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집이란 무엇인가?"…올가을, 5명의 예술가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

 서울시립미술관이 미술관의 높은 문턱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은평구에서 선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은평문화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오는 11월 15일까지 은평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SeMA Collection: 홈, 스윗 홈'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을 주제로,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시선을 통해 그 다층적인 의미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민들은 멀리 미술관을 찾지 않고도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예술 향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은평구 협력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2013년부터 꾸준히 이어온 '자치구 협력전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우수한 작품들을 25개 자치구의 유휴 공간이나 문화 시설에서 선보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서울 전역의 미술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미술 소통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은평문화재단이 직접 기획을 맡아 지역의 특성과 주민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맞춤형 전시를 구성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홈, 스윗 홈'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이번 전시회는 '집'이라는 공간에 얽힌 복합적인 감정과 기억들을 예술적으로 풀어낸다. 단순히 잠을 자고 머무는 물리적인 주거 공간을 넘어, 한 사람의 삶과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복합적인 공간으로서의 집을 조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홍구, 문학진, 상희, 이상국, 이제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사진, 뉴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소장품 12점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작품 속에 담긴 집에 남겨진 흔적, 사라져버린 기억, 그리고 미래를 향한 소망 등을 들여다보며 저마다 자신에게 집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보는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미술관의 소장품을 지역 주민들과 더욱 가까이에서 나누고자 마련된 뜻깊은 자리임을 강조했다. 미술관의 소장품은 특정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과 공유되고 소통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철학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다양한 차원의 '집'을 만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과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깊어가는 가을, 가까운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익숙해서 잊고 있던 '집'의 소중한 의미를 다시 한번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포털

"APEC에 얽매이지 않겠다"…정부, 관세 협상 '마이웨이' 선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며 한미 관세 협상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최고위급 협상 책임자들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재출국한 것은, 실무 차원의 조율을 넘어 정치적 결단만이 남은 최종 담판 국면에 돌입했음을 시사한다. 양국이 남은 한두 가지 핵심 쟁점을 두고 벌이는 막판 줄다리기가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이번 방미 결과가 수개월간 이어진 협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통상 협상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왕복 외교'는 그만큼 현안이 시급하고 민감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이번 협상은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라는 시점을 앞두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다. APEC은 양국 정상이 만나 협상 타결을 공식화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로 꼽히지만, 정부는 국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시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실장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직접 밝힌 것은, 협상 타결 자체보다 내용의 실리가 중요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APEC이라는 시한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되, 불리한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최종 마지노선을 미국 측에 전달하는 전략적 메시지로 풀이된다.현재 협상 테이블 위에는 양측이 쉽게 물러설 수 없는 핵심 현안만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쟁점에서 합의를 이뤘다는 낙관론과, 여전히 좁히기 힘든 이견이 존재한다는 신중론이 교차하는 상황이다. 협상이 사실상 최종 단계에 접어든 만큼, 남은 것은 상호 간 양보의 폭을 결정하는 정치적 수 싸움이다. 양국 모두 자국 산업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며 마지막까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번 대면 협상에서 극적인 타결이 이루어질지 혹은 다시 평행선을 달릴지 결정될 것이다.이번 관세 협상의 결과는 단순히 관세율 조정에 그치지 않고,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합의되었으나 공개되지 않았던 '비공개 경제 협력 패키지'의 향방과도 직결된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될 경우, 이 패키지까지 함께 공개되며 양국 경제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성과로 포장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 지연되거나 결렬될 경우, 정부는 대미 외교력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며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협상 타결의 열쇠를 쥔 두 책임자의 어깨에 그만큼 무거운 짐이 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