.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의 "상징"이라는 표현은 그의 업적과 위상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비록 이번 기념식에는 불참했지만, 빅토르 안은 여전히 러시아 쇼트트랙계에서 중요한 인물이자 존경받는 선수로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포털

보따리장수에서 SNS 창업까지... 70년 '여사장' 혁명의 비밀

 오늘날 동네 상가를 둘러보면 분식집, 미용실, 네일숍, 애견숍, 수선집, 문구점 등 대부분의 작은 점포는 여성 사장님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연이 아닌 한국 경제사의 특수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김미선의 책 『여사장의 탄생』에 따르면, 여성 자영업자는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생계가 막막했던 시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저자는 이들을 '한국전쟁이 낳은 여사장'이라 정의했다. 당시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이 제한적이었고, 방 딸린 점포에서 자녀 양육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었기에 자영업은 여성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1960-70년대에는 점포뿐 아니라 보따리를 이고 지고 가가호호 방문해 상품을 판매하는 여성 상인들도 많았다. '신앙촌 아줌마'라 불리던 옷 장사 아주머니들은 태산 같은 옷 보따리를 이고 다니며 가정에 방문해 판매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자녀를 키우는 여성 가장이었다. 시장에서도 야채, 고기, 생선, 건어물, 젓갈 등 대부분의 상점은 여성들이 운영했다.한국경제사학자 이종현은 자영업이 "한국 경제의 성장사 전반에서 실패의 비용을 흡수한 거대한 저수지의 역할"과 "잉여 노동력을 흡수해 실업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으며, "국가 주도의 시기에 제도권 밖에 방치된 시장에서 이들은 국가 경제의 모세혈관 기능"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 급속한 산업화로 여성들이 임금노동자로 대거 포섭되기 전까지, 여성의 자영업 비율은 임금노동보다 더 높았다.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사장'들에게 '여성답지 않다'며 배제와 차별로 대했다. 50-60년대 신문이나 영화에서 '여사장'은 돈만 밝히는 탐욕스럽고 드센 문제적 여성으로 재현되었고, 심지어 성적으로 타락한 여성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이는 경제적 능력을 가진 여성을 남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발현이었다.70년이 지난 지금, '여사장'의 현재는 어떨까? 여전히 대부분은 영세한 1인 사업자로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변화는 "사장이 '되고픈' 요즘 청년 여성"들의 등장이다. 책방, 소품 숍, 미용 관련 숍, 카페 등에서 젊은 여성 사장님들을 쉽게 볼 수 있다.이들 젊은 여성들이 '여사장'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구조적으로 해석한다.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삶과 일상, 미래, 가족 등이 자본, 권력, 국가와 같은 외부의 힘에 의해 좌우되거나 통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강하며", 페미니즘, 환경, 생태, 돌봄 등 대안적 삶의 방식과 가치를 실현하고자 자영업을 선택한다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선택의 배경에는 양극화와 젠더 불평등이 만든 노동 시장 내 차별이 있다. 남성 중심의 기울어진 노동판에서 착취당하며 돈을 버느니, "자신의 취미와 취향, 나아가 삶의 방식을 일에 반영"하는 '여사장'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젊은 여성들의 이러한 대안 추구가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위기의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비가시화되었던 여성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기여가 재평가받고, 청년 여성들에 의해 새로운 경제 주체로 발전할 가능성은 분명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