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달성…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기대"

 29일 시작된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에 유권자들이 대거 참여하며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오후 1시 기준 10.51%의 투표율은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래 전국단위 선거 중 동시간대 최고치다.

 

투표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내란 종식'을 새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전혜림(33)씨는 "내란을 종식시키겠다는 마음으로 이른 아침부터 사전투표소를 찾았다"며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2·3 내란사태는 많은 유권자들의 투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대문구에서 만난 양씨(38)는 "지난 대선에서 부동산 세금 때문에 윤석열을 뽑았는데 계엄을 보고 나니 세금보다는 대한민국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생애 첫 대선 투표에 나선 청년들은 비상계엄으로 인한 조기 대선에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대학생 권씨(22)는 "이렇게 투표를 하게 된 이유가 있어 첫 투표 마음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혐오의 시대를 막을 방법은 투표뿐"이라고 말했다.

 

네거티브로 점철된 대선 토론에 실망감을 표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직장인 박씨(30)는 "토론이 처참해서 보다가 껐다"며 "건설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그게 너무 아쉬워 지지 후보 결정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극심한 혼란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국민 분열을 해소할 수 있는 대통령에 대한 열망이 컸다. 직장인 박씨(36)는 "안정적인 국정이 필요하다"며 "편 가르기 없이 국민 통합을 이뤄주길 바란다"고 했고, 대학생 손다윤(25)씨는 "여성과 약자, 소수자를 잘 대변해줄 대통령을 바란다"고 전했다.

 

유권자들의 바람은 다양했다. 서초구의 한연나(65)씨는 "젊은 사람들이 결혼할 수 있게 집값을 낮춰줄 대통령"을, 14개월 아기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고씨(38)는 "아기가 자라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대통령"을 희망했다. 학생 최씨(21)는 "과학자와 연구자 처우 개선"을 바랐다.

 

다양한 소망 속에서도 "누가 되든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택시기사 주홍진(60)씨는 "누가 이기든 국민을 위해 국가가 잘 되는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경제가 어려운데 소상공인들 살기 좋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시민들은 내란 세력 응징, 경제 부양, 소수자 배려 등 다양한 소망을 담아 한 표를 행사했으며, 새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문화포털

하나는 비석 기록, 하나는 셀프 인증…나란히 국보 된 두 라이벌 석탑

 통일신라의 정제된 조각 양식을 이어받으면서도 고려 시대 특유의 독창적인 조형미를 더한 두 기의 석탑이 나란히 국보의 반열에 오른다. 국가유산청은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과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을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히며, 고려 초기 석탑이 지닌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이번 지정 예고는 단순한 문화유산의 등급 상향을 넘어, 우리 석탑 예술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이자, 돌에 새겨진 천 년 전의 역사를 오늘날의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먼저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통일신라 말기의 양식을 계승하면서 고려 초기의 새로운 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한 과도기적 석탑의 정수를 보여준다. 비록 석탑 자체에 건립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함께 발견된 ‘법인국사탑비’의 비문을 통해 고려 광종 시절인 10세기 중반에 법인국사 탄문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며 조성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 석탑은 위로 올라갈수록 안정적인 비율로 줄어드는 체감률을 통해 균형 잡힌 외관을 자랑한다. 특히 1층 탑신에만 문짝 모양(문비)을 정교하게 새기고 나머지 층에는 기둥 모양을 간결하게 조각한 점, 그리고 지붕돌(옥개석) 받침을 4단으로 낮게 처리하여 너비에 비해 높이가 낮은 독특한 비례감을 만들어낸 점은 통일신라 석탑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고려 시대만의 새로운 미감과 돌을 다듬는 기법(치석)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고려 왕실과 불교의 긴밀한 관계를 증명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석탑의 시대별 양식 변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점, 즉 ‘편년’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높은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그 가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명확한 증거를 품고 있다. 바로 1층 탑신에 무려 190자에 달하는 명문(銘文)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이 명문을 통해 우리는 이 석탑이 1011년, 즉 고려 현종 2년에 만들어졌다는 정확한 건립 시기는 물론, 건립 목적과 과정, 그리고 당시의 사회상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수많은 석탑들이 추정을 통해 연대를 가늠하는 것과 비교할 때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이 석탑은 불교 교리를 충실하게 시각화한 조각들로 가득하다. 아래층 기단부터 1층 탑신에 이르기까지 십이지상, 팔부중상, 금강역사상 등 불법을 수호하는 다양한 존상들이 정교하게 부조되어 있어,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불교 경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이처럼 명확한 기록과 풍부한 조각을 통해 스스로의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보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결론적으로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된 두 석탑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고려 초기 불교 예술의 위대함을 증명한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이 양식의 변화와 역사적 맥락 속에서 그 가치를 찾아야 하는 ‘추론의 미학’을 보여준다면,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스스로의 몸에 새겨진 명확한 기록을 통해 ‘증명의 미학’을 뽐낸다. 하나는 통일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가는 시대의 흐름을 건축 양식으로 보여주는 과도기적 걸작이며, 다른 하나는 정확한 연대와 풍부한 불교적 상징을 통해 고려 사회의 단면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역사 기록물이다. 이 두 걸작이 나란히 국보가 됨으로써, 우리는 고려 시대 석탑이 지닌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그 안에 담긴 깊은 역사적 의미를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