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선고 받고도 포기 않은 그가 일본 출판계를 뒤흔든 비하인드 스토리

 "길면 6개월, 짧으면 3개월 살 수 있어요."

 

일본 의사의 비수 같은 말이 김승복(56) 쿠온출판사 겸 책거리 대표의 귓속에 박혔다. 그는 1991년 일본 니혼대학에 진학한 후 30년 넘게 일본에서 살아왔다. 광고회사를 운영하다 전공인 문예비평을 살려 2007년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인 쿠온출판사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한강의 소설들과 '82년생 김지영'의 일본 내 돌풍을 이끌었으며, 10년에 걸쳐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번역을 완간했다. 그의 손을 거쳐 일본 독자들에게 소개된 한국 소설가들의 작품은 100종이 넘는다.

 

출판일을 하면서 우리 책을 일본 독자들에게 직접 소개하고픈 욕망이 커진 김 대표는 2015년 7월 7일, 도쿄 진보초에 '책거리'라는 서점을 열었다. 책거리는 일본 내 유일한 '한국 서점'으로, 현재는 5층짜리 건물의 3층에 책거리가, 4층에 쿠온출판사가 있다.

 

"일본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한국 책을 파는 곳이 없었죠. 한국 책을 파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책방만이 아니라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생각해 내게 됐죠."

 

책거리에서는 번역 세미나와 케이북 페스티벌을 열고, 일본 출판사들을 초청해 한국의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설명회도 개최한다. 가야금 연주와 판소리 공연도 함께 이루어진다.

 

한국 책의 위상은 일본에서 상승 중이다. 2018년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20만부 넘게 팔리며 일본 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강의 '채식주의자', 손원평의 '아몬드' 등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80살이 넘은 일본 출판사 대표들이 천선란, 김초엽, 김동식 작가 등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거명합니다. 이제 한국 작가들도 일본에서 '팔리는 작가'들이 된 거죠."

 

그러나 출판사와 서점이 잘 되던 2022년, 김 대표는 갑작스럽게 치유 불가능한 암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주치의를 일반의에서 호스피스 의사로 바꿨다.

 


"한국과 일본의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는데, 모두 똑같은 진단을 내렸어요. 암이 너무 크고, 인근에 혈관이 지나 수술이 불가하다고요. 차라리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여러 사람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어요. 살기가 어렵다는 뜻이었죠."

 

하지만 운이 좋게도 서울의 한 큰 병원 선생님을 통해 수술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재발 위험성이 있어 추적 관찰은 하고 있지만, 그는 3년째 별다른 일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현재 그의 사업은 순항 중이며, 책거리는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오리지널 굿즈 제작, 토크 이벤트 개최, 소책자 발간, 에코백 제작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병마와 싸우고, 출판사와 서점을 동시에 운영하며,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중차대한 일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그는 "그저 하는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제가 하는 일의 규모는 정말 작아요. 연간 20권 정도를 출간하는 출판사와 책방을 운영하고 있죠. 책만 팔아서는 운영이 어려워 다양한 이벤트로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기에 큰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그냥 하는 거죠."

 

그러면서 조용히 덧붙였다. "바다 건너서도 열심히,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문화포털

23년간 입국 금지는 '비례원칙 위반'... 유승준에게 또다시 승소 판결 내린 법원

 병역 비리 논란으로 23년간 한국 입국이 금지됐던 가수 유승준(48·미국명 스티븐 승준 유)에 대해 법원이 다시 한번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유승준이 제기한 세 번째 소송에서 나온 결과로, 대법원에서 두 차례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비자 발급을 거부해온 정부의 조치가 위법하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를 입국금지해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공익과 사익 간 비교형량을 해볼 때 피해 정도가 더 커서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며 핵심 판단 근거를 밝혔다.특히 재판부는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은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재량권의 일탈 남용으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해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의 과거 행위가 적절했다고 판단하는 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고 덧붙여 유승준의 과거 행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 입장을 유지했다.유승준의 법정 투쟁은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왔다. 1997년 '가위', '연가', '사랑해 누나' 등 히트곡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그는 2002년 공연을 목적으로 출국한 뒤 돌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의무를 회피했다. 당시 그는 군 입대를 공언했던 상황이어서 국민들의 배신감은 더욱 컸다. 이에 법무부는 여론에 호응해 그의 입국을 제한했고, 이후 23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2015년 8월, 38세가 된 유승준은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체류 자격으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당시 재외동포법은 병역 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더라도 38세가 되면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LA 총영사관은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 이것이 긴 법정 투쟁의 시작이었다.첫 번째 소송에서 유승준은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LA 총영사관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유씨의 병역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발급을 재차 거부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사법부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정부의 태도로 비춰졌다.이에 유승준은 2020년 10월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11월 대법원에서 또다시 최종 승소했다. 그런데도 LA 총영사관은 지난해 6월 또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이는 대법원 판결을 두 번이나 무시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유승준은 같은 해 9월 세 번째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도 승소했다.한편 유승준 팬들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유승준 갤러리는 지난 9일 성명문을 발표해 정부의 정치인 사면 검토 과정에서 보여지는 관용이 유승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8·15 광복절을 앞두고 정치인과 공직자들에 대한 사면과 복권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사면이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그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팬들은 특히 형평성 문제를 강조했다. "이러한 관용과 포용의 정신이 정치인과 공직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도 공정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며 "병역 문제로 인해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입국이 제한된 가수 유승준 씨의 경우, 이미 대법원에서 지난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이 계속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과 법치주의 정신에 비추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했다. "조 전 대표, 윤 전 의원 등 정치인 사면 검토에서 드러난 국민 통합과 화합의 의지가 일반 국민인 유승준 씨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며 "부디 대통령님의 결단이 형평성과 공정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구현되는 사례가 되어,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간곡히 호소했다.유승준 사건은 이제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법치주의와 행정부의 사법부 판결 이행 의무, 그리고 사면과 관용의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세 번의 법원 승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입국 제한이 과연 법치국가에서 용인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