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로 돌아온 매킬로이, 디 오픈 우승 향한 재도약 선언

 북아일랜드 출신 골프 스타 로리 매킬로이(세계랭킹 2위)가 그랜드슬램 달성 이후 겪었던 무기력한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 골프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특히 마스터스 대회 이후 처음 출전하는 자국 대회를 앞두고 최근 두 달여간 지속된 부진을 마감하며 메이저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10일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릭의 르네상스 클럽에서 열린 PGA투어와 DP월드투어 공동 주관 대회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프로암 라운드에서 매킬로이는 삭발에 가까운 짧은 헤어스타일로 모습을 드러냈다. 플레이 도중에는 모자를 착용해 눈에 띄지 않았지만, 라운드 종료 후 모자를 벗고 동반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그의 변신한 모습이 공개됐다. 매킬로이는 공식 인터뷰에서 헤어스타일 변화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고향에서의 시간이 정신적으로 큰 회복을 가져다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남은 시즌, 특히 ‘디 오픈’에서 활약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몇 주 전 고향으로 돌아와 웬트워스에 새로 지은 집에 정착하는 데 집중했다”며 “잠시 떨어져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 놀라운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간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와 열정을 되살리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당연히 이번 주 스코티시 오픈과 다음 주에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디 오픈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킬로이는 올 시즌 초반부터 강력한 기세를 보였다.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월 마스터스에서 연속 3승을 거두며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후 PGA 챔피언십 공동 47위, US오픈 공동 19위에 그치며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특히 11년 만에 메이저 우승을 완성하며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한 후 겪는 감정적 부담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US오픈 1라운드에서는 4오버파 74타를 치며 컷 탈락 가능성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고향 북아일랜드로 돌아와 PGA투어에서 잠시 거리를 둔 기간 동안 정신적인 재충전과 골프에 대한 동기 부여를 되찾았다며,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 반가운 대화를 나누고, 그간 잊고 있었던 여유를 되찾았다”고 전했다. 그는 “마스터스 이후 자신에게 이런 휴식을 주지 못했다”며 “이번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고 남은 시즌을 향한 기대와 열정을 다시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매킬로이는 남은 시즌 목표도 명확하게 제시했다. 그는 “마스터스 우승이 내 골프 인생의 마지막 찬란한 순간으로 남길 원하지 않는다”며 “다음 주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에서 열리는 디 오픈,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리는 디 오픈, 그리고 2027년에 열릴 페블비치 US오픈 등 역사적인 대회에서 내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은 제153회 디 오픈을 앞두고 열리는 전초전 성격의 대회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3위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 등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다. 매킬로이는 노르웨이의 빅토르 호블란과 지난해 디 오픈 우승자 잰더 쇼플리와 함께 1, 2라운드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매킬로이는 다시 한 번 자신만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시즌 마지막 메이저인 디 오픈 우승 도전을 위한 자신감을 회복하려 한다.

 

이처럼 매킬로이는 고향에서의 휴식과 헤어스타일 변화라는 외적 변화를 통해 내면의 회복과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며, 앞으로 남은 시즌 동안 골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포털

넷플릭스 덕분에 '갓'생 역전! 검은 모자의 글로벌 신분 상승기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작중 등장하는 '검은 모자', 즉 우리의 전통 갓(흑립)이 해외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갓끈 볼펜' 굿즈가 품절되는 사태까지 벌어질 정도다. 과연 우리는 이토록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갓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민속학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 시대 선조들이 갓을 얼마나 아끼고 소중히 여겼는지 들여다본다.갓은 단순히 머리에 쓰는 모자가 아니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문집 '아정유고'에서 "습기 찰세라 노끈으로 팽팽히 당겨 두고, 더럽혀질세라 갓집에 싸서 두네"라고 썼듯이, 갓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갓집'은 휴대용 갓 보관함으로, 당시 값비싼 흑립을 실내에 보관하거나 운반할 때 사용되었다. 말총과 가느다란 대나무로 만들어져 쉽게 부러지거나 먼지가 앉을 수 있었기에, 갓집은 갓을 보호하는 필수품이었다.갓집은 주로 나무나 종이로 제작되었으며, 당시 귀한 재료였던 색지나 문양지로 안팎을 꾸미기도 했다. 특히 나무로 된 갓집 중에는 내부를 붉은색 비단으로 마감하고 자물쇠를 갖춘 고급스러운 형태도 있었다. 원뿔 모양의 입롱(笠籠), 뚜껑을 여닫는 입갑(笠匣)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다. 허정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원은 "착용자의 지위와 위신이 달린 기물이었던 만큼, 갓집은 '의관정제(衣冠整齊)'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갓집은 단순히 보관 용도를 넘어, 갓을 통해 드러나는 착용자의 품격과 위신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조선 시대 선비들은 비가 올 것 같은 날이면 고깔 모양의 '갈모'를 따로 챙겨 다녔다. '입모(笠帽)' 또는 '우모(雨帽)'라고도 불린 갈모는 갓 위에 덮어 쓰는 용도로, 기름을 먹인 종이에 가느다란 대나무살을 붙여 만들었다. 최은수 서울여대 패션산업학과 연구교수는 "흑립은 대나무를 명주실보다 가늘게 쪼개 만들었기에 물에 젖으면 쉽게 찌그러졌다"며, 갈모가 눈비를 막는 우산이자 쨍한 볕을 막는 양산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갈모의 가장 큰 특징은 휴대성이었다. 쥘부채처럼 접어서 소매나 도포 자락, 혹은 배낭에 넣어 다닐 수 있었다. 19세기 말 조선을 방문했던 미국인 퍼시벌 로웰은 저서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갈모를 두고 "조선은 친구의 우산을 탐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땅이다. … 작은 모양으로 깔끔하게 접을 수 있어 날씨가 맑을 때면 소매 속으로 사라진다"고 감탄했다. 이는 갈모가 지닌 실용성과 조선 선비들의 여유로운 생활 방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조선 시대에는 갓을 화려하게 꾸미려는 상류층 남성들 사이에서 '갓끈' 장식 경쟁이 뜨거웠다. 양반들은 바다거북 등껍질인 '대모(玳瑁)', 산호, 옥, 마노(瑪瑙) 등 귀한 재료로 만든 구슬을 알알이 연결해 갓끈으로 사용했다. 장숙환 이화여대 의류학과 특임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갓끈은 기능보다 장식성에 치중하게 되면서 길이가 허리 밑까지 늘어지기도 했다.이러한 갓끈의 화려함은 때로는 사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정에서는 호화로운 일부 장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는 갓이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착용자의 신분과 부를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었음을 보여준다. 최 교수는 "갓은 기품이 느껴지는 반투명한 검정 몸체에 다채로운 갓끈이 더해져 오늘날에도 섬세함이 돋보이는 패션 소품"이라고 평가한다.갓은 조선 시대 선비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단순한 모자를 넘어선 문화적 상징이었다. 갓집으로 소중히 보관하고, 갈모로 날씨에 대비하며, 화려한 갓끈으로 자신을 표현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멋이 담겨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갓이, K-컬처의 또 다른 매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