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뜨거운 감자'는 빼고 '쿨하게' 미래만 논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일 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다. 양국 정상은 총 113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 한일 협력의 절실함을 확인하며, 17년 만에 공동발표문을 채택하고 '셔틀외교' 재개에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첫 양자 외교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고, 이시바 총리 역시 "매우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공동발표문에는 북핵 위협 공동 대응, 한미일 공조 강화, 수소·AI 등 미래 산업 협력 확대, 저출산·고령화 등 공통 과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협의체 출범 등 안보·경제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협력 구상이 담겼다. 특히 위성락 안보실장은 셔틀외교 조기 복원이 한미일 협력 강화와 직결된다고 평가했다. 회담 중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경험을 공유하며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실질적 조언을 건넨 점도 주목된다.

 

그러나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문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아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위 실장은 "철학적 인식에 기반한 논의"였다고 설명하며,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이전 정권의 합의를 존중하며 현실 인정과 상호 이해를 통한 해결을 제언한 바 있다.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점은 긍정적이었으나, 역사 문제 전반의 근본적 해결은 미뤄졌다.

 


이번 회담이 국교정상화 60주년, 광복 8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에 열려 한일관계 복원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선언적 합의에 그칠 경우 과거와 같은 '외교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제징용 배상, 수산물 수입 갈등 등은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다. 또한, 25일(현지시간)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 등 통상 문제가 강하게 제기될 경우 한일 협력이 미국 정책에 지나치게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너무 가깝다 보니 불필요한 갈등도 발생한다"며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숙고하되 협력할 분야는 협력하는 것이 정치권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이 선언적 합의를 넘어 제도적 장치와 실질적 교류로 이어갈 수 있을지, 과거사와 미래 협력을 병행하는 균형 감각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한일관계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문화포털

트럼프의 '해고쇼', 버티기와 소송전으로 막장 드라마 등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고위 관료와 장성들의 해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에 대한 강력한 저항 움직임이 포착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해고 통보를 받은 일부 인사들은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대한 법적,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수전 모나레즈 국장은 최근 백악관과 보건복지부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대통령만이 나를 해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모나레즈 국장은 트럼프가 임명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는 감염병 대응 백신 정책을 둘러싼 모나레즈와 케네디 장관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디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부터 백신 접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지난 7월 상원 인준을 거쳐 취임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해고 통보를 받은 모나레즈 국장은 케네디 장관을 향해 "비과학적이고 무모한 지시에 고무 도장이나 찍으라고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CDC 직원들 또한 모나레즈 국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에 백악관은 "모나레즈 해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라며 개입했고, 조만간 새 CDC 국장 후보자를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나레즈 국장 측 변호인들은 "CDC 국장은 대통령 지명과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되는 자리이므로 보건부 장관이 아닌 대통령만이 인사권을 가진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 본인이 이 사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부동산 사기 연루 의혹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부정부패한 인물"이라는 비난과 함께 해임 통보를 받은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아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법원에 해임 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쿡 이사는 소장에서 "대통령의 해고 명령은 불법이므로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피고에 포함시켰다.쿡 이사 측 변호인들은 연방 법률상 연준 이사 해임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며, 쿡 이사의 경우 해당 사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명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은 채 해고한 것은 명백히 적법절차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쿡 이사의 해고는 금융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임 정권 인사를 축출하고 측근을 심어 연준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지속적으로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으나, 연준은 경제 지표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다.이번 사건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사 정책이 전례 없는 방식으로 도전받고 있으며, 행정부 내 권력 관계와 법적 절차에 대한 논란이 더욱 심화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