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군대 보내자"… 독일 총리 폭탄 발언에 나라 전체가 '들썩'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무장'을 선언하며 유럽 안보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독일에서, 군 병력 증강을 위해 여성까지 징집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최고 지도자의 발언이 터져 나오며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즉각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징병제 부활 논의가 성별 갈등과 헌법 개정이라는 폭발력 있는 뇌관까지 건드리는 양상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다. 그는 지난달 29일 프랑스 TF1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국의 병력 충원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의무 복무로의 회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자원 입대만으로는 병력 충원이 불가능하다면, 의무 복무로 되돌아갈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문제는 그다음 발언이었다. 메르츠 총리는 "우리 헌법에는 여성을 병역 의무에 동원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사실은 그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며 여성 징집을 위한 헌법 개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그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지만 이제 시작 단계"라며 이 문제가 단순한 제안이 아닌, 구체적인 검토의 시작점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독일 연방군의 심각한 병력 부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독일 정부는 현재 18만 2천 명 수준인 병력을 2035년까지 26만 명으로 대폭 늘린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징병제 부활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여성을 징집하려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독일 헌법이 '남성에게는 만 18세부터 군대 등에서 복무할 의무를 지울 수 있다'고 명시, 여성을 의무복무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징집은 단순한 병역법 개정이 아닌, 국가의 근간인 헌법을 손대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인 셈이다.

 

총리의 '폭탄 발언'이 알려지자 군비 증강 자체에 비판적인 좌파 진영은 즉각 '전쟁'을 선포했다. 좌파당의 평화·군축 정책 대변인인 데지레 베커는 "여성에게까지 무기를 들도록 강요하는 것은 진전이 아닌 명백한 퇴행"이라고 맹비난하며 "여성에 대한 병역 의무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성 징집을 골자로 한 병역제도 개편안 자체에 대한 반대 여론도 이미 거세다. 반전단체 '라인메탈 무장해제 연대'는 관련 법안이 내각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27일, 연방군 모병 사무소를 가로막고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문화포털

제주 바다에 또 ‘차 봉지 마약’…두 달 새 13건

 제주 해안에서 한자로 ‘차(茶)’라고 적힌 은색 포장지 형태의 마약이 또 발견되면서 지역 사회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처음 발견된 이후 두 달여 동안 같은 형태의 마약이 계속 떠밀려 오고 있으며, 이번까지 총 13건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16일 오후 4시 30분경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가에서 제주해안경비단 소속 경찰관이 발견한 의심 물체는 간이 시약 검사 결과 케타민 1㎏으로 확인됐다. 잇따른 발견으로 인해 제주도 일대는 해안가 경계를 한층 강화한 상태다.이번에 발견된 마약은 지난 두 달 동안 제주항, 애월읍, 조천읍, 구좌읍, 용담포구, 우도, 성산 광치기해변 등 도내 각 해안에서 발견된 동일 포장 형태의 마약들과 동일한 유형으로 보인다. 모두 케타민으로 확정된다면 총량은 32㎏에 이르며, 이는 1회 투약량 기준 약 107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단순 밀반입을 넘어 대규모 유통망과 연결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사당국도 이번 사안을 단순 표류물이 아닌 심각한 마약 조직의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포장 외관이 일반 차 봉지를 연상시키는 점도 유통 과정에서의 위장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케타민은 의료용 마취제로 승인된 약물이지만, 대량 흡입 시 환각·기억 손상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신종 마약으로 분류된다. 최근 포항에서 동일한 형태의 마약이 세 차례 발견됐고, 일본 대마도에서도 두 차례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특정 조직이 같은 포장 방식을 사용해 동아시아 해역에 흘려보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과 해경은 이 마약이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시작해 한국 남해안으로 흐르는 ‘구로시오 난류’를 따라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경은 포장지의 한자 표기 방식 등을 근거로 한자 문화권 유통망을 거친 흔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조직적 투기 또는 운송 중 유실 가능성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이날 오전에는 해경, 경찰, 해병대 제9여단, 관세청, 제주도자치경찰단 등 7개 기관에서 420여 명을 투입해 제주 북부 해안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다. 지금까지 마약이 발견된 지점들이 제주 북부와 동부에 집중된 만큼, 동일 지점을 중심으로 추가 유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관계기관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탐색과 수거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며, 해외 유입 경로와 국내 유통망 개입 여부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해안에서 연이어 발견되는 ‘차 봉지 마약’이 단순 해류 표류를 넘어 국제적 마약 밀매 조직과 연관된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지역 사회와 수사당국 모두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