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만으론 못 버텨!" 병장 월급에 초급 간부 '동공 지진'

 2025년, 대한민국 국군의 병장 월급이 실질적으로 200만원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변화가 예고되면서, 군 내부에서는 초급 간부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사기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병장의 실질적인 월급은 기본급 150만원에 '내일준비적금' 55만원 납입 시 정부가 같은 금액을 지원해 총 205만원에 달한다. 이 금액은 초임 소위의 1호봉 기본급인 201만7300원이나 하사 1호봉 기본급인 200만900원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병장과 초급 간부 간의 급여 격차가 매우 좁혀졌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수치상의 역전 현상은 단순히 숫자를 넘어선다. 간부들은 병사와 달리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 및 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부대 내 급식 문제까지 겹치며 초급 간부들의 경제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간부 급식비는 하루 4800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근 일부 부대 식당의 한 끼 식비는 6000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야전 부대 하사는 "국방부는 '병사와 간부 월급 역전은 없다'고 하지만, 병장과 비교하면 결코 월급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며, "야전에서는 부대에서 하루 두 끼만 먹어도 한 달에 자기 돈 10만원 이상은 써야 한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병사들이 사실상 무료로 급식을 제공받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병장 월급 인상안이 확정될 당시에도 '월급 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국방부는 "2025년 병 봉급이 인상되더라도 초급 간부인 하사와 병사의 봉급 역전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료를 배포하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명절 수당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할 경우 2024년 기준 초임 하사의 실수령액이 252만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하사 3호봉 실수령액이 203만8000원 수준"이라며, 국방부의 주장은 명절 수당이 없는 평달에 실제로 받는 급여와는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부들의 경우, 병사들보다 훨씬 큰 책임감과 업무 강도를 감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보상에서는 그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15년간 병사 월급이 10배 이상 급증한 데서 기인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군 인건비는 55.5% 늘어났는데, 이 중 장교 인건비는 24.3%, 부사관 인건비는 51.6% 증가한 반면, 병사 인건비는 무려 357%나 폭증했다. 병사 인건비의 급격한 증가는 전체 국방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 상대적으로 초급 간부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여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 위관급 장교는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현실적인 보상이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젊은 간부들의 이탈을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나마 초급 간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하사·중사, 소위·중위 등 5년 미만 초급 간부들의 보수를 최대 6.6%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또한, 병사에게만 해당되던 '내일준비적금' 제도를 장기 복무 간부를 대상으로도 확대하여, 월 30만원까지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초급 간부들의 사기 저하를 막고, 우수 인력의 유출을 방지하며, 장기적으로 군의 전투력 유지 및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포털

법은 어떻게 성폭력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가…무대 위에서 던져진 날카로운 질문

 연극 '프리마 파시'는 한 명의 배우가 2시간 동안 무대를 이끌어가는 1인극이라는 형식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훨씬 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성폭력 사건 전문 변호사로 늘 승소만을 거듭하며 자신감에 차 있던 여성 ‘테사’의 삶을 따라간다. 법정이라는 전쟁터에서 증인을 교묘하게 압박하고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을 경주마의 질주에 비유하던 그녀는, 어느 날 동료 변호사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자신이 쌓아 올린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가해자를 변호하던 유능한 변호사에서 피해자의 자리에 서게 된 주인공을 통해 연극은 과연 법이 진정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지, 혹은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가해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날카롭게 파고든다.배우 김신록은 주인공 테사를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에 비유하며 캐릭터의 극적인 변화를 설명한다. 1막의 테사는 오직 승리라는 결승선만을 향해 질주하는, 혈통 좋은 경주마와 같다. 그녀에게 법은 이기기 위한 게임의 규칙이었고, 진실보다는 논리적 우위가 중요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피해자가 된 순간, 그녀는 자신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눈가리개의 존재를 비로소 인식한다. 자신이 승리를 위해 휘두르던 법이라는 칼날이 정작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에게 얼마나 비정하고 폭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굳게 믿었던 세계관이 산산조각 나는 경험은 테사를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만들며, 극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꾼다.이러한 인물의 극단적인 변화를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도 엄청난 도전이다. 김신록은 성폭력 사건을 기점으로 1막과 2막이 나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1막이 이성과 논리, 언어의 세계라면, 2막은 그 모든 것이 무너진 감각과 신체의 영역이다. 그녀는 성폭력 이후 테사의 고통을 관객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을 넘어, 그 참담한 심정을 함께 체험하고 공감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힌다. 언어와 이성으로는 도저히 붙잡을 수 없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는 혼돈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에 담기지 않는 감각들을 몸짓과 호흡으로 무대 위에 쏟아낸다.결국 테사는 무너진 세계 위에서 새로운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김신록은 2막의 테사를 더 이상 경주마가 아닌, 이제 막 걷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망아지’에 빗댄다. 이는 법이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아니며, 인생이 결승선을 향한 경주가 아님을 깨달은 테사의 성장을 상징한다. 연극은 테사의 마지막 절규를 통해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성폭력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현재의 법 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