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봉쇄에 유럽 반격 나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예고

 이스라엘이 3월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하며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차단한 가운데 휴전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자, 프랑스와 영국 정상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엄포를 놓았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으며,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해 중동 정세가 더욱 긴장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각료회의 직후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참혹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조처와 ‘두 국가 해법’을 위한 장기 평화 과정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9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임을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스타머 총리는 이와 함께 “이스라엘이 유엔을 통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재개하도록 허용하고,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합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해서는 “가자지구 내 인질 전원을 석방하고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BBC는 이 발언을 ‘조건부지만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러한 발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해 스타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나와 이목을 끌었다. 한편 스타머 총리는 가자지구의 상황을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비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주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통화하며 가자지구 문제를 해결하고 휴전에서 영구적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강력한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 계획이 완성되면 중동 지역을 포함한 주요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며칠 내 미국과 아랍 국가들에게도 해당 계획을 제시할 계획임을 전했다.

 

프랑스는 영국에 앞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6월 24일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X, 전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는 중동의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역사적 헌신에 따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9월 유엔 총회에서 이 사실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자지구 전쟁을 종식시키고 민간인에게 구호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큰 유대인과 무슬림 공동체를 가진 국가임을 짚으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첫 주요 서방 국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프랑스와 영국과는 달리 다소 보수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 및 가자지구 휴전 노력과 충돌해 미·프 간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 6월 각국 정부에 보낸 외교 전문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모든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도 프랑스와 영국의 움직임에 대해 즉각 강력한 반발을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조치는 테러를 부추기는 행위이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일 뿐, 평화 공존을 위한 길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여전히 복잡한 문제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3월 현재 147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는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10개국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한국 등 9개국은 아직 독립국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들도 대부분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독립국으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 다만 팔레스타인을 공식 승인하기 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간의 협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이번 프랑스와 영국 정상의 발표는 이 같은 국제적 입장에 변화를 촉구하는 신호로 평가된다.

 

중동 평화와 관련한 국제사회 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강경한 봉쇄 정책과 국제사회의 대응 움직임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포털

부모견 중 한 마리만 있어도 50% 증가... 반려견 슬개골 탈구의 무서운 유전력

 국내 반려견 사육 환경의 특성상 소형견을 키우는 비중이 해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좁고 밀집된 주거 환경이 주된 이유다. 이런 환경에서 동물병원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슬개골 탈구'다. 슬개골 탈구는 반려견의 뒷다리 무릎뼈가 원래 위치를 벗어나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움직이면서 통증과 절뚝거림을 유발하는 질환이다.이 질환이 워낙 유명해지면서 많은 반려견 보호자들이 나름의 예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집 안 곳곳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반려견이 두 발로 서는 행동을 막는 모습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하지만 여기에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미끄러운 바닥이나 두 발 서기로 인해 슬개골 탈구가 발생하는 경우는 실제로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슬개골 탈구의 발병 원인을 분석해보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무려 90%가 유전적 또는 선천적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는 마치 사람의 탈모와 비슷한 기전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견 중 한 마리라도 슬개골 탈구가 있는 경우, 자견의 유병률은 50%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일부 견종에서 슬개골 탈구와 연관성이 깊은 특정 유전자까지 발견되고 있다.즉, 한 반려견이 부모견으로부터 슬개골 탈구에 취약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면, 아무리 집 안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두 발 서기를 못하게 해도 발병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는 많은 보호자들이 믿고 있던 상식을 뒤엎는 충격적인 사실이다.그렇다고 해서 집 안에 설치한 미끄럼 방지 매트를 모두 치우라는 것은 아니다. 약 10%의 슬개골 탈구는 외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격렬한 공놀이를 하거나 소파, 침대 같은 높은 곳에서 반복적으로 뛰어내리는 과격한 움직임은 기존에 없던 슬개골 탈구를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초기 단계였던 탈구가 더 심각한 단계로 악화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슬개골 탈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외과적 수술이다. 시중에는 슬개골 탈구에 효과가 좋다고 광고하는 각종 영양제, 보조기, 마사지 방법 등이 넘쳐나지만, 이들은 탈구로 인해 발생하는 관절염이나 통증 같은 2차 증상을 일시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일 뿐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슬개골 탈구는 진행 단계에 따라 1단계부터 4단계까지 구분된다. 1단계는 손으로 밀면 쉽게 탈구되지만 평상시에는 제 위치를 유지하는 상태다. 2단계는 가끔 저절로 탈구되고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하는 단계로, 이때부터 탈구 시 순간적인 통증이 동반된다. 3단계는 평소 탈구된 상태이지만 힘을 가하면 제 위치로 환납되는 상태이고, 4단계는 항상 탈구되어 있어 손으로 밀어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가장 심각한 단계다.수술을 결정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다리를 들거나 저는 증상이 지속되는 1~2단계, 그리고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3단계 이상이면 수술이 권장된다. 특히 성장기인 어린 반려견의 경우에는 더욱 적극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성장기에는 슬개골 탈구가 뼈와 관절의 변성을 빠르고 심하게 유발하기 때문이다.이미 슬개골 탈구가 진행된 반려견에게는 달리기를 조심해야 한다. 특히 2단계 이상 탈구가 진행됐을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슬개골 탈구는 말 그대로 슬개골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면서 관절에 손상을 주는 질환인데,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면 손상이 더욱 심해진다. 실제로 수술 중 관절면을 육안으로 관찰해보면, 많이 뛰어다니는 반려견일수록 손상 정도가 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하지만 달리기를 삼가야 한다고 해서 모든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운동량이 과도하게 감소하면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슬개골 탈구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때 가장 추천되는 운동은 평지를 천천히 걷는 것이다. 수영도 슬개골 건강에 매우 이롭지만, 반려견과 일상적으로 수영장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슬개골 탈구는 흔한 질환인 만큼 잘못된 정보와 오해도 많다. "미끄럼 방지 매트로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 "운동을 아예 시키면 안 된다" 등이 대표적인 잘못된 상식이다. 이런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반려견의 건강이 오히려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슬개골 탈구를 비롯해 견종별로 자주 발생하는 유전성 질환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은 물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너무 늦지 않게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반려견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유전적 요인이 강한 질환이라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