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문제'로 나락? 이천수, 수억대 사기 혐의 피소 충격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현재 78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 이천수가 수억 원대 사기 혐의로 경찰에 피소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이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4일 이 씨에 대한 사기 혐의 고소장은 지난달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접수됐으며,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제주경찰청으로 이관됐다. 고소인은 이 씨와 오랜 기간 '호형호제'하며 지내온 지인 A씨로, 금전 문제로 인해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A씨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고소장에는 크게 두 가지 혐의가 담겨있다. 첫 번째는 생활비 명목의 대여금 미변제 건이다. A씨 측 주장에 따르면, 이 씨는 2018년 11월 당시 이렇다 할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A씨에게 생활비를 요청했다. 이 씨는 "수년 내 유튜브 채널과 축구교실을 운영해 수입이 생길 것이니, 늦어도 2023년 말까지 모든 금액을 갚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이 씨의 배우자 계좌로 처음 300만 원을 송금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4월 2일까지 총 9회에 걸쳐 1억 3,200만 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A씨는 이 씨가 2021년 가을 무렵부터 연락을 끊었으며, 약속했던 2023년 말까지 단 한 푼도 변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 씨가 유튜브 채널 '리춘수'와 제주도 축구교실을 운영하며 수입을 올리고 있음에도 대여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A씨의 핵심 주장이다.

 

두 번째 혐의는 외환선물거래 사이트 투자 권유를 통한 사기 건이다. A씨는 고소장에서 이 씨가 2021년 4월경 "잘 아는 동생 B가 운영하는 외환선물거래 사이트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며 "나를 믿고 5억 원을 투자하면 매달 수익금을 배분하고 원금 반환을 보장하겠다"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 씨의 말을 믿고 B씨에게 총 5억 원을 송금했으나, 수익금은 1~2개월만 지급된 후 중단됐다. A씨가 원금 반환을 요청하자 B씨는 1억 6천만 원만을 돌려줬을 뿐, 나머지 금액은 반환하지 않고 있다. A씨는 B씨에게서 대여금 반환을 약속하는 내용의 자백서를 받아 고소장에 첨부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천수 씨 측은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기 혐의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 씨 측은 생활비 대여금 건에 대해 "상대방 쪽에서 돈을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A씨가 당시 돈을 많이 벌고 있어 (이 씨에게) 그냥 쓰라고 준 돈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사기 혐의가 성립되려면 기망의 의도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으므로 사기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 씨 측은 "A씨 측에 돈을 돌려줄 의사는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외환선물거래 사이트 투자 권유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소개를 해주거나 투자하라고 권유한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친 만큼, 조만간 이천수 씨를 소환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기망의 의도 등 사기 혐의 성립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이 씨는 2015년 은퇴 후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어왔기에, 이번 피소 사건이 그의 방송 활동과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포털

이상과 냉소, 저항과 무력감 사이…20대 화가들의 '진짜' 속마음

 서울 강남의 하이트컬렉션이 2025년 하반기 기획전으로 Z세대 작가 4인의 회화를 조명하는 '브랜디를 마실 것 같은'을 선보인다. 2014년부터 꾸준히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번 전시에는 강예빈, 이오이, 조은시, 조은형 등 이제 막 미술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신진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태어날 때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디지털 네이티브 환경에서 자라난 Z세대의 복합적인 시각 경험이 '회화'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만났을 때 어떻게 변환되고 재해석되는지에 주목한다. 이들은 도시의 인공적인 풍경과 가공되지 않은 자연, 스크린 속의 이미지와 현실의 감각이 뒤섞인 세상을 살아가며, 그 혼재된 경험을 자신들만의 언어로 캔버스 위에 펼쳐낸다.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미술사의 장구한 흐름이나 거대 담론을 좇기보다,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공기, 습기, 정서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각적인 요소들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이들에게 그림은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 온몸으로 감각하고 체득한 세계를 시각적으로 번역해내는 과정 그 자체다. 예민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포착한 일상의 풍경과 내밀한 상상력은 캔버스 위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도 하고, 때로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색과 질감의 덩어리로 표현되기도 한다. 관람객은 이들의 그림을 통해 단순히 시각적인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마치 특정 공간의 분위기나 감정을 피부로 느끼는 듯한 공감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전시의 제목인 '브랜디를 마실 것 같은'은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의 소설 '사물들'에서 가져온 구절이다. 이 소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청년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과 기대, 물질적 풍요에 대한 동경과 그 이면의 공허함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전시는 1960년대 파리 청년들의 이와 같은 감정의 양가성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Z세대의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있음을 이야기한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이상과 냉소적인 현실 인식,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 의지와 깊은 무력감이 동시에 차오르는 Z세대의 복잡한 내면은 네 작가의 회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이들의 그림이 때로는 찬란하게 빛나다가도, 때로는 한없이 가라앉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유다.결국 '브랜디를 마실 것 같은' 전시는 단순히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모아놓은 것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세대의 정서적 풍경을 담아낸 자화상과 같다. 이성휘, 이선주 공동기획으로 하이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Z세대가 세계를 인식하고 소화하는 방식을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깊이 있게 탐구하며, 관람객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의 세계를 선사한다. 전시는 오는 12월 13일까지 이어지며, 오늘날 가장 젊은 예술가들이 포착한 시대의 감수성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