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권한 놓고 美 정부-법원 공방 가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주요 교역국에 대해 무역 협상과 관련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협상 대상국에 오는 4일까지 이른바 ‘최상의 제안(best offer)’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관세 인하를 놓고 지지부진한 협상에 속도를 내고, 미국의 무역 입장을 명확히 반영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가 입수한 미 무역대표부(USTR)의 서한 초안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상대국에 대해 자국산 공업 및 농업 제품에 대한 관세율, 쿼터(수입할당량), 비관세 장벽 개선 계획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의 주력 산업 제품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실질적인 이행 가능성과 범위를 포함해 평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서한에는 디지털 무역과 경제 안보에 대한 약속 또한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교역이 글로벌 무역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자국의 기술 및 데이터 주권 보호를 협상 우선순위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 같은 디지털 분야의 조건은 단순한 상품 교역을 넘어 경제 체계 전반의 구조 조정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으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며칠 안에 검토를 마치고, ‘합의가 가능한 범위(possible landing zone)’를 제시할 방침이다. 이 범위에는 각국에 적용할 수 있는 상호관세율 등 실질적 조건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상대국의 양보를 전제로 한 상호적 협상 방식을 구체화한 것이다.

 

다만, 이 서한이 어떤 국가들에 전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로이터는 유럽연합(EU), 일본, 베트남, 인도 등이 현재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인 주요 대상국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으로 다양한 지역 블록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단기간 내에 도출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특히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7월 8일로 다가오면서 협상에 대한 긴박함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실질적인 합의를 이뤄낸 나라는 영국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종 합의라기보다는 향후 협상을 위한 기본 틀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무역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번 ‘최상의 제안’ 요청은 사실상 최후통첩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미국은 협상 상대국의 응답에 따라 향후 관세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USTR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주요 교역 파트너들과 생산적인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며, 현재 시점에서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다음 단계를 정리하는 것이 모든 당사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여전히 협상 타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더 이상 시간적 여유는 없다는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관세 정책의 법적 기반을 둘러싸고 사법부와의 갈등도 겪고 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지난 5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법원에 판결 효력 정지를 요청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번 판결은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두 개 업체가 제기한 소송에 국한된 것이지만,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이 기존에 내린 판결보다 더 강한 제약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USCIT는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전 세계에 무한정 관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지만,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아예 그 권한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법 판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무역 협상 전략에 중대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행정부는 해당 판결이 각국과의 협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법부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가오는 7월 8일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 미국의 무역 전선은 정치·외교·법률적 갈등이 얽힌 복합적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문화포털

정청래 웃고 장동혁 버티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승리와 패배의 기록을 동시에 써 내려가며 복잡한 정치적 셈법에 빠졌다. 민주당은 전체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휩쓸며 수치상으로는 압승을 거두었으나, 수도 서울 탈환 실패와 영남권 교두보 확보 좌절이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정청래 대표는 승리에 대한 감사와 서울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동시에 표명하며 당내 복잡한 기류를 대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의석수가 4석으로 급감하는 참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사수와 재보궐 선거에서의 일부 승리를 발판 삼아 반전의 실마리를 찾는 모양새다.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 여당의 독주와 야권의 혁신 부재에 대한 민심의 엄중한 경고로 풀이된다. 여권은 그간 야당을 배제한 채 단독 질주를 이어왔으며, 특히 선거 직전 추진했던 특검법안 입법 시도와 대통령의 특정 지역 방문 등이 오히려 중도층의 견제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정책 역시 서울 민심을 돌려세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논의를 공식화한 것이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결국 여당 후보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야권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주류 세력과 혁신 그룹 간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며 노선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과거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의동 의원 등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둔 인사들이 승리를 거두며 당권 지형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한동훈 의원의 복당 문제와 장동혁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보수 진영의 재편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주류 당선인들은 지도부의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상황이다.민주당은 다가오는 8~9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세 대결이 격화될 전망이다. 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검찰 개혁의 완성과 특검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려는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으며, 이는 권리당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부에서는 부동산 정책 등 민생 현안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당심을 장악한 강경 노선이 당분간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기조는 향후 정국 운영에서 여야 간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의 사퇴 여부를 놓고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라디오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지도부의 즉각적인 결단을 촉구하고 있으나, 장 대표는 당원들과의 소통을 명분으로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동훈 의원의 복당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논쟁까지 더해지면서 보수 진영의 통합은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수도권 민심과 영남권의 변화 조짐은 국민의힘이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근본적인 정체성 재정립에 나서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정치 전문가들은 여야가 이번 선거에 담긴 민심의 본질을 오독할 경우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승리에 도취해 강성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지속하거나, 패배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며 내부 혁신을 외면하는 행태는 국민과의 거리감을 더욱 넓힐 뿐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각 당 내부에서 분출되는 갈등과 노선 투쟁의 결과는 향후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며, 여야 지도부는 선거 이후의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자의 지지 기반을 재점검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