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바나나가 주렁주렁…'6차 산업' 꿈 영근다

 경기도 용인시가 아열대 과일 재배라는 과감한 도전으로 기후변화 시대 새로운 농업의 지평을 열고 있다.

 

용인시 농업기술센터 내 아열대 과학영농시설, 그곳의 온실은 마치 열대 우림을 옮겨 놓은 듯하다. 2m가 훌쩍 넘는 바나나 나무들이 뿜어내는 생명력, 그리고 주렁주렁 매달린 탐스러운 바나나는 이곳이 경기도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지난해 심은 바나나 나무가 불과 1년 만에 경기도 최초로 풍성한 결실을 맺으며, 용인의 농업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아열대 식물인 바나나에게 한국의 겨울은 혹독한 시련이다. 용인시 농업기술센터는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첨단 기술의 힘을 빌렸다.

 

채미림 용인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는 "탄소난방 섬유와 난방 커튼을 활용해 온실 온도를 18~22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며 바나나가 자라기 최적의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성 덕분에 13그루의 바나나 나무에서 무려 250kg의 바나나를 수확하는 쾌거를 이뤘다.

 


용인시는 수확한 바나나를 일주일간 정성껏 후숙시킨 후, 맛과 품질을 꼼꼼히 분석했다. 그 결과, 당도, 크기, 무게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며 시장 경쟁력 확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용인시는 바나나뿐만 아니라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등 만감류 3종의 시험 재배에도 박차를 가하며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단순한 1차 생산을 넘어 체험, 치유, 가공, 관광을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다.

 

조은숙 용인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생산, 체험, 치유, 가공, 관광을 아우르는 6차 산업화를 통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시는 앞으로도 다양한 아열대 작물 시험 재배를 통해 기후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용인시의 바나나 재배 성공은 단순한 농업 기술의 발전을 넘어,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문화포털

국가가 인정한 '목공예 장인', 그가 서울 한복판에 펼쳐놓은 '나무의 우주'

 나무의 나이테에는 수십, 수백 년의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고, 장인의 손길은 그 위에 다시 자신만의 강줄기를 새겨 넣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평생을 오직 나무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국가무형유산 '소목장' 박명배 장인. 그의 삶과 철학이 고스란히 깃든 작품들이 오는 11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나무결에 길상을 새긴 예술, 한국의 반닫이’를 통해 대중 앞에 그 깊이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가구 전시를 넘어, 한 인간이 나무와 함께 걸어온 숭고한 시간과 장인 정신의 결정체를 마주하는 귀한 자리가 될 것이다.'소목장'은 한옥과 같은 거대한 건축물을 짓는 '대목장'과 달리,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쓰이는 창호나 문, 그리고 각종 실내 가구를 제작하는 전통 목공예 장인을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반닫이'는 조선 시대 신분과 계층을 막론하고 전국 모든 가정에서 의복을 보관하는 용도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기본 가구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처럼 지역 간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각 지역의 장인들이 그 땅에서 나는 고유한 나무를 사용해 반닫이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반닫이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활 문화, 그리고 미감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가장 정직하고 다채로운 특색을 보여주는 가구로 평가받는다.이번 특별기획전은 박명배 장인이 오랜 세월에 걸쳐 재현하고 창조해낸 전통 미학의 정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그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전국 팔도의 특색을 담은 반닫이 34점을 비롯하여,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작품 40여 점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다른 나무결과 장석, 비례를 뽐내는 반닫이들을 통해 각 지역의 개성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넘어, 박명배 장인의 오롯한 삶이 녹아든 작품들이 뿜어내는 고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선사한다.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나무와 쇠, 그리고 옻칠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장엄한 예술의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이는 박명배 장인이 평생을 바쳐 지켜온 전통의 가치이자, 우리 시대가 이어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의 현주소다. 나무에 깃든 시간과 장인의 삶이 교차하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우리 전통 가구가 지닌 아름다움과 그 안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12월 6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