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까지 차오른 물에 45년 농사 한순간에 '물거품'

 경남 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농가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어 망연자실한 상태다. 출하를 앞둔 작물들이 물에 잠기면서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남 합천군 율곡면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신동원씨(54)는 전날 내린 폭우로 비닐하우스 6동이 완전히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 하우스에는 지난달 초 수확한 마늘 3만4000kg이 40여 일째 건조 중이었다. 마늘은 수확 후 수분이 많아 한 달 이상 건조과정을 거쳐야 저장성을 높이고 맛과 향을 진하게 만들 수 있다.

 

긴 건조 과정의 막바지, 출하를 하루이틀 앞둔 시점에 '물벼락'을 맞으면서 마늘들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지만, 수확 후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라 보상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씨는 "마늘 피해 금액만 1억5000만원 정도"라며 "딸 다섯을 기르고 있는데 올 한해는 어떻게 먹고 살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함안군 대산면에서 45년째 수박을 재배하는 이은기씨(71)도 17일 오후 내린 비로 3305㎡(1000평) 규모 시설하우스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전날부터 호우 특보가 내려진 터라 주변 배수로를 점검·정비하는 등 나름의 대비를 했지만, 시간당 80mm 수준으로 쏟아진 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빗물이 하우스에 사람 무릎높이까지 순식간에 차오르면서 수박을 수확도 못하고 전량 폐기처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씨는 "올 여름 비가 너무 안 와서 말썽이더니 하루아침에 폭우로 이렇게 돼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가야읍에서 30년째 멜론 농사를 짓고 있는 안광윤씨(64)도 17일 오후 내내 내린 비로 시설하우스 5동이 물에 잠겼다. 18일 오전 비는 그쳤지만, 주변에 워낙 많은 비가 내려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하우스가 여전히 침수된 상태였다.

 

안씨는 "멜론은 한번 물에 잠기면 물이 빠지더라도 되살리기가 어렵다"면서 "주말에 또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뒷처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 진주의 고추·딸기농가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고추농가 하종진씨(50)는 "출하를 앞둔 고추를 전량 폐기해야 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보일러 등 시설 피해도 적지 않다"면서 "마을 어르신들도 모두 어디서부터 복구를 시작해야 할지 망연자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집중호우는 경남 지역 농가들에게 이중고를 안겼다. 한동안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수확을 앞둔 작물들이 한순간에 물에 잠긴 것이다. 특히 수확 직전이나 건조 과정 중이던 작물들이 피해를 입어 농가들의 타격이 더욱 컸다.

 

농민들은 당장의 피해 복구도 걱정이지만, 앞으로 또 내릴 비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기상청은 주말에도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예보해 농민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농작물 피해뿐만 아니라 시설 복구에 필요한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번 집중호우가 농가 경제에 미칠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포털

짐 싸는 금융 공기업…거래처 이탈에 '비명'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에서는 막대한 비용 투입과 효율성 저하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사옥 신축과 직원들의 정착 지원에만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전 이후 발생할 유무형의 손실이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압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 업무의 핵심인 대면 협업과 정보 교환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을 외면한 채 물리적 이전만 강행할 경우, 국가 금융 경쟁력 자체가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의 분석에 따르면, 본사 이전에 필요한 비용은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2,5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축 비용과 임직원 주거 지원비를 합산한 수치로, 실제 이전이 가능한 인원을 고려하면 직원 1인당 약 5억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러한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 대상 업체 대다수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직원들이 다시 서울로 장기 출장을 떠나는 역출장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과거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에도 수도권행 셔틀버스 운영에만 약 2,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전례가 있다. 금융권은 이러한 추가 운영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지방 이전의 경제적 효과가 완전히 상쇄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금융 업무 특성상 대사관, 해외 발주처, 대형 투자사들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인데, 지방 이전으로 인해 이들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단순한 교통비를 넘어 사업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논리다.산업은행의 사례를 보면 우려는 더욱 구체화된다. 부산 이전 시 향후 10년간 발생할 재무적 손실이 7조 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수익 감소분이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거래처나 협업 기관들 역시 지방 이전이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산업은행을 따라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겠다는 거래처는 극소수에 불과해, 금융 생태계의 단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용 불안 문제도 심각한 쟁점이다. 금융기관 본점이 이전할 경우 시설 관리나 미화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직원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본점 업무와 밀접하게 연계된 간접 고용 인력들에 대한 대책 없이 이전이 강행될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인재 이탈 현상도 가속화되어 숙련된 금융 전문가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며 민간 금융사로 자리를 옮기는 현상이 이미 감지되고 있다.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집중형 이전' 방식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 앵커 기업과 연구기관을 함께 배치해 부대 효과를 극대화하고, 정책자금 공급 규모를 대폭 늘려 지방 금융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차 이전 기관 중 상당수 지역에서 인구가 오히려 감소하는 등 혁신도시의 실효성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라, 금융권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