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지겹다" 시청자 원성 터지자…결국 칼 빼든 '서프라이즈'·'복면가왕', 이대로 끝?

 MBC의 두 장수 예능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와 '복면가왕'이 나란히 재정비를 위한 휴식기를 선언하면서 방송가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02년 첫 방송 이래 23년간 일요일 오전 시간대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한 '서프라이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극화 형식으로 풀어내며 폭넓은 시청자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2015년 시작하여 10년 가까이 독창적인 포맷으로 인기를 끈 '복면가왕'은 편견 없이 오직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겨루는 경연의 장을 제공하며 수많은 스타를 재발견하는 산실 역할을 했다. MBC는 두 프로그램 모두 완전한 종영이 아닌, 내년 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한 숨 고르기임을 강조하며 기대감을 당부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 예능들의 동시 휴식은 단순한 개편 이상의 의미를 시사한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고착화된 포맷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튜브와 틱톡 등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 '서프라이즈'의 전통적인 재연 드라마 형식은 다소 호흡이 길고 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복면가왕' 역시 초기 신선함은 사라지고, 예측 가능한 연예인 패널의 과장된 반응과 가면을 벗어도 놀랍지 않은 출연진의 반복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오랜 시간 함께한 프로그램의 휴식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변화가 절실했다"는 공감대가 동시에 형성되며 이번 재정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음을 방증하고 있다.

 


방송가의 이러한 '리뉴얼'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선례로 26년간 방송되며 SBS의 상징적 프로그램이었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가 있다. 지난해 종영 위기 속에서 휴식기를 가진 후, 5개월 만에 '와! 진짜?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포맷으로 돌아와 시청률 2~3%대를 기록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재착륙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0년 넘게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MC 임성훈과 박소현이 하차하면서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과 아쉬움을 샀다. 이는 장수 프로그램의 리뉴얼이 단순히 포맷을 바꾸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오랜 시간 쌓아온 시청자와의 정서적 유대와 역사를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숙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이었다.

 

결국 '서프라이즈'와 '복면가왕' 역시 '세상에 이런일이'가 남긴 선례를 거울삼아 정체성 유지와 혁신적인 변화 사이에서 신중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과감한 포맷 변경으로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충성 시청자들이 간직한 프로그램의 고유한 색깔과 추억을 훼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MBC가 내놓을 결과물이 단순한 포맷 변경에 그칠지, 혹은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으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반영한 환골탈태가 될지 미지수다. 두 국민 예능의 휴식기가 MBC 예능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문화포털

이중섭 한 점이 35억…‘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미술시장의 경고

 미술품 경매 시장에 겉보기엔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KAAAI)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9개 경매사의 낙찰총액은 313억 5천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7억 5천만 원과 비교했을 때 무려 76억 원, 비율로는 31.99%나 증가한 수치다. 시장의 양대 산맥인 케이옥션과 서울옥션 역시 각각 59.5%, 23.7%의 낙찰총액 증가율을 보이며 외형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이러한 수치만 놓고 보면 얼어붙었던 미술 시장이 마침내 긴 침체를 끝내고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성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놀랍게도 3분기 경매에 출품된 작품의 수는 총 4,599점으로, 전년 동기의 6,045점에서 23.9%나 감소했다. 시장에 나온 물건의 수는 크게 줄었는데, 전체 거래 금액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경매 시장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지표다. 소수의 작품이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동안, 대다수의 작품은 이전보다 더 주목받지 못하고 거래의 장에서 외면당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장 전반에 온기가 퍼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점만 뜨겁게 달아오르는 국소적인 과열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출품작은 줄었는데 낙찰총액이 늘어난 기현상은 소수의 ‘대어’가 시장 전체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국민 화가 이중섭의 작품이 있었다. 지난달 케이옥션 경매에 나온 이중섭의 ‘소와 아동’은 무려 35억 2천만 원이라는 압도적인 금액에 낙찰되며 3분기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의 소 연작은 대부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어 경매 출품 자체가 극히 드물다는 희소성이 가격을 밀어 올렸다. 여기에 박수근의 1959년 작 ‘산’ 역시 12억 원에 팔리며 힘을 보탰다. 작년 한 해 동안 10억 원 이상에 낙찰된 작품이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29억 원) 단 한 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3분기에만 10억 원을 훌쩍 넘는 작품이 두 점이나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시장의 전반적인 회복 신호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이는 미술 시장의 ‘양적 축소’와 ‘질적 성장’이 동시에 일어난 결과이며, 본질적으로는 시장의 ‘고가화’와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는 과정이라는 진단이다. 즉, 돈이 되는 소수의 인기 작가와 검증된 작품에만 자본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쏠림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지표를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허리를 약화시키고 다양성을 해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지금의 시장은 건강한 회복세가 아닌, 소수 거장들의 작품에 기댄 불안한 성장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