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몰라도 'SNS는 잘하는' 박정우?…결과는 '자숙'

 KIA 타이거즈 외야수 박정우(27)가 팬과의 SNS 욕설 및 비방 설전,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뒤늦게 사과문을 게재하며 팬들의 싸늘한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사태는 박정우의 경기 중 본헤드플레이에서 시작되어 팬과의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1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이었다. 10-11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 역전의 기회가 찾아온 절체절명의 순간, 2루 주자였던 박정우는 김태군의 좌익수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대한 판단 미스로 2루에서 아웃되는 '본헤드플레이'를 범했다. 당시 KIA는 이 플레이로 역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연패의 늪에 빠져들었고, 26일 인천 SSG 랜더스전까지 6연패를 기록했다. 박정우는 이 사건의 여파로 23일 광주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자숙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경기 후 박정우는 팬들로부터 SNS를 통해 거센 비판과 비난을 받았다. 팬들의 과도한 비난은 지양되어야 마땅하지만, 박정우 역시 이에 맞서 욕설과 비방으로 대응하며 논란을 키웠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특정 팬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노출하는 심각한 실수를 저질러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번 논란이 커지자 박정우는 결국 2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 발표가 지연된 배경에는 피해를 입은 팬을 직접 만나 사과하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팬덤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반응을 보이며, 사과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로서는 박정우가 이번 시즌 안에 1군 또는 2군 경기에서 다시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정우는 사과문에서 "지난 22일 새벽 저의 인스타 스토리에 팬 개인의 신상정보를 유출해 큰 피해를 끼치고, DM으로 비방과 욕설로 팬에게 상처를 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팬이 받았을 충격과 상처는 한마디 말로 해소되지 않겠지만, 저의 경솔함으로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이 반성합니다. 저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를 보고 있는 팬의 개인정보 유포를 멈추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정우는 사과문 말미에 "저의 경솔한 행동으로 수많은 팬분들께 실망과 불쾌감을 안겨드리고, 구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서도 깊이 사죄드립니다. 개인정보 유출로 고통받는 팬의 정보 확산을 제발 멈춰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다시 한번 저의 잘못으로 불편함을 겪으신 모든 분과 아픔을 겪고 있는 팬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깊이 반성하겠습니다"라고 덧붙이며 거듭 용서를 구했다.

 

이번 사건은 프로 스포츠 선수와 팬덤 간의 관계, 그리고 SNS 시대에 선수들이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정우의 경솔한 행동은 개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소속 구단의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으며, 향후 그의 선수 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포털

20년간 한 장소만 찍어온 사진작가, 그의 렌즈가 포착한 '불변의 진실'은?

 한 장의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기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여기,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오롯이 한 공간에 바친 한 사진가의 묵직한 기록이 펼쳐진다. 차재철 사진가의 개인전 ‘홍천향교의 문화유산전–20여년의 기록’이 홍천미술관에서 열리며 잊혔던 시간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사진가와 홍천향교의 인연은 2005년 봄, 마치 운명처럼 시작됐다. 향교에서 열린 전통 혼례에 우연히 발을 들인 것을 계기로, 그의 렌즈는 이후 20년간 조용히 향교의 사계와 그 안의 사람들을 향했다. 청년유도회 활동부터 성균관 유교신문 기자, 강원일보 객원사진기자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자연스럽게 유교의 세계로 깊이 스며들었다.사진의 배경이 되는 홍천향교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역사다. 조선 성종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서 깊은 공간은 6·25 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 속에서 완전히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잿더미 속에서 불사조처럼 일어나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고,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이번 전시는 바로 이 공간에서 펼쳐지는 유교 전통문화의 핵심,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낸다. 한 인간의 성인식부터 혼례, 장례, 그리고 조상을 기리는 제례에 이르기까지, 각 의례가 품고 있는 고유의 색채와 상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포착했다.20여 년간 반복된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진 속 자연의 빛깔은 해마다 미묘하게 변해갔지만, 묵묵히 전통을 이어가는 유림들의 모습과 그 정신만은 변치 않았다. 차 사진가는 단순히 풍경을 담는 것을 넘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과 ‘경로효친’이라는 유교적 가치를 생활 속에서 직접 체득했고, 그 깊은 철학을 한 컷 한 컷의 사진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의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차재철 작가는 말한다. “한 컷의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잊혀진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또 누군가에게는 위안과 응원이 되며 지나간 날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진이 단순한 기록에 머물지 않고,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그의 바람처럼, 20년의 오래된 기록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통과 정신이 어떤 의미로 살아 숨 쉬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매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