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용찬 선생이 남긴 '이 유산', 70년 세월 넘어 마침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잿빛 도시 서울, 팍팍한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로할 특별한 공간의 문이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대학로 예술가의집 라운지룸에 과거 클래식 음악 감상의 성지(聖地)로 불렸던 ‘르네쌍스 고전음악감상실’의 영혼과 감성을 고스란히 되살린 공간, ‘르네쌍스, 르:네쌍스’를 선보인다. 이곳은 단순한 음악 감상실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낭만이 깃든 문화적 유산을 오늘날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특별한 시간여행의 장이다.

 

‘르네쌍스 고전음악감상실’의 역사는 전쟁의 포화가 채 가시지 않은 1951년, 대구 피난지에서 시작된다. 설립자인 故 박용찬(1916~1994) 선생은 암울했던 시절, “음악이 주는 해방감과 평안을 절망에 빠진 대중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숭고한 뜻 하나로 이 공간을 열었다. 이후 1986년 서울 종로에서 아쉽게 막을 내리기까지, ‘르네쌍스’는 당대 최고의 지성과 예술가들이 모여 클래식 선율에 마음을 기대던 사랑방이자, 전쟁의 상처와 독재의 시름을 위로받던 영혼의 안식처였다.

 

아르코는 바로 이 정신을 21세기에 되살리고자 했다. 새롭게 태어난 ‘르네쌍스, 르:네쌍스’는 단순한 복원을 넘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소통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을 압도하는 전설적인 명기(名器)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당시에도 ‘꿈의 스피커’라 불렸던 JBL 하츠필드 D30085 스피커 한 쌍이 위용을 뽐내며 서 있고, 그 옆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축음기가 자리한다. 벽면에는 빛바랜 신문 기사, 낡은 입장권 등 지금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사료들이 전시되어,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공간의 심장은 단연코 ‘소리’다. 故 박용찬 선생이 평생에 걸쳐 수집하고 기증한 수많은 LP와 SP 음반 중 일부를 디지털로 세심하게 변환한 음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디지털 음원은 오디오 애호가들의 로망인 매킨토시 진공관 앰프를 거쳐 전설적인 JBL 하츠필드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진다. 아날로그 시대의 따뜻하고 풍성한 사운드가 진공관 앰프의 깊이를 만나 빚어내는 소리의 울림은, 스마트폰 이어폰으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플레이리스트는 매달 새롭게 구성되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약속한다.

 

또한, 시대를 초월한 음악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1915년부터 1943년 사이에 제작된 VICTOR, 일본축음기상회, 일동축음기상회 등의 희귀 음반들은 한국예술디지털아카이브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이 특별한 공간은 더 많은 이들이 깊이 있는 감상을 누릴 수 있도록 예술가의집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르네쌍스, 르:네쌍스’는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한 개인의 숭고한 나눔의 정신이 어떻게 시대를 넘어 울림을 주는지를 직접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문화포털

정규직 채용? 알고보니 동료들 '공개처형'…故 오요안나 유족, 분노의 단식 계속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세상을 등진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1주기, MBC가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유족과 동료들의 가슴에 더 큰 상처를 남기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MBC는 프리랜서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직 '기상기후 전문가'를 채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는 고인의 동료들을 해고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기만적인 조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MBC는 지난 15일, 기존 기상캐스터의 역할을 넘어 취재와 콘텐츠 제작까지 담당하는 '기상기후 전문가' 직군을 신설하고, 이를 정규직으로 공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겉보기에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진일보한 대책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본 유족과 시민단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방식은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고인의 동료들에게 '공개 경쟁'을 통해 살아남으라는, 사실상의 해고 통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딸의 죽음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 비정규직 실태 전면 조사를 요구하며 8일째 처절한 단식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MBC는 유족과 단 한마디의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심지어 안형준 MBC 사장은 단식 농성장을 방문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추모제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입장을 발표하는 비정한 행태를 보였다.이에 대해 유족과 함께하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MBC의 발표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노동자성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어머니의 단식 결과가 결국 딸의 동료들을 MBC에서 잘리게 만드는 끔찍한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또한 "유족과 시민사회를 철저히 무시하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짓밟는 행위"라며 MBC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결국 MBC의 이번 발표는 문제의 본질인 '노동자성 인정'과 '직접 고용 전환'은 외면한 채, '정규직 채용'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여론을 무마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고용노동부 역시 오씨가 겪은 행위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고 인정한 상황에서, MBC의 이러한 대응은 고인과 유족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인의 어머니는 MBC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단식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