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 돈세탁"…청년들 끌어들여 69억 원 가로챈 국제 사기 조직의 실체

 최근 군부대나 정당, 심지어 대통령 경호처까지 사칭하며 전국적으로 '노쇼' 사기 행각을 벌인 대규모 범죄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공공기관을 빙자해 대량의 물품을 주문하고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많은 자영업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조직은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및 감금 보이스피싱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강원경찰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전국적으로 발생한 560건의 사기 사건을 수사했으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형법상 사기,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등의 혐의로 총 1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밝혀진 피해 규모만 해도 무려 69억 원에 달하며, 군부대 사칭 범죄가 402건, 정당 및 대통령 경호처 사칭 범죄가 158건으로 집계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군 사칭 사건이 80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에서는 정당 및 대통령 경호처 사칭 사건이 32건으로 최다 발생 지역으로 꼽혔다.

 

이번에 검거된 범죄 조직은 캄보디아의 휴양도시 시아누크빌에 거점을 두고 활동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국정원, 인터폴 등과의 긴밀한 국제 공조를 통해 현지 콜센터를 급습하여 조직원들을 대거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검거된 피의자들은 '사장단'으로 불리는 해외 총책 아래 자금세탁책, 관리책, 중계기 관리책, 콜센터 조직원, 국내 총책 등 철저하게 분업화된 역할을 수행하며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러왔다. 놀라운 점은 피의자 대다수가 사회 경험이 적은 20~30대 청년층이라는 사실이다. 전체 피의자 중 약 80%가 20~30대였으며, 심지어 10대 청소년 4명도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피의자 4명 중 1명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나 범죄의 저연령화 및 성별 다변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들은 대부분 텔레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되어, 온라인을 통한 범죄 조직원 모집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들 조직의 범행 수법은 매우 치밀하고 교묘했다. 해외 총책인 '사장단'은 캄보디아 현지에 콜센터를 두고 국내외 자금세탁 조직과 통신 중계기 관리 조직을 원격으로 지휘했다. 콜센터는 다시 군부대나 정당을 사칭하는 팀과 일반 판매업체를 사칭하는 팀으로 나뉘어 운영되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들은 사기를 통해 얻은 범죄 수익금을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여러 차례 송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하여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했다. 국내에서는 중계기 관리책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대를 옮겨 다니며 발신 번호를 조작하는 등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국내외에 걸쳐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며 체계적인 범죄 시스템을 갖춘 이들의 행각은 단순한 사기를 넘어 조직적인 범죄 네트워크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기관을 사칭한 사기 범죄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최현석 강원경찰청장은 "군부대나 관공서 등 공공기관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민간인에게 물품 대리 구매를 요청하거나 대금을 먼저 입금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절대로 없다"고 강조하며,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을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신종 사기 범죄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등과 같다. 특히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이 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한다. 경찰은 앞으로도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유사 범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여 국민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 조직을 뿌리 뽑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포털

'내란 재판부' 강행에…국민의힘 "민주당의 독재 선포, 전면 투쟁할 것"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여의도 정국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사법부 파괴 선언'이자 '독재 선포'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반발, 향후 극심한 여야 대치를 예고했다. 갈등의 중심에 선 법안은 내란 혐의 사건의 1심과 2심을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설치될 특별재판부가 전담하도록 하고, 판사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해 재판 및 수사를 방해할 경우 처벌하는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청산'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신속한 법안 통과를 공언하고 있어, 법안이 심사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시작으로 양당의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번 법안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특정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내란전담특별재판부를 과거 독일의 '나치 특별재판부'에 빗대며,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을 신속하게 처벌하고 억압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 왜곡죄'에 대해서는 처벌 기준이 모호하여 판사와 검사의 소신 있는 판단을 위축시키고, 결국 사법부가 정권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사법부 길들이기'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안에 포함된 '내란 유죄 판결 시 소속 정당 국고보조금 지급 중단' 조항이 사실상 국민의힘을 겨냥한 소급 적용식 탄압이라며, 이는 민주당 정권의 독재 선포나 다름없다고 규정했다.반면, 법안 처리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은 단호한 입장이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 도입을 신속하게 통과시켜 내란을 청산하겠다"고 밝히며 법안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들이 중대한 헌정 질서 파괴 범죄인 내란죄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사법적 판단을 보장하고, 법조계의 전관예우나 자의적인 법 해석을 차단함으로써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찬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의 핵심은 국가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내란 사건을 일반 재판부가 아닌,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특별재판부에서 다루게 해 재판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결국 '내란전담특별재판부'와 '법 왜곡죄' 도입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는 사법부의 역할과 독립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향후 정치권에 거대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차원의 저지를 넘어 당 지도부와 연계한 총력 투쟁을 선언했으며,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한 입법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이번 법안의 향방에 따라,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양당의 강 대 강 대치는 당분간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