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의 스승이 살던 집, 330년 만에 국가유산 된다

 국가유산청은 경상북도 안동시 예안면에 위치한 '안동 전주류씨 삼산고택'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5일 발표했다. 이 고택은 조선 후기 대표적인 학자이자 관료였던 삼산 류정원(1702~1761)의 향불천위를 모신 역사적 공간으로, 330여 년의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향불천위란 유학 발전에 큰 업적을 남기거나 덕망이 높은 인물에 대해 지역 유림이 발의하여 영원히 사당에 모시도록 한 신위를 의미한다. 삼산 류정원은 조선 영조 시대에 활동한 문신이자 학자로, 평생에 걸쳐 '주역(周易)'을 연구하며 '역해참고(易解參攷)'와 '하락지요(河洛指要)' 등의 중요한 저술을 남겼다. 그는 대사간, 호조참의 등의 관직을 역임했으며, 특히 영조(재위 1724~1776)의 아들인 사도세자의 스승으로서 당대에 명망이 높았던 인물이었다.

 

삼산고택은 류정원의 아버지인 류석구가 1693년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되며, 경북 북부 지방에서 특징적으로 볼 수 있는 'ㅁ'자 형태의 뜰집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고택은 안채, 사랑채, 사당, 외양간채, 대문채 등 총 5동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부와 외부 공간의 구분이 명확한 조선 후기 양반가 주택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다.

 

삼산 문중은 안동 지역에서 오랫동안 명망 높은 가문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개항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독립운동가를 다수 배출하는 등 안동 지역의 사회 운동을 주도한 대표적인 집안으로 손꼽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삼산고택은 당대 명망 높았던 삼산 류정원을 시작으로 330여 년간 역사를 이어오면서 독립운동가 10여 명을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고택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는 단순한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역사의 중요한 시기를 관통하며 전통과 민족 정신을 지켜온 상징적인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독립운동가들을 다수 배출한 점은 이 고택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민족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여 삼산고택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이후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지정은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후대에 전승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안동은 이미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 다수의 문화유산을 보유한 전통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으며, 삼산고택의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은 안동의 문화적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포털

'독도는 우리땅' 외치기 전에...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강치의 증언' 들어보실래요?

 일제강점기 일본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독도에서 자취를 감춘 바다사자 '강치'가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다. 멸종된 강치의 울음소리를 통해 독도를 둘러싼 역사적, 생태적 문제를 예술적으로 조명하는 환경 콘서트 '독도 메모리얼(memorial): 강치'가 오는 6일 오후 6시, 대구 남구 꿈꾸는 씨어터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기후 및 환경 위기에 대한 예술적 대응으로, 대구민예총 문화예술연구원이 기획한 '흔들리며 피는 꽃'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공연은 단순히 사라진 동물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 강치가 살았던 우리의 영토 독도에 얽힌 잊혀 가는 기억과 목소리를 현재로 소환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공연의 제목인 '메모리얼'은 '추모'라는 뜻 그대로, 강치라는 존재를 통해 아픈 과거를 되새기고,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을 기억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종희 연출가는 "국제사회에서 독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현실에서, 강치는 우리 역사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해온 목소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존재이자, 우리의 주권과도 직결된 대표성을 가진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번 공연은 음악, 연극, 무용, 국악, 문학, 시각예술 등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예술 분야가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엮이는 융복합 무대로 꾸며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프롤로그 '강치의 기억'으로 시작해 1905년 시마네현 고시, 1948년 독도 폭격, 1998년 한일어업협정, 2006년 노무현 대통령 특별담화, 2018년 평창올림픽 독도 논란 등 독도의 아픈 역사를 강치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7개의 챕터가 에필로그 '강치의 증언'으로 이어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공연의 중심 소재인 강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미디어아트로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또한, 독도에서 벌어졌던 각각의 역사적 장면들은 인트로 영상과 함께 연극, 음악, 무용 등 각 장르의 특색을 살린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되어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환경 콘서트'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사라진 강치를 통해 멸종 위기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생명 평화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서사를 포함한다. 공연에는 다원예술위원회, 싱어송라이터 이영, 카바레티스트 김주권 등 음악가들을 비롯해 한국민족춤협회, 킬라몽키즈(무용), 도도연극과 교육연구소(연극), 타악집단 일로(국악) 등 다양한 지역 예술단체와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해 힘을 보탠다.김종희 연출가는 "공연을 준비하며 1905년 당시 일본 상인들 사이에서 강치 가죽이 고가에 거래되고 파리박람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기록을 발견했다"며, "분명 우리 영해에서 태어나 살아온 존재인데, '그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깊은 자괴감과 질문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공연이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단순하고 구호적인 메시지를 넘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또 무엇을 애써 잊어왔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잠들어 있던 주권 수호 의지를 깨우고, 잊혀진 강치의 울음을 마음속에 되살리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공연에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