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이재명·이준석 봉하마을 참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은 5월 23일, 주요 정당 지도부와 대선 후보들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향했다. 이는 단순한 추모 행사를 넘어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적 상징성을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각각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오후 TV토론 준비를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으며,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도 일정상 추모 메시지만 전달하기로 했다.

 

오후 2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모였다. 민주당에서는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 강금실·정은경·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이, 국민의힘에서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또한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과 서왕진 원내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과 문재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도 추도식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민 주권 정치, 지역주의 해소, 탈권위주의 정치의 상징적 인물로,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1위로 꼽힌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어록은 많은 정치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말이 되었다.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현실로 만든 노무현의 정치 여정은 특히 주요 선거 시기마다 더욱 주목받는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수원 시절 노무현 인권 변호사의 특강은 제 인생의 방향에 빛을 비춰줬다"며 "대통령이 되신 후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과감히 실행했던 정치개혁은 제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고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이준석 후보 역시 "여러 인생의 굴곡진 선택의 지점에서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선택하셨던 노 전 대통령의 외로움 그리고 바른 정치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다"며 소회를 전했다.

 

특히 이날 이재명 후보는 묘역 참배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는데, 이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는 권양숙 여사와 문 전 대통령 부부, 우원식 의장 부부, 유시민 작가 등이 함께했다.

 

이번 봉하마을 방문은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진보 진영 내 결속을 다지는 자리로도 해석된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강조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려는 전략적 행보로도 볼 수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각 후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성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리고 그의 비전을 어떻게 자신의 정치 철학과 연결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이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포털

이란 원유 수출길 봉쇄, 낡은 탱크까지 동원한 사투

 미국의 강력한 해상봉쇄 조치로 인해 이란의 원유 수출길이 완전히 차단되면서 이란 경제의 심장부인 석유 산업이 붕괴 위기에 몰렸다. 해외로 판매되어야 할 원유가 갈 곳을 잃고 국내에 쌓여가자, 이란 당국은 폐기 직전의 낡은 저장탱크는 물론 바다 위에 떠 있는 빈 유조선까지 동원해 재고 물량을 쏟아붓고 있다. 이러한 고육책에도 불구하고 저장 용량이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이란은 산유량 자체를 강제로 줄여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미국이 이달 중순부터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대해 물리적 봉쇄를 단행한 이후 이란의 원유 선적량은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봉쇄 직전까지 하루 평균 200만 배럴을 상회하던 수출 물량은 봉쇄 열흘 만에 4분의 1 수준인 50만 배럴대로 급감했다. 수출이 막힌 원유는 고스란히 육상 저장시설로 유입되었고, 최근 집계된 이란의 육상 원유 재고는 5,000만 배럴에 육박하며 가용 가능한 모든 공간을 잠식하고 있다.저장 공간 확보를 위한 이란의 움직임은 처절함마저 느껴진다. 남부 석유 생산 기지에서는 안전 문제로 사용을 중단했던 노후 탱크들을 다시 가동하고 있으며, 항구에 묶인 대형 유조선들을 거대한 해상 저장고로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해로를 대신해 중국까지 연결된 철도망을 통해 원유를 운송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으나, 이는 막대한 물류 비용과 시간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해결책보다는 이란 석유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징후로 해석된다.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저장 시설 포화로 인한 강제적인 유전 가동 중단이다. 이란 유전의 상당수는 이미 노후화되어 압력이 낮아진 상태인데, 만약 생산을 멈추게 되면 유정 내부의 구조적 손상이 발생해 추후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이전 수준의 생산 능력을 회복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 이는 이란에게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의 영구적인 퇴보를 의미하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미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물동량을 막는 것을 넘어 이란의 자금줄을 완전히 조여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고도의 압박 전략이다. 하지만 이러한 봉쇄 정책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거센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급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고, 이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역시 이란을 압박하는 동시에 자국 내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현재 미·이란 관계는 군사적 충돌의 위협 속에서 누가 더 오래 고통을 견디느냐는 '인내의 싸움'으로 변모했다. 이란은 종전과 봉쇄 해제를 조건으로 새로운 제안을 던지며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미국은 핵 포기라는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협상이 공전하는 사이 이란의 유전 지대와 저장 탱크에는 팔지 못한 원유가 가득 차오르고 있으며, 이는 양국 간의 갈등을 넘어 세계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작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