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6회 위기 자초..KIA의 선택은?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2025시즌 초반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부진을 이어가면서 '대투수'라는 수식어 대신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현종은 지난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5이닝 동안 5실점을 기록하며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경기로 시즌 평균자책점은 6.31에서 6.75로 더욱 악화됐다. 특히 5-3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6회초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흐름을 내줬고, 경기는 결국 5대6으로 역전패했다.

 

양현종의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2023년 9월 3일 LG전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약 8개월 동안 9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5패만을 기록했다. 통산 179승에 머문 채 236일째 발걸음을 멈췄다. KIA는 팀 상승세를 타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에이스의 부진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범호 KIA 감독은 경기 전 "양현종은 언젠가는 좋은 컨디션을 되찾을 선수"라며 신뢰를 보냈다. "오늘 던질 수도 있고, 다음 경기일 수도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믿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는 그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양현종은 경기 초반 1-0으로 앞선 3회초, LG에 3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으며 위기를 넘겼다. 대타 김도영의 2타점 적시타, 최형우의 역전 적시타가 터지며 5-3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양현종은 5회초를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6회초 다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볼넷 2개와 안타 1개를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투구수는 5회까지 75개였고, 통상 선발투수의 한계투구수인 100개를 감안할 때 교체 타이밍이 애매했다. 결국 이범호 감독은 전상현을 급히 투입해 불을 끄려 했으나, 이미 분위기는 넘어간 뒤였다.

 

냉정하게 보면, 양현종이라는 이름을 제외하고 데이터만 본다면 이날 그의 투구는 기대 이상이었다. 평균자책점 6점대 투수가 5회까지 3실점으로 막아냈다면 어느 정도 임무를 다한 셈이다. 그러나 KIA는 현재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슈퍼스타 김도영의 복귀와 외국인 투수 네일, 올러의 호투로 연승 기회를 맞은 만큼, 승리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선수를 무리시키기보다 필승조를 조기에 가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KIA는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필승조를 보유하고 있다. 굳이 선발투수의 투구수를 100개까지 끌고 갈 필요가 없는 셈이다. 양현종을 위해 무리하게 이닝을 맡기다 경기 전체를 내주는 악순환을 반복할 여유가 없다.

 

게다가 양현종 본인을 위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좋은 투구 내용을 남긴 상태에서 교체된다면 본인의 분위기도 반전시킬 수 있다. 무리하게 끝까지 끌고 가다 위기를 맞으면 자신감마저 잃을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현종이가 우리 팀에서 가장 중요한 키다. 살아나야만 팀도 연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그를 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부담을 덜어주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에게 아직 25번가량의 등판 기회가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진이 이어진다면 팀 전체 흐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KIA는 현재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누군가의 부활을 기다리며 발목을 잡힐 여유는 없다.

 

이제는 '대투수'라는 과거의 명성 대신 현재 성적을 냉정하게 판단할 때다. 양현종을 향한 무조건적인 기다림 대신, 팀과 선수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KIA가 연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양현종 개인에 대한 예우보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결단이 절실하다.

 

문화포털

넷플릭스 덕분에 '갓'생 역전! 검은 모자의 글로벌 신분 상승기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작중 등장하는 '검은 모자', 즉 우리의 전통 갓(흑립)이 해외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갓끈 볼펜' 굿즈가 품절되는 사태까지 벌어질 정도다. 과연 우리는 이토록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갓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민속학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 시대 선조들이 갓을 얼마나 아끼고 소중히 여겼는지 들여다본다.갓은 단순히 머리에 쓰는 모자가 아니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문집 '아정유고'에서 "습기 찰세라 노끈으로 팽팽히 당겨 두고, 더럽혀질세라 갓집에 싸서 두네"라고 썼듯이, 갓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갓집'은 휴대용 갓 보관함으로, 당시 값비싼 흑립을 실내에 보관하거나 운반할 때 사용되었다. 말총과 가느다란 대나무로 만들어져 쉽게 부러지거나 먼지가 앉을 수 있었기에, 갓집은 갓을 보호하는 필수품이었다.갓집은 주로 나무나 종이로 제작되었으며, 당시 귀한 재료였던 색지나 문양지로 안팎을 꾸미기도 했다. 특히 나무로 된 갓집 중에는 내부를 붉은색 비단으로 마감하고 자물쇠를 갖춘 고급스러운 형태도 있었다. 원뿔 모양의 입롱(笠籠), 뚜껑을 여닫는 입갑(笠匣)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다. 허정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원은 "착용자의 지위와 위신이 달린 기물이었던 만큼, 갓집은 '의관정제(衣冠整齊)'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갓집은 단순히 보관 용도를 넘어, 갓을 통해 드러나는 착용자의 품격과 위신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조선 시대 선비들은 비가 올 것 같은 날이면 고깔 모양의 '갈모'를 따로 챙겨 다녔다. '입모(笠帽)' 또는 '우모(雨帽)'라고도 불린 갈모는 갓 위에 덮어 쓰는 용도로, 기름을 먹인 종이에 가느다란 대나무살을 붙여 만들었다. 최은수 서울여대 패션산업학과 연구교수는 "흑립은 대나무를 명주실보다 가늘게 쪼개 만들었기에 물에 젖으면 쉽게 찌그러졌다"며, 갈모가 눈비를 막는 우산이자 쨍한 볕을 막는 양산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갈모의 가장 큰 특징은 휴대성이었다. 쥘부채처럼 접어서 소매나 도포 자락, 혹은 배낭에 넣어 다닐 수 있었다. 19세기 말 조선을 방문했던 미국인 퍼시벌 로웰은 저서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갈모를 두고 "조선은 친구의 우산을 탐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땅이다. … 작은 모양으로 깔끔하게 접을 수 있어 날씨가 맑을 때면 소매 속으로 사라진다"고 감탄했다. 이는 갈모가 지닌 실용성과 조선 선비들의 여유로운 생활 방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조선 시대에는 갓을 화려하게 꾸미려는 상류층 남성들 사이에서 '갓끈' 장식 경쟁이 뜨거웠다. 양반들은 바다거북 등껍질인 '대모(玳瑁)', 산호, 옥, 마노(瑪瑙) 등 귀한 재료로 만든 구슬을 알알이 연결해 갓끈으로 사용했다. 장숙환 이화여대 의류학과 특임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갓끈은 기능보다 장식성에 치중하게 되면서 길이가 허리 밑까지 늘어지기도 했다.이러한 갓끈의 화려함은 때로는 사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정에서는 호화로운 일부 장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는 갓이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착용자의 신분과 부를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었음을 보여준다. 최 교수는 "갓은 기품이 느껴지는 반투명한 검정 몸체에 다채로운 갓끈이 더해져 오늘날에도 섬세함이 돋보이는 패션 소품"이라고 평가한다.갓은 조선 시대 선비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단순한 모자를 넘어선 문화적 상징이었다. 갓집으로 소중히 보관하고, 갈모로 날씨에 대비하며, 화려한 갓끈으로 자신을 표현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멋이 담겨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갓이, K-컬처의 또 다른 매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