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틈타 '알박기' 인사 전쟁...방통위 '2인 체제'의 무모한 도박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국가 행정 기능이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일손을 놓은 채 상황만 주시하는 가운데, 유독 '알박기' 인사만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헌법재판소에 집중된 틈을 타, 부적격 인물을 공공기관 요직에 앉히거나 측근을 승진시키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3월 26일, 자신과 친분이 있는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국장을 EBS 사장으로 임명했다. 신 사장의 전문성 부족과 당적 보유 논란, 이 위원장과의 이해충돌 문제 등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 더욱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선고일에 맞춰 발표함으로써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키려 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문제는 이보다 2주 전, 대법원이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위법성을 확인했음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인사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이에 김유열 전 EBS 사장은 신임 사장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임명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KBS 이사들과 달리, EBS 사장은 방통위 의결을 거쳐 방통위원장이 임명하는 구조라 대법원 판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많은 것이 이제 법으로 해결되는 세상이 되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EBS 임직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또한 방통위 2인 체제의 문제를 민주당의 방통위원 추천 거부 탓으로 돌리며, 이재명 대표에게 "방통위원 추천을 거부하는 민주당 의원들과 이 대표도 직무유기 현행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통위 2인 체제는 원래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추천 최민희 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민주당의 방통위원 추천 거부는 대통령의 방송 장악 시도에 대한 방어 조치로 볼 수 있다. 이 위원장의 EBS 사장 임명 강행은 오히려 민주당에게 "방통위가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에 나서는데 합법성의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는 명분만 제공했다.

 

이 위원장은 헌재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는 점을 들어 2인 체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헌재 의견은 4대 4로 팽팽히 갈렸고 대법원은 이후에도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방통위는 2인 체제로 무리한 인사를 강행하며 분란을 일으키기보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을 '보수 여전사'로 자처하는 이 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진정한 보수는 전통을 존중하고 안정과 질서를 추구하는 것이며, 법원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은 보수의 기본 가치가 아닌가.

 

문화포털

72명 사망, 장관은 집단 구타…결국 Z세대 분노에 무릎 꿇은 네팔 정부의 최후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이 걷잡을 수 없는 민심의 분노에 휩싸이며 최악의 유혈 사태를 맞았다. 정부의 소셜미디어 차단이라는 불씨가 Z세대의 가슴에 쌓여 있던 경제난과 부패에 대한 불만에 기름을 부으면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번져 최소 72명의 사망자를 낳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었고,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3월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시위 확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KP 샤르마 올리 총리의 뒤를 이어, 네팔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반부패의 상징'으로 불리는 수실라 카르키(73) 전 대법원장이 임시 정부 수장으로 임명되며 파국의 소용돌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지난 5일, 정부가 허위 정보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X(구 트위터) 등 26개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 접속을 차단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벌어지던 반부패 운동을 억압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인 10대와 20대 청년들은 즉각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의 분노는 단순히 소셜미디어 차단에 국한되지 않았다. 오랜 기간 누적된 정부의 무능과 고질적인 경제 불안, 고위층의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한 절망감이 Z세대의 저항 정신과 결합하며 수도 카트만두를 넘어 비라트나가르, 포카라 등 전국 주요 도시로 순식간에 번져나갔다.시위가 격화되며 폭력 사태로 번지자, 정부는 통행금지령을 선포하고 군 병력까지 투입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 심지어 혼란을 틈타 탈옥한 수감자까지 뒤엉키며 최소 72명이 목숨을 잃고 13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재 191명은 여전히 병원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결국 민심의 거센 파도 앞에 람 찬드라 푸델 대통령은 12일 의회 해산을 선언하고, 시위대가 강력히 지지했던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시 총리로 임명했다. 2016년 대법원장 시절, 권력자들의 부패 사건에 대해 강단 있는 판결을 내리며 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카르키 신임 총리는 취임 직후 평화와 단결을 호소하며, 시위 희생자 유족에게 각각 100만 루피(약 986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하지만 시위는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을지 몰라도, 네팔 사회에 남겨진 상처는 깊고 끔찍하다. 시위대가 전국에서 수천 채의 건물을 불태우고 약탈해 수도 카트만두에서만 수십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정부 운영에 필수적인 문서들이 보관된 공공기관 건물 다수가 잿더미로 변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고위 각료들을 향한 분노가 잔혹한 폭력으로 표출된 점이다. 비슈누 프라사드 파우델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속옷 차림으로 시위대에 끌려다니는 영상과, 아르주 라나 데우바 외교장관으로 보이는 인물이 집단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사회 전체에 큰 충격과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정치적 긴장감 역시 여전히 팽팽하다. 주요 정당들은 "위헌적인 의회 해산 결정을 철회하라"며 카르키 임시 정부를 압박하고 대법원에 상고를 촉구하는 등, 내년 3월로 예정된 조기 총선까지 네팔의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을 헤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