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부, 3차례 불응시 체포영장 발부 위기에도 '버티기' 전략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경찰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특검 수사가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상황이라 검·경 수사 과정에서는 최대한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10일 "소환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특수공무집행방해)하고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교사)한 혐의로 윤 전 대통령에게 12일 경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지난 5일에 출석하라는 요구에 불응하자 두번째 출석 요청을 공개한 것이다.

 

전날 윤 변호사는 내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필요하다면 (경찰이) 질문지를 보내면 답할 수 있다"며 서면 조사도 요구했다.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이 여전히 대통령급 예우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전담수사팀의 출석 요구에 "대선 이후 조사를 해야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진다"며 이를 거부했던 김 여사는 대선이 끝나고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자 입장을 바꿨다. 조만간 출범할 특검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굳이 검찰에 나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김 여사 측은 검찰에 '명태균 게이트' 관련 의혹과 관련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81회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명씨가 개인적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공유한 것일 뿐"이므로 "정치자금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보궐선거에서 공천받을 수 있도록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얻은 이익이 없고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도 없으니 뇌물이 될 수 없다"는 뜻을 검찰에 전했다.

 

통상 피의자가 3차례 출석 요청에 불응하면 수사기관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나선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기 전 검찰과 경찰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소환 조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은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는 듯하다"며 "검찰은 특검 전까지 할 수 있는 수사는 최대한 하려 하겠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체포를 감수하고서라도 불출석하며 탄압받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포털

넷플릭스 덕분에 '갓'생 역전! 검은 모자의 글로벌 신분 상승기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작중 등장하는 '검은 모자', 즉 우리의 전통 갓(흑립)이 해외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갓끈 볼펜' 굿즈가 품절되는 사태까지 벌어질 정도다. 과연 우리는 이토록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갓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민속학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 시대 선조들이 갓을 얼마나 아끼고 소중히 여겼는지 들여다본다.갓은 단순히 머리에 쓰는 모자가 아니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문집 '아정유고'에서 "습기 찰세라 노끈으로 팽팽히 당겨 두고, 더럽혀질세라 갓집에 싸서 두네"라고 썼듯이, 갓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갓집'은 휴대용 갓 보관함으로, 당시 값비싼 흑립을 실내에 보관하거나 운반할 때 사용되었다. 말총과 가느다란 대나무로 만들어져 쉽게 부러지거나 먼지가 앉을 수 있었기에, 갓집은 갓을 보호하는 필수품이었다.갓집은 주로 나무나 종이로 제작되었으며, 당시 귀한 재료였던 색지나 문양지로 안팎을 꾸미기도 했다. 특히 나무로 된 갓집 중에는 내부를 붉은색 비단으로 마감하고 자물쇠를 갖춘 고급스러운 형태도 있었다. 원뿔 모양의 입롱(笠籠), 뚜껑을 여닫는 입갑(笠匣)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다. 허정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원은 "착용자의 지위와 위신이 달린 기물이었던 만큼, 갓집은 '의관정제(衣冠整齊)'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갓집은 단순히 보관 용도를 넘어, 갓을 통해 드러나는 착용자의 품격과 위신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조선 시대 선비들은 비가 올 것 같은 날이면 고깔 모양의 '갈모'를 따로 챙겨 다녔다. '입모(笠帽)' 또는 '우모(雨帽)'라고도 불린 갈모는 갓 위에 덮어 쓰는 용도로, 기름을 먹인 종이에 가느다란 대나무살을 붙여 만들었다. 최은수 서울여대 패션산업학과 연구교수는 "흑립은 대나무를 명주실보다 가늘게 쪼개 만들었기에 물에 젖으면 쉽게 찌그러졌다"며, 갈모가 눈비를 막는 우산이자 쨍한 볕을 막는 양산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갈모의 가장 큰 특징은 휴대성이었다. 쥘부채처럼 접어서 소매나 도포 자락, 혹은 배낭에 넣어 다닐 수 있었다. 19세기 말 조선을 방문했던 미국인 퍼시벌 로웰은 저서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갈모를 두고 "조선은 친구의 우산을 탐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땅이다. … 작은 모양으로 깔끔하게 접을 수 있어 날씨가 맑을 때면 소매 속으로 사라진다"고 감탄했다. 이는 갈모가 지닌 실용성과 조선 선비들의 여유로운 생활 방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조선 시대에는 갓을 화려하게 꾸미려는 상류층 남성들 사이에서 '갓끈' 장식 경쟁이 뜨거웠다. 양반들은 바다거북 등껍질인 '대모(玳瑁)', 산호, 옥, 마노(瑪瑙) 등 귀한 재료로 만든 구슬을 알알이 연결해 갓끈으로 사용했다. 장숙환 이화여대 의류학과 특임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갓끈은 기능보다 장식성에 치중하게 되면서 길이가 허리 밑까지 늘어지기도 했다.이러한 갓끈의 화려함은 때로는 사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정에서는 호화로운 일부 장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는 갓이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착용자의 신분과 부를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었음을 보여준다. 최 교수는 "갓은 기품이 느껴지는 반투명한 검정 몸체에 다채로운 갓끈이 더해져 오늘날에도 섬세함이 돋보이는 패션 소품"이라고 평가한다.갓은 조선 시대 선비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단순한 모자를 넘어선 문화적 상징이었다. 갓집으로 소중히 보관하고, 갈모로 날씨에 대비하며, 화려한 갓끈으로 자신을 표현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멋이 담겨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갓이, K-컬처의 또 다른 매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