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복구? "아직도 멀었다"…끝나지 않은 행정망 대란, 추석 앞두고 '발 동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화재로 인해 무려 647개에 달하는 행정정보시스템이 일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즉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복구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30일 오전 6시 기준으로 전체 시스템의 12.8%에 불과한 83개 시스템만이 겨우 복구되었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택배 대란을 막기 위한 ‘인터넷우체국’과 ‘우편물류’ 시스템, 그리고 취약계층 지원과 직결된 ‘복지로’, ‘사회보장정보 포털’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1등급 시스템 20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1등급 시스템의 복구율은 55.6%로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이지만, 정부는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을 통해 복구 현황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시스템이 먹통인 상태라 국민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를 틈타 정부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범죄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범죄 예방을 위한 강력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열린 중대본 6차 회의에서 경찰청,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스미싱 및 피싱 범죄 대응 요령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한편, 의심스러운 문자나 전화를 받았을 경우 즉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시스템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서비스별 대체 수단을 마련하고, 각종 납부 기한을 연장하거나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윤호중 장관은 이날 오후 직접 서울 시내 우체국과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일선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등 민심 수습에 나섰다. 윤 장관은 현장에서 "정부는 서비스가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민원 현장 접수, 납부 기한 연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국민들께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구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므로, 속도감 있게 복구를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사태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신속한 복구를 통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화재로 인해 중단된 647개 시스템의 전체 목록을 오늘 중으로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각 시스템의 복구 상황 또한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 장관은 "국민께서 복구 현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 있게 점검하겠다"고 거듭 강조하며, "스미싱·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국민들에게 재차 당부했다. 전대미문의 행정망 마비 사태 속에서 정부가 과연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위기를 수습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포털

베네치아 비엔날레 파업, 예술은 학살의 면죄부인가

 세계 현대미술의 심장부인 베네치아가 전쟁과 학살에 반대하는 미술인들의 거대한 저항지로 변모했다. 지난 8일 아르세날레 운하 인근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예술가들이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국가관 참여에 항의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예술이 전쟁의 참상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이번 사태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20여 개 국가관이 전시를 일시 중단하는 '전시 파업'에 동참하면서 지정학적 갈등이 예술 축제를 압도하는 전례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이번 갈등의 도화선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측근인 부타푸오코 재단 이사장이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출품을 전격 수용하면서 당겨졌다. 재단 측은 배제 없는 예술 공간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는 곧바로 국제적인 공분을 샀다. 유럽연합은 지원금 중단을 경고했고, 심사위원단은 전범 국가가 이끄는 나라에는 상을 줄 수 없다며 전원 사퇴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시상식은 폐막일로 연기되었으며, 황금사자상 대신 관객 투표로 수상자를 정하는 임시방편이 도입되는 등 비엔날레의 권위는 크게 실추되었다.전시장 내부의 풍경 역시 세계의 지정학적 지형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러시아관 앞은 시위에도 불구하고 요란한 음악을 틀며 전시를 강행했으나, 주변 국가관들은 이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배치하며 응수했다. 노르딕관은 러시아관을 쏘아보는 날카로운 시선의 조각상을 설치했고, 우크라이나 작가들은 전쟁터의 잔해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러시아관 방향으로 세워 무언의 항의를 표시했다. 국가관 제도가 체제 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 속에, 전시장 곳곳에는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선언하는 포스터가 붙어 정치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다.이러한 소란 속에서도 올해 비엔날레는 내면의 울림과 성찰을 강조한 수작들이 대거 등장해 묘한 대비를 이뤘다. 지난해 별세한 코요 쿠오 감독의 구상을 이어받은 기획자들은 '단조'와 같은 섬세한 감각의 작품들을 조명했다. 바티칸관은 수도원 정원에서 내면의 소리를 듣는 명상적인 전시를 선보였고, 일본관은 아기 인형을 통해 양육과 생명을 성찰하게 하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정치적 소음이 가득한 외부와 달리 전시장 내부는 인류 공통의 가치와 아픔을 보듬는 예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개별 작가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레바논 출신의 칼레드 사브사비는 이슬람 수피즘의 영성을 담은 멀티미디어 아트로 올해의 대표 작가로 떠올랐으며, 한국의 요이 작가는 제주 해녀의 숨비소리를 오케스트라 작법으로 풀어낸 영상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가브리엘 골리앗은 국가관 전시가 취소되는 역경 속에서도 여성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예술적 저항의 의미를 더했다. 이들의 작업은 비엔날레가 직면한 위기 속에서도 예술이 세상을 향해 던질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증명해 보였다.베네치아 시내 곳곳에서는 바젤리츠와 아브라모비치 등 거장들의 특별전이 열려 축제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특히 별세 직전까지 병마와 싸우며 완성한 바젤리츠의 마지막 작품들은 인간 실존의 비장미를 전하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화려한 전시 이면에는 국가관 제도의 존폐와 예술의 정치적 도구화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여전히 소용돌이치고 있다. 참여 주체인 작가들이 주최 측을 향해 직접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이번 사태는, 향후 비엔날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가장 뼈아픈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