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또 탄핵?... 보수정당의 '이념적 블랙홀'이 부른 참사

 한국 정치에서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이 연이어 탄핵 위기를 맞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탄핵에 이어 8년 만에 윤석열 대통령도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위기에 처했다. 이런 반복적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념적 공백'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보수정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정책 방향성 없이 권력자와의 관계나 정파적 이해만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학자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이들에게는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만 중요했지 정책적 지향성과 이념적 정체성은 전무했다"고 분석했다. 채장수 경북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보수주의는 "외적 영향력에 비해 내적 정당화 수준이 낮다"고 평가된다.

 

박근혜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이념적 성숙을 이루기보다 '색깔론' 정치로 퇴행했다. 탄핵을 지지한 세력을 '배신자'로 몰아 정당 내 합리적 목소리를 억눌렀고, 극단적 태극기 집회 세력과 연대하며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심화시켰다.

 


또 다른 원인은 소수 권력자 중심의 공천 시스템이다. 22대 총선에서 '친윤' 성향 인사들이 대거 공천되고 지도부마저 대통령 최측근으로 채워지면서 정당의 자율성이 극도로 약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에도 국민의힘은 사전 논의 없이 후속 처리에만 동원됐을 뿐이다. 장성철 소장은 이를 "일방적 명령과 복종의 관계"라고 평가했다.

 

윤왕희 연구원은 "국민의힘은 정당이라는 외피를 쓰고 사실상 특수 이해관계인이 뭉쳐 있는 하나의 사적 운명공동체로 전락했다"고 분석했다. 의석수 108석, 전체 의회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정당이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 최고 권력과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집단으로 축소된 것이다.

 

권혁용 고려대 교수는 보수정당의 탄핵 위기 원인을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부재"로 지적한다. "박근혜 국정농단도,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도 모두 헌법과 법률에 의거하지 않은 자의적 권력행사"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보수정당의 연이은 탄핵 위기는 우연이 아니라 이념적 공백, 법치주의·자유주의의 결여, 지도자 중심의 사유화된 정치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장성철 소장은 "박근혜 탄핵 이후 당내에서는 '찬탄이냐 반탄이냐'를 놓고 끝없이 갈등했다. 이번 탄핵심판 이후에도 같은 갈등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화포털

사과 대신 책임 전가, 장동혁 "계엄은 민주당 탓" 정면 돌파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내놓은 메시지는 사과나 반성보다는 강경한 대여 투쟁 의지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으로 규정하며, 사태의 책임을 당시 다수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적인 의회 운영으로 돌렸다. 이는 당내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었던 '사과 및 윤석열 대통령과의 절연'을 통한 당 쇄신 요구와는 명확히 선을 긋는 행보다. 그는 '혁신은 선언이 아닌 행동'임을 강조하며, 민주당과의 전면전을 통해 당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장 대표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이는 계엄 선포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사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 사태까지를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으로 묘사하며, 이 과정에서 당이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무력함과 분열상에 대한 책임감을 토로한 것에 가깝다. 즉, 계엄의 정당성은 인정하되, 그 이후의 정치적 패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결과적으로 계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민주당의 폭주에서 찾고, 국민의힘은 그에 미숙하게 대응했을 뿐이라는 인식을 지지층에게 확산시키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특히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기점으로 "2024년 12월 3일부터 시작된 내란 몰이가 2025년 12월 3일 막을 내렸다"고 선언한 대목은 이러한 강경 노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사법부의 판단을 근거로 지난 1년간 이어진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제는 역공에 나설 때임을 시사했다. 나아가 그는 민주당의 다음 목표가 사법부 장악이 될 것이라 예고하며, "더 강력한 독재"와 "자유민주주의를 짓밟는 반헌법적 악법 강행"을 막아내야 한다는 위기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이는 과거의 사건을 둘러싼 방어적 논쟁을 끝내고, '거대 야당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설정해 지지층을 규합하려는 의도다.결론적으로 장 대표의 메시지는 과거에 대한 성찰을 발판 삼아 외연을 확장하기보다는, 선명한 대립각을 세워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고 이를 동력으로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이기는 약속'으로 요약된다.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정권'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모든 당력을 선거 승리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계엄 1주년을 맞아 반성과 쇄신 대신 투쟁과 승리를 외친 장동혁 대표의 선택이,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발판이 될지, 혹은 더욱 깊은 고립의 길로 이끌게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