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 카톡, '인스타 복붙' 논란! 15년 아성 무너지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다음 달부터 초기 화면인 '친구' 탭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15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다. 기존의 전화번호부 형식에서 벗어나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피드형'으로 탈바꿈하는 이번 시도는 카카오톡의 본질적인 변화를 예고하며, 이용자들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사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의 첫 번째 탭인 친구 탭은 단순한 친구 목록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변화할 예정"이라며, 개편 이후 친구들이 공유한 콘텐츠를 피드 형태로 모아 보여주는 지면을 만들 계획임을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를 "카카오톡의 초기 화면이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형태로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인스타그램처럼 활용하게 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다음 달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카카오톡의 친구 탭은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친구들이 가나다순으로 나열되는 '나열식' 형태다. 그러나 개편 후에는 친구들이 올린 사진, 영상, 글 등의 게시물이 마치 소셜 미디어 피드처럼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히 친구 목록을 확인하는 공간을 넘어, 친구들의 '일상'을 소비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번 파격적인 변화의 배경에는 카카오톡의 이용자 체류 시간 감소와 수익성 개선이라는 절박한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 앱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2021년 5월 822.68분에서 지난해 5월 731.85분으로 약 11% 감소했다. 이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강세 속에서 카카오톡이 '채팅'이라는 본연의 기능만으로는 이용자들의 이목을 붙잡기 어렵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친구 탭 개편을 통해 인스타그램처럼 카톡에도 게시물이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면, 이용자들이 친구들의 콘텐츠를 보기 위해 카톡에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의 성공적인 광고 모델처럼 게시물 사이사이에 광고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카카오가 단순 메신저를 넘어, 강력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카카오 안팎에서는 이번 개편 작업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불편과 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카카오톡이 출시 직후 '국민 메신저'로 빠르게 등극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존 휴대전화의 전화번호부 형식과 문자 메시지 사용 방식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직관적인 UI였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도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카톡의 인스타그램화'로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길 수 있다"며,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채팅이지 일상을 공유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앞서 2023년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와 유사한 서비스인 '펑'을 출시했으나,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며 조용히 사라진 전례가 있다.

 

더욱이 카카오톡이 소셜 미디어로 자리 잡기에는 운영 방식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스타그램은 '팔로우'를 통해 자신의 게시물을 공유할 대상을 명확히 선택할 수 있으며, 여러 계정을 만들어 용도에 따라 다른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카카오톡은 휴대전화에 전화번호만 저장해도 자동으로 친구로 등록되는 방식이다. 이는 거래처, 직장 동료, 또는 심지어 연락처만 아는 지인 등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의 사적인 일상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소셜 미디어 활동을 할 때 심리적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부담감은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개편 이후에도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서비스를 가다듬을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15년간 굳건히 지켜온 카카오톡의 정체성이 이번 대변혁을 통해 어떻게 재정립될지, 그리고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포털

정부가 아닌 '시민'이 해냈다…세월호 참사, '치유의 기록'으로 유네스코 간다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로 남은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비극과 이후의 시간을 담은 기록물이 세계적인 유산으로 나아가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경기도교육청 산하 4·16생명안전교육원은 '단원고 4·16아카이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를 위한 국내 심사를 통과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록 보존을 넘어, 사회적 재난을 기억하고 치유하려는 시민 사회의 자발적인 노력이 국제적인 인정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이번 프로젝트는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희생자들의 유품과 기록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활동을 묵묵히 이어온 비영리 민간단체 '4·16기억저장소'가 주도하고, 경기도4·16생명안전교육원이 힘을 보태며 결실을 본 대표적인 민관 협업 사업이다. '단원고 4·16아카이브 : 시민의 기억운동과 치유의 기록'이라는 이름 아래, 여기에는 별이 된 단원고 학생들의 평범하고도 찬란했던 생전의 일상과,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추모의 물결,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간절한 외침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참사 이후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며 서로를 보듬고 다시 일어서려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치열한 회복의 여정 또한 중요한 일부를 구성한다.이 기록물이 갖는 가장 큰 가치는 국가나 기관의 공식적인 시각이 아닌, 참사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유가족과, 함께 아파하고 행동했던 평범한 시민들의 관점에서 사회적 재난의 실상을 낱낱이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건조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아래에서부터 쌓아 올린 살아있는 목소리의 집합체다.더 나아가, 이 아카이브는 '기록'이라는 행위 자체가 어떻게 상처 입은 이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소중한 사례다. 기억을 꺼내어 말하고, 함께 모으고, 정리하는 모든 과정은 단순히 과거를 박제하는 것을 넘어, 아픔을 직시하고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공동체의 노력이었다. 경기도교육원은 이러한 의미를 더하기 위해, '단원고 4·16기억교실' 존치 과정을 담아낸 구술 기록화 사업(2021~2023년)의 결과물도 함께 제출했다.국내 심사라는 큰 산을 넘은 '단원고 4·16아카이브'는 이제 더 넓은 세계를 향한다. 오는 2026년 6월 열릴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 총회에서 최종 등재 결정을 받기 위해, 국가유산청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마지막 단계를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이제는 전 세계가 함께 기억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인류의 유산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