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레코드부터 아트북까지... '서울아트책보고'에서 만난 문화 황금광맥

 서울시가 복합문화공간 '서울아트책보고'의 개관 3주년을 맞아 전면 리뉴얼을 완료했다. 고척스카이돔 지하에 위치한 이 공간은 약 800평(2645㎡) 규모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아트책보고는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예술과 책이 융합된 특별한 공간을 지향한다. 약 1만 9000여 권의 아트북을 갖춘 열람실을 중심으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다양한 예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아트숍,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존까지 다채로운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존과 워크숍 룸도 마련되어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리뉴얼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책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의 대폭 강화다. 작가와의 만남, 북토크, 그림책 만들기 등 다양한 책 관련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오는 7월부터는 도서 주제에 따라 LP 레코드를 감상할 수 있는 청음존이 새롭게 문을 열어,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복합적인 문화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재개관을 기념하여 오는 7월 6일까지 특별기획전 '움직이다, 상상하다, 다르게 보다!'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움직임을 예술로 표현하는 키네틱 아티스트 김동현, 색채의 마술사 컬러리스트 백인교, 그리고 권위 있는 박서보 예술상을 수상한 엄정순 작가가 참여하여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예술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서울아트책보고의 또 다른 특징은 전문가들이 엄선한 도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아트북 서가와 그림책 서가에는 건축, 영화, 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추천한 150여 권의 도서가 판매 중이다. 앞으로는 서울 소재 출판사와 지역서점이 참여하는 '팝업형 큐레이션 서가'도 2~3개월 주기로 운영할 계획이어서,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트책보고는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접근성이 좋은 고척스카이돔 지하에 위치해 있어 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온 관객들도 쉽게 들러볼 수 있다.

 

서울시 문화본부장 마채숙은 "고척스카이돔 지하라는 위치적 장점을 활용해 야구팬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스포츠와 문화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더 많은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를 보여준다.

 

서울아트책보고는 단순한 도서관이나 갤러리를 넘어, 책과 예술, 그리고 일상이 만나는 새로운 개념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들의 문화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포털

갤러리그림손, 비단에 새긴 현대적 사유 '전통의 재해석'

 한국 전통 채색화의 정수로 꼽히는 진채법이 현대 미술의 중심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갤러리그림손은 오는 16일까지 정해진 진채연구소와 손잡고 '전통의 재해석 6th' 전시를 선보인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이번 기획전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진채연구소 소속 작가 18명이 참여하여, 비단 위에 천연 광물 안료인 석채를 사용하는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각자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쳐낸다.이번 전시의 핵심인 진채법은 비단 뒷면에서 색을 칠해 앞면으로 배어 나오게 하거나, 앞면에 얇게 여러 번 덧칠하여 깊이 있는 색감을 구현하는 고도의 숙련도가 요구되는 기법이다. 참여 작가들은 이러한 고전적 형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안에 담아내는 내용은 철저히 동시대적인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과거의 도상을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현대 사회가 직면한 정치, 경제, 문화적 현상들을 작가 특유의 조형 언어로 재구성하며 전통의 범주를 확장시킨다.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전통이 더 이상 박제된 과거의 유산이 아님을 웅변한다. 작가 최은영을 비롯한 18인의 예술가들은 비단이라는 매질이 지닌 은은한 광택과 석채의 견고한 질감을 활용해 현대인의 고독, 도시의 풍경, 혹은 추상적인 내면의 심상을 그려낸다. 이는 고전적 기법이 지닌 예술적 우수성이 현대 미술의 복잡다단한 서사를 담아내기에 충분히 유연하고 강력한 도구임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이다.갤러리그림손과 정해진 진채연구소의 연례 협업은 한국 미술계에서 모범적인 상생 모델로 평가받는다. 매년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여 진채법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해온 이 시리즈는, 전통 기법이 박물관 밖으로 나와 살아있는 예술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무대를 제공해왔다. 특히 이번 6회 전시는 참여 작가들의 연령대와 관심사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준다.오늘날의 대중에게 전통은 단순히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를 넘어 새로운 미적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비단 위에 한 땀 한 땀 색을 쌓아 올리는 진채법의 수행적 과정은 관람객들에게 느림의 미학과 깊은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가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으로 전통을 새롭게 읽어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통 기법의 현대적 진화가 보여주는 무한한 조형적 가능성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전통의 계승은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와 대화하며 변화하는 과정임을 이번 전시는 잘 보여준다. 18명의 작가가 비단 위에 새겨넣은 현대적 사유들은 한국화의 미래가 전통의 토양 위에서 얼마나 풍성하게 피어날 수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갤러리그림손의 기획전은 전통 채색화가 지닌 고유한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는 동시에, 그것이 동시대 미술 안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얻고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