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자퇴생 2배 폭증...고교학점제가 만든 '학교 탈출 러시' 실태

 고등학생들의 학교 이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일반고 자퇴생이 1만8498명으로 5년 만에 거의 2배로 증가했고, 검정고시 지원자 중 고등학교 자퇴생이 61%를 넘어섰다. 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자도 지난해 2만109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제 고교 자퇴 후 '검정고시'가 상위권 대학 진학의 새로운 통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정부의 졸속 고교학점제 도입이 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고등학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차별적인 내신 경쟁의 전쟁터로 변해왔다. 수능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내신이 오히려 학생들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는 족쇄가 되었다. 교사들에게는 교육보다 학교생활기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작성이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되었고, 그 부담은 AI 활용 유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제1호'로 추진된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이라는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초래했다. 학부모들은 유리한 과목 선택을 위해 교육컨설팅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5등급 상대평가'라는 변별력 없는 평가체계가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사들의 고통도 심각하다. 고교학점제 정상 운영에 필요한 8만8천여 명의 교사 추가 확보는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지난 5년간 1만6천 명 이상의 교원이 감축되었다. 교사들의 업무는 폭증했고, 과목별 출석률 관리까지 추가되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결국 졸속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시행 한 학기 만에 '전면 폐지'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다.

 

현 교육 시스템이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만 집중하는 것도 문제다. 성장 과정의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우며, 대학 진학 후에도 많은 학생들이 이 문제로 고민한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중도 탈락률이 자연계열 4.9%, 인문·사회계열 2.5%에 달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고교학점제의 또 다른 문제는 '교과목 쪼개기'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들이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융합교육에 역행하고 있다. 이러한 파편화된 교육으로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융합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학생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인데, 맞춤형을 핑계로 편식을 조장하는 현 시스템은 교육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

 

진정한 맞춤형 교육은 교수학습 방법의 다양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쪼개진 교과목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적극적인 학습 노력임을 인식해야 할 때다.

 

문화포털

폭우 뚫고 돌아온 이석원…관객은 떼창으로 화답

 폭우로 일부 공연이 취소되고 관람권 전액 환불이 결정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26’에서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 이석원이 10년 만에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낮부터 이어진 거센 비가 밤이 되면서 잦아들자 관객들은 그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오랜만의 귀환을 반겼다. 공연 중 감정이 북받친 이석원이 노래를 잠시 잇지 못하는 순간에도 관객들은 후렴을 대신 부르며 무대를 함께 완성했다. 19일 공연계와 관객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석원은 전날인 18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음악 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26’에 참여했다. 야외 88호수수변무대에 마련된 러빙 포레스트 가든에서 약 90분 동안 공연을 펼쳤다. 이석원이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것은 언니네 이발관으로 2016년 같은 축제에 출연한 이후 10년 만이다.이날 공연은 개최 여부가 막판까지 불확실했다. 낮부터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야외 공연장인 88잔디마당의 무대 시설 일부가 파손됐고, 주최사 민트페이퍼는 오후 4시께 남은 공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올림픽공원 내 실내 공연장인 케이스포돔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예정대로 이어졌지만, 88호수수변무대의 일정은 한동안 중단됐다.민트페이퍼는 기상 악화로 준비한 공연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관람권을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 날씨 때문에 축제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다행히 오후 8시20분부터 예정됐던 이석원의 공연을 앞두고 비가 그치면서 무대가 이어질 수 있었다.사진과 영상 촬영이 제한된 가운데 이석원은 ‘동경’을 첫 곡으로 선보였다. 이어 ‘팬클럽’, ‘보여줄 순 없겠지’, ‘2002년의 시간들’, ‘어떤 날’, ‘다음 곡은 뭐죠?’, ‘어제 만난 슈팅스타’, ‘산책 끝 추격전’ 등 언니네 이발관의 초기 대표곡을 차례로 들려줬다. 건반을 중심으로 세밀하게 구성한 밴드 연주는 오랜 공백이 무색할 만큼 무대를 채웠고, 관객들은 익숙한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공연을 즐겼다.1998년 발표한 곡 ‘유리’를 부르는 순간에는 이석원이 오랫동안 품어온 바람도 이뤄졌다. 그는 노래를 녹음했던 28년 전을 떠올리며 마지막 부분에서 사람들이 우주에 둥둥 떠서 체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듣는 사람들과 함께 체조하고 싶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게 오늘”이라고 말하자 관객들은 그의 동작을 따라 하며 한꺼번에 몸을 움직였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간직했던 장면이 실제 공연장에서 펼쳐진 셈이다.공연의 분위기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순간은 ‘산들산들’ 무대였다. 노래를 부르던 이석원이 감정이 북받친 듯 한동안 다음 소절을 이어가지 못하자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후렴을 대신 불렀다. 이석원이 마지막 소절을 부르려고 하자 관객들은 장난스럽게 “아직 아냐”라고 외치며 떼창을 계속했다. 가수와 관객이 노래를 주고받으며 만들어낸 이 장면은 10년 만에 돌아온 무대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했다.이날 공연에서는 미발표곡도 깜짝 공개됐다. 이석원은 새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발라드라며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데모를 관객들에게 들려줬다. 곡의 제목은 가제 ‘성시경’이다. 그는 발매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 곡이지만, 10년 만의 공연과 앨범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관객들에게 들려준 특별한 선물이었다.공연은 ‘아름다운 것’으로 이어졌고, 앙코르 무대에서는 ‘인생은 금물’과 ‘나를 잊었나요?’가 울려 퍼졌다. 현장에서 공연을 지켜본 조혜림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석원이 무대에서 눈물을 보이자 관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노래를 함께 부르며 그의 복귀를 반겼다고 전했다. 무대 위 가수의 감정과 관객들의 반응이 맞물리면서 공연장은 오랜 기다림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공간이 됐다. 이석원은 한국 인디 음악과 모던록을 대표하는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다. 1996년 첫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를 발표한 뒤 ‘후일담’, ‘꿈의 팝송’, ‘순간을 믿어요’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로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하며 음악적 성과를 인정받았다.그는 2017년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을 발표한 뒤 음악이 일이 돼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지난해 음악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이번 페스티벌 무대는 오랜 공백을 지나 다시 관객 앞에 선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거센 비로 축제 일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이석원의 노래는 관객들의 목소리와 함께 이어졌고, 10년 만의 페스티벌 복귀는 떼창과 눈물이 어우러진 밤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