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도, 발길도 '꽁꽁'…봄과 함께 사라진 400만명, 지역 경제 '직격탄'

 올해 1분기,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인구감소지역에서 무려 4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발길이 사라졌다. 겨우 살아나나 싶던 지역 경제에 다시 한번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는 이처럼 암울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생활인구란 단순히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둔 사람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이상, 하루 3시간 넘게 지역에 머무는 사실상의 인구를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지표다. 지역의 실질적인 활력을 측정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번 결과는 오히려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례적인 자연 현상이 꼽힌다. 예년보다 길어진 꽃샘추위 탓에 봄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상춘객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설상가상으로 경북과 경남, 울산 등지를 휩쓴 역대급 대형 산불이 결정타를 날렸다. 화마가 휩쓸고 간 지역은 물론, 인접 지역까지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3월 한 달간 야외 활동 인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여기에 작년과 달리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에 포함되면서 2월과 3월의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하는 통계적 착시까지 더해졌다.

 

실제로 데이터를 뜯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월에는 설 연휴 효과로 생활인구가 전년보다 303만 명 늘며 반짝 희망을 보였지만, 2월에는 무려 565만 명이, 3월에는 136만 명이 줄어들며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1월의 증가분을 모두 반납하고도 모자라, 1분기 전체로는 총 398만 명의 생활인구가 증발해버린 셈이다.

 


특히 산불의 영향은 뚜렷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산수유 축제 등으로 방문객이 몰렸던 전남 구례의 경우, 올해는 인접한 하동 지역의 대형 산불 여파로 방문객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산불이 직접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난의 공포가 지역 관광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지역을 찾는 사람들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다. 관광이나 휴양을 목적으로 짧게 머무는 '단기숙박형' 인구는 30세 미만 여성의 비중이 높았고, 출퇴근이나 통학을 위한 방문은 30~50대 남성이 주를 이뤘다. 이들의 1인당 평균 카드 사용액은 약 12만 2천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방문객 400만 명이 사라졌다는 것은 지역 상권의 매출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입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번 통계는 인구감소지역이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외부 충격, 특히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명백히 보여준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지갑이 닫히면서, 소멸 위기 지역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문화포털

"실명 위기" 내세운 윤석열, 16번째 재판 불출석… 재판부 "불이익은 피고인 몫"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회 연속으로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속행 공판은 피고인이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출석을 거부했다"고 명시하며,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되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불이익은 피고인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강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경우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윤 전 대통령 측은 건강 문제를 재판 불출석의 주된 이유로 내세웠다.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이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당뇨망막병증' 진단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글자 크기 16포인트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심각한 시력 저하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당뇨 황반부종'이라는 담당 의사의 소견까지 더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잦은 재판 일정으로 인해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혈당이 급격하게 변동하고, 이는 망막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최악의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 변호인 측의 설명이다. 사실상 건강권과 방어권 보장을 위해 재판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다만 변호인단은 재판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여지를 남겼다. 향후 주요 증인에 대한 신문이 예정된 재판에는 건강상의 큰 부담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출석해 직접 재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최근 한 강연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비판한 사실을 거론하며, 전직 헌재소장 대행의 발언으로는 매우 부적절한 '정치적 언사'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하며 재판 외적인 부분에서도 날을 세웠다.한편, 이날 재판은 '내란특검법' 규정에 따라 언론을 통해 중계가 허용되어 많은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해당 법은 특검 또는 피고인의 신청이 있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판장이 중계를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신문 절차까지 모두 공개될 경우, 아직 증언대에 서지 않은 후속 증인들의 증언이 오염될 수 있고 군사기밀이 공개되어 국가안전보장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특검팀의 우려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실제 재판 중계는 증인신문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피고인 없는 법정의 모습만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