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까지 등장했던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명품 책, 드디어 한국 상륙

 대부분 활자 인쇄술의 발명가로 구텐베르크를 떠올리지만, 오늘날 우리가 아는 '책'의 형태를 완성하고 대중화시킨 진정한 '출판의 아버지'는 따로 있다. 바로 15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활동한 출판인, 알도 마누치오다. 그는 인쇄술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책을 소수 귀족이나 학자들의 거대한 장식품에서 벗어나, 누구나 한 손에 들고 다니며 지식을 탐독할 수 있는 대중적 매체로 탈바꿈시킨 혁명가였다. 그의 업적과 르네상스 시대 출판의 정수를 조명하는 국내 첫 전시 '천천히 서둘러라'가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열리며, 500년 전 지식 혁명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마누치오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책의 개념 자체를 바꾼 것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책을 휴대 가능한 '8절판(옥타보)' 크기로 제작해 '포켓북'의 시대를 열었다. 이로써 책은 더 이상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지식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흐르는 듯한 서체인 '이탤릭체'를 개발해 유행시켰으며, 문장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호흡을 조절하는 세미콜론(;) 같은 문장 부호를 도입하고 쪽번호를 넣어 체계를 잡았다. 그의 손에서 책은 비로소 현대적인 편집 디자인의 기틀을 갖추게 되었고, 유럽 출판계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단순히 책을 찍어내는 기술자가 아니었던 마누치오는 학자적 양심을 지닌 완벽주의자 편집자이기도 했다. 45세라는 늦은 나이에 출판업에 뛰어든 그는, 당시 책들이 수많은 오류를 담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인문학자들과 지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고전 원문들의 오류를 꼼꼼하게 교정하고 편집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그가 세운 '알디네 인쇄소'에서 나온 책들은 '신뢰의 상징'으로 통했으며, 유럽 전역에서 그의 책을 모방한 '짝퉁'이 등장할 정도로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빠르게 변화를 일으키되, 원칙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의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라는 인쇄소의 구호는 그의 출판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불리는 '폴리필로의 꿈'을 비롯해 마누치오 가문이 3대에 걸쳐 인쇄한 희귀 고서적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특히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의 진정한 힘이 미술뿐만 아니라, 지식의 보급과 소통을 이끈 출판 문화에 있었음을 역설한다. 이탈리아 국립도서관장들이 직접 나서 협력한 이번 전시는, 의사소통의 방식이 급변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500년 전 지식 혁명가 마누치오의 정신이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의 유산은 단순히 오래된 책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여 지식과 소통의 본질을 묻는 현재진행형의 질문이다.

 

문화포털

김재섭의 '아니면 말고' 폭로, 애먼 공무원만 신상 털렸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제기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외유성 출장' 의혹이 근거 부족과 사실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은 정 후보가 성동구청장 시절 여성 공무원과 단둘이 휴양지로 출장을 다녀왔고, 이를 숨기기 위해 서류상 성별을 조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으나, 해당 출장이 다수의 인원이 참석한 공식 국제행사였음이 드러나면서 무리한 네거티브 공세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김 의원 주장의 핵심은 정 후보가 2023년 3월, 여성 공무원과 10박 12일 일정으로 멕시코 칸쿤 등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그는 공무국외출장 문서에 동행 직원의 성별이 '남성'으로 잘못 기재된 점을 파고들며 "왜 하필 여성 공무원을 지목해 동행했는지"를 밝히라며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공세를 폈다.하지만 해당 출장은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초청한 '국제 참여민주주의 포럼' 참석을 위한 공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출장에는 정 후보와 해당 직원 외에도 김두관 의원, 이정옥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 총 11명의 인사가 동행했다. 논란이 된 칸쿤은 포럼 개최지가 아닌 귀국길의 경유지였을 뿐이었다.의혹의 핵심 근거로 제시된 '성별 오기' 문제 역시 성동구청 측이 "실무자의 단순한 행정 착오"였다고 해명하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결국 '휴양지 동행'이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포장된 의혹 제기가, 공무를 외유로, 행정 실수를 은폐 시도로 둔갑시킨 억지 주장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더 큰 문제는 폭로 과정에서 해당 여성 공무원의 신상 정보가 일부 유출되고, 극우 유튜버 등을 통해 무분별한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무 수행을 위한 출장이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애먼 공무원이 인격 모독과 사생활 침해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현재 정 후보와 민주당은 김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청년 정치를 표방한 김 의원이 구태로 지적받던 '아니면 말고' 식 폭로 정치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비판 속에서, 이번 사태는 결국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