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반년 만에 '백기 투항'?…교사들 등쌀에 결국 물러선 고교학점제

 시행 반년 만에 현장의 거센 반발과 폐지론까지 불러일으켰던 고교학점제가 결국 대대적인 수정에 들어간다. 정부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와 달리, 교사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우고 각종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에 따라 제도 보완을 결정했다. 특히 논란의 핵심이었던 학업 성취도 미달 학생에 대한 보충 지도 의무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선택 과목의 학점 이수 기준을 출석률만으로 단일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5일 시도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학생 중심 교육이라는 긍정적 목표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업무 가중과 학생들의 성적 유불리에 따른 과목 쏠림 현상 등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에 교육부는 가장 먼저 교사들의 불만이 폭주했던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기준부터 손보기로 했다. 현행 규정상 학생이 특정 과목의 학점을 따려면 3분의 2 이상 출석과 40% 이상의 학업 성취율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만약 성취율 40%를 넘지 못하면 담당 교사는 1학점당 5시간의 의무적인 보충 지도를 실시해야 했다. 이로 인해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행평가 기본 점수를 높여주거나, 보충 지도 자체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인정하고, 보충 지도 시수를 1학점당 '5시수'에서 '3시수 이상'으로 변경해 학교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했다. 각 교육감이 정하는 규정에 따라 학교별로 실정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교사들의 행정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과목별 이동 수업으로 인해 출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앞으로는 과목 담당 교사뿐만 아니라 담임교사에게도 출결 처리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교사의 학생부 기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공통과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최대 기재 분량을 1, 2학기 합산 1000자에서 500자로 절반이나 줄였다.

 

더 나아가 교육부는 학점 이수 기준 자체를 개편하는 방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제안은 공통과목은 현행대로 출석률과 학업 성취율을 모두 보지만,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에 대해서는 출석률만 충족하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는 사실상 선택과목에 한해 'F학점' 제도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향후 국가교육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 완화안은 논의를 거쳐 2026학년도 1학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는 미래 지향적 고교 교육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현장과 소통하며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화포털

콘서트인가, 전시인가?…양방언의 음악, 반가사유상을 만나 완전히 새로운 예술로 태어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은 국보 반가사유상, 그 깊은 사유의 세계가 무대 위에서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예술로 재탄생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음악전시 콘서트 ‘사유하는 극장’이 2022년 첫선을 보인 이래 세 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맞는다. 이 공연은 단순히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는 것을 넘어, 전시와 공연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공간 자체에 머물며 예술과 하나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신개념 퍼포먼스다. 2023년 ‘음류’, 2024년 ‘초월’에 이어 올해는 ‘Sa-yU’(사유)라는 부제 아래 ‘사유에서 초월로, 초월에서 위로로’ 이어지는 인간 내면의 순환적 감정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또 한 번의 감각적 충격을 예고한다.이번 공연의 음악을 총괄하는 양방언 작곡가는 현대음악과 전통음악, 그리고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만의 독창적인 음률을 빚어낸다. 그는 관객이 ‘사유의 방’에서 느낄 법한 세 가지 감각, 즉 현실을 뛰어넘는 초월적 감각과 삶의 역동성을 포착하는 감각, 그리고 다시 고요한 마음으로 회귀하는 감각을 오롯이 음악으로 구현해냈다. 양방언 작곡가는 이 공연이 사유의 방이 지닌 정적인 에너지를 음악과 영상, 빛이라는 동적인 언어로 확장시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관객이 단순히 무대를 ‘보는 사람’에 그치지 않고, 시공간 속에 온전히 ‘머무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낯선 체험의 장으로 초대한다.민새롬 연출가는 멈춰있는 시공간의 상징인 박물관에 예술이 스며드는 순간, 모든 것이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무대를 구성한다. 그의 손끝에서 빛과 음악, 영상은 각자 존재감을 뽐내는 대신 서로 긴밀하게 호흡하며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이는 관객에게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 사유의 감각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해나가는 여정이 되도록 설계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극작가 장성희의 시적인 희곡이 영상의 형태로 더해져, 활자라는 문학적 언어와 소리라는 음악적 언어가 만나 빚어내는 특별한 감각의 시너지를 선사할 예정이다.‘사유하는 극장’은 양방언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연주를 중심으로 사운드 디자인, 영상, 조명, 무대미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창작진이 협업하여 완성하는 종합 예술의 결정체다. 공연장 안뿐만 아니라 로비 공간까지 설치 작품을 전시하여, 관객이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연이 끝나고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거대한 예술적 체험으로 이어지도록 세심하게 구성했다. 고요한 사유의 방에서 시작된 예술적 영감이 가장 역동적이고 현대적인 무대 언어로 재해석되는 이 특별한 경험은 오는 11월 2일까지 이어지며,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