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트 거장 김수자, 프랑스도 인정한 '보따리 요정' 등극

 프랑스 정부가 김수자(68) 작가에게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Officier)를 수여했다. 지난 9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김수자 작가의 공로가 인정받았다.

 

2017년 슈발리에(Chevalier) 등급에 이어 두 번째로 받는 프랑스 훈장으로, 이는 예술가로서 그의 독보적인 위상과 프랑스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대한 공헌을 다시 한번 공인받은 쾌거다.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은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뛰어난 창작 활동을 펼치거나 프랑스 문화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훈장으로, 코망되르, 오피시에, 슈발리에의 세 등급으로 나뉜다. 김 작가가 두 번째로 받은 오피시에는 그가 이미 프랑스 문화예술계의 중요한 일원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김수자 작가는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회화, 바느질, 설치, 퍼포먼스, 영상, 건축 등 다양한 예술 형식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특히 그의 상징과도 같은 '보따리 연작'은 헌 옷가지와 가구를 한국 전통의 보자기로 감싸는 행위를 통해 삶과 죽음, 이동, 경계, 그리고 존재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보따리는 단순한 포장을 넘어 이주와 유목, 기억, 그리고 정체성의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며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독창적인 예술 세계는 그를 '보따리 작가'라는 수식어로 불리게 했으며,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 이유가 되었다.

 

김 작가와 프랑스의 인연은 1984년 프랑스 국립미술학교 에콜 드 보자르에서 석판화를 배우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랑스는 그의 예술적 여정에 중요한 기반이 되어주었다. 프랑스 미술계의 깊은 이해와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언어를 확고히 구축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파리의 사립 미술관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컬렉션에서 한국인 최초로 '카르트 블랑슈(전권 위임)' 작가로 초대받아 대규모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는 미술관의 모든 공간과 자원을 작가의 의도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로, 김수자 작가가 프랑스 미술계에서 얼마나 높은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오피시에 훈장 수훈은 김수자 작가가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세계로 확장하고, 프랑스와 한국 간의 문화적 교류를 심화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국경과 장르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탐구하는 김수자 작가의 예술은 앞으로도 전 세계인에게 깊은 영감과 통찰을 선사하며, 한국 미술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포털

'여기가 미국이냐?' 한국인 73%가 거부하는 팁 문화, 왜 자꾸 밀어붙이나

 최근 서울 일부 식당에서 소비자에게 팁을 요구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팁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여의도의 한 식당은 계산대에 'TIPBOX'라는 상자를 비치하고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항상 최고의 서비스와 요리를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이를 목격한 소비자는 "여기 한국이다. 팁 문화 들여오지 마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또 다른 사례로, 서울의 한 냉면집 키오스크 주문 화면에는 '고생하는 직원 회식비'라는 300원짜리 선택 옵션이 표시돼 있어 논란이 됐다. 이를 공유한 소비자는 "아무리 선택 옵션이라고 하지만 팁 문화 가져오려는 거 자체가 유쾌하지 않다"고 비판했다.현행 식품위생법상 메뉴판에는 부가세와 봉사료가 모두 포함된 최종 가격을 표시해야 하며, 별도 봉사료를 강제로 요구하면 불법이다. 그러나 자율적 선택이라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팁박스를 눈에 띄게 보이는 곳에 두는 것은 소비자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선 충분히 부담스럽고 강요로 느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식당이나 카페뿐 아니라 2023년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후 별점 5점을 준 경우 '감사 팁' 기능을 제공해 논란이 일었다. 회사 측은 "승객의 자율적 선택"이라고 해명했으나 소비자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팁 문화는 중세시대 영국 귀족들의 과시욕에서 시작돼 미국 등 북미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팁 크레딧' 제도를 통해 최저임금 일부를 손님이 주는 팁으로 대체할 수 있어, 근로자의 부족한 인건비를 소비자가 보충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다만 미국에서도 최근 과도한 팁 요구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한국인들의 팁 문화 반감은 상당히 강한 편이다. 2023년 SK커뮤니케이션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한국 사회에 팁 문화가 도입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한승훈 인하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와 연관 지어 설명한다. "한국은 나보다 우리,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중요시한다"며 "개인이 팁을 주고 싶어도 그 행위가 집단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또한 "팁을 주는 행위가 과시욕처럼 비칠 수 있다"며 "중국인들은 팁을 주면 오히려 무례하다고 생각하고, 일본 역시 팁에 거부감이 강한 나라로, 똑같은 집단주의 문화권에 속한다"고 덧붙였다.허경옥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은 오랜 기간 팁보다는 더 얹어주는 '덤' 문화에 익숙했다"며 "오히려 돈을 더 내라고 하니 액수 자체보다 감정적 거부 반응이 심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는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음식값이 많이 오른 점도 팁 문화에 더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