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가 53년간 비공개로 보관한 '반구대 암각화' 탁본의 놀라운 디테일

 "동국대 조사팀이 12월 25일 무렵에 천전리 암각화와 하류 계곡 조사를 할 텐데 참관하고 싶은 분은 같이 가세요."

 

1971년, 당시 젊은 연구자였던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여정은 한국 고고학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해 10월 역사학회 월례 발표회에서 '울산 반구동 서석, 천전리 암각화의 특징과 성격'을 주제로 발표를 마친 후, 문 교수는 김정배(현 고려대 명예교수)와 이융조(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두 교수와 함께 현장 조사를 떠났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12월 25일 아침, 30대 초반의 세 연구자는 배를 타고 나섰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서 발견한 것은 문 교수가 '반질반질 윤기 나는 암벽'이라 회상한 바위에 새겨진 춤추는 사람들, 바다거북, 새끼를 등에 태운 고래 등의 그림이었다. 이것이 바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될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의 발견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53년이 지난 지금, 이 '세기의 발견' 당시 반구대 암각화를 먹으로 떠낸 탁본이 드디어 대중에게 공개된다. 동국대 박물관은 반구대 암각화 탁본을 포함해 총 13점의 탁본을 소개하는 특별전 '보묵천향(寶墨天香)―보배로운 먹, 하늘의 향기'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반구대 암각화 탁본은 1972년 3월 동국대 박물관 조사단이 제작한 것으로, 발견 직후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다. 문명대 교수가 저술한 '울산 반구대 암각화' 책에 따르면, 당시 조사단은 현장 사진을 찍고 건탁(乾拓) 방식으로 탁본을 제작했다. 건탁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고형묵(固形墨)을 종이 위에 문질러 파이지 않은 부분에 먹이 묻게 하는 방법이다.

 


이번 전시의 백미인 반구대 암각화 탁본에는 작살에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 다양한 동물 그림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반세기 전 조사단이 섬세하게 먹을 두드린 흔적을 통해 당시의 발견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해로, 이번 전시의 의미가 더욱 크다. 박물관 측은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이라며 "발견 당시 탁본을 통해 선사시대 생활상과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구대 암각화 탁본 외에도 다양한 문화재 탁본을 만나볼 수 있다. 경기도 유형문화유산 '석수동마애종' 탁본, 조선 경종(재위 1720∼1724)이 묻힌 의릉 표석 탁본 등 흑과 백, 두드림으로 완성한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또한 해외에 있는 통일신라 범종의 탁본, 개성 현화사비 탁본, 삼막산 동종 탁본 등도 함께 전시되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전달한다.

 

동국대 박물관 관계자는 "그동안 조사·연구했던 다양한 탁본을 중심으로 동국대 박물관의 학술 연구 역사를 되짚을 수 있는 자리"라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설명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시대의 문화유산을 탁본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5월 9일까지 계속된다.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과 당시의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약 7,000~3,500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래 사냥 장면을 묘사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으로 평가받으며, 이번 탁본 전시를 통해 그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문화포털

연준 둘러싼 권력게임 시작.."美 재무도 파월 압박"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연준의 본부 보수공사에 투입된 비용이 지나치게 과하다고 지적하며, 자신이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를 파견해 조사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머스크는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준이 인테리어 공사에 25억 달러(약 3조6천억 원)를 쓰고 있다는데, 이는 납세자의 돈이 사용되는 만큼 반드시 들여다봐야 한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런 자금 사용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고 덧붙였다.연준은 2021년부터 본부 리노베이션 공사를 진행 중이며, 2022년 기준 총비용은 25억 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준 측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건축 자재 및 인건비가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해명했다. 연준은 의회의 직접적인 예산 지원 없이 자체 자산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최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인해 이자지출이 수익을 초과하면서 적자 상황에 직면해 있다.머스크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조기 해임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나와, 정치적 맥락 속에서 연준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임기가 빨리 끝나야 한다”며 사임을 원하면 빠르게 물러날 것이라는 발언까지 했지만, 이후 “해임할 생각은 없다”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블룸버그 통신은 머스크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반영하는 최근 사례로, 이는 연준의 독립성을 신뢰하는 투자자들에게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DOGE가 정부 기관의 비효율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정부 데이터를 다뤄 문제가 된 전례를 감안하면, 연준 조사가 실제 진행될 경우 비슷한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연준은 통화정책 심의 및 감독 대상 은행에 대한 독점 정보를 다루는 이사회와 12개 지역은행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자료는 외부 노출 시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현재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방기금 금리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시장의 시그널이라고 주장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연 3.66%로, 연준 기준금리(4.25~4.5%)보다 크게 낮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1일 기준 해당 금리가 4.21%로, 취임 당시의 4.63%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국채 금리 하락은 “과거처럼 물가 급등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이는 미국 재정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연준을 향해 “정말 일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 파월 의장을 강하게 비판했다.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연준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 전망은 연준이 오는 7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베선트 장관은 관세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초기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현재의 관세율은 무역 금지 수준”이라며, “중국이 우선적으로 관세를 낮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휴가철을 앞두고 있어 수요가 높은 시기에 중국에 대한 주문이 없으면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반면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베선트 장관의 발언을 두고 “재무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언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2년 만기 국채 금리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추론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이는 심각한 정책 오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금리 인하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고, 장기 차입비용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이처럼 연준을 둘러싼 머스크의 공개 비판과 트럼프 행정부 측의 지속적인 압박, 그리고 내부와 외부의 엇갈린 시선은 향후 미국의 금리정책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